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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봉 칼럼] 메가트렌드(Mega-Trend)와 유통산업 ①
[문성봉 칼럼] 메가트렌드(Mega-Trend)와 유통산업 ①
  • 문성봉 전문기자(한국유통경제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1.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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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사회,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유통산업의 변화
문성봉 한국유통경제연구소 소장
문성봉 한국유통경제연구소 소장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신문] 해마다 연말이 되면 트렌드 전망서가 봇물 터지듯 서점가에 쏟아진다. 그리고 이 중에는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는 것도 있다.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미래의 흐름을 알고자 하는 욕구가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며, 이를 자신들의 어떤 목적에 부합하도록 적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뒷받침된 또 하나의 트렌드라 할 수 있다. 트렌드도 생멸하는데 그 가운데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거대 담론을 형성하는 것을 메가 트렌드라고 한다. 따라서 이를 읽고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트렌드에 부합되지 않으면 도태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가트렌드(Mega-Trend)와 유통산업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현재 진행 중인 메가트렌드가 유통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해보자.

 

메가트렌드 1: 저출산-고령사회,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유통산업의 변화

현재 우리나라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0.93으로 1명 미만이다. 따라서 인구는 감소할 수밖에 없는 인구절벽 시대이다. 이에 더해 위생관념과 의료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수명은 연장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초스피드로 ‘고령사회’에 진입한 국가가 되었다. 이러다 보니 14세 이하의 유소년 인구보다 노인 인구가 더 많은 늙어가는 대한민국이 되었다. 이러한 인구 구성의 변화뿐만 아니라 가구 구성에서도 큰 변화가 있는데, 바로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이다. 우리나라 전체 2천11만 6천 가구 중에서 1인 가구의 비중이 29.8%에 달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1인 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해 8년 뒤에는 세 가구 중 한 가구 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인구통계적 측면의 메가트렌드는 유통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1인 가구의 증가는 소비의 주체가 다인(多人) 가구에서 1인 가구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싱글슈머’, ‘나홀로족’ 등의 신조어가 이를 말해준다. 지난 20년 이상 승승장구하던 대형마트가 몰락하고 최근까지 급증 추세를 보이며 성장가도를 질주 중인 편의점(CVS)이 이러한 인구의 메가트렌드가 초래한 변화 가운데 하나이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상품의 단위는 1인 가구가 사용하기에는 양이 많다. 1인 가구에게 필요한 상품은 소형 패키지인 것이다. 이런 필요를 충족시킨 것이 바로 편의점이다. 1인 가구가 소비의 주체로 부상하면서 규모의 경제효과처럼 대량의 상품을 싸게 판다는 대형마트의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붕괴된 것이다.

이러한 유통의 격변에는 꼭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소비자 성향의 변화도 한몫 거들고 있다. 조사회사인 오픈서베이(opensurvey)의 20~40대 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필요하면 그때 물건을 산다”(’18년: 63.2%, ’19년: 69.0%)는 응답과 “일상에서 쓰는 물건들을 딱 필요한 만큼만 사는 편이다”(’18년: 44.0%, ’19년: 49.3%)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성향은 대형마트의 포맷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결국 이러한 소비성향에 대한 맞춤형 포맷을 제공하는 유통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편의점은 이러한 소비성향과 잘 맞아떨어진다.

또 한편으로는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에서 고령자들이 주요 소비 주체가 됨으로써 유통산업의 변화가 촉발되고 있다. 1인 가구의 연령별 구성을 살펴봐도 60대 이상의 고령자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데 이들은 월평균 소득 수준이 낮은 가운데 필수적 소비를 중심으로 한 높은 소비성향을 보인다. 따라서 대형마트에서의 대량 구매보다는 집 근처의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필요한 생필품을 소량 구매하는 소비 패턴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드럭스토어(Drug Store, 우리나라의 헬스앤뷰티 숍 포맷과 동일한 업태)에서 취급하는 식료품의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이미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는 드럭스토어에서 건강을 위한 약품 및 건강기능식품과 함께 식료품의 구매도 같이 동반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고령 인구가 점증하는 추세를 볼 때 일본의 드럭스토어와 같은 포맷의 상품 구성을 번화가나 오피스 상권이 아닌 주택상권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헬스앤뷰티 숍은 번화가나 오피스 상권 위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핵심 타깃은 20~30대의 젊은 층이다. 따라서 이는 일본의 실정과 달라 괴리가 있다. 그러나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젊은 인구는 줄어들고 노령 인구의 증가가 불가피한 우리 현실에서 일본 드럭스토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헬스앤뷰티 숍의 확장 전략으로 고려해 보거나 또는 포화 상태로 접어들고 있는 편의점의 구색을 배후 수요의 특성 분석과 함께 변화•조정하는 방향으로 검토해보면 어떨까 싶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곧 소비자 구성의 변화이기도 하다. 이는 직접적으로 소비 패턴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가구 구성원과 연령대에 따라 생필품의 종류와 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쇼핑의 편의성은 중요한 덕목이 된다. 온라인 쇼핑이 증가일로에 있는 가운데 모바일 쇼핑이 온라인 쇼핑의 약 66%를 점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돌이킬 수 없는 메가트렌드는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통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적자생존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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