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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봉 칼럼] 도시재생과 골목상권
[문성봉 칼럼] 도시재생과 골목상권
  • 문성봉 전문기자(한국유통경제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1.20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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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은 2030 신세대의 취향에 맞는 핫 플레이스(Hot place)
젠트리피케이션의 극복 방안으로 골목상권의 도시재생을 연구해야
철공소 골목상권인 문래창작촌의 개성 있는 맛집 전경(출처: 카카오 맵)
철공소 골목상권인 문래창작촌의 개성 있는 맛집 전경(출처: 카카오 맵)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로 불리는 2030 신세대들의 뉴트로(New-tro) 열풍이 뜨겁다. 이들의 감성과 소비행태는 기성세대와는 사뭇 다르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겠지만 골목상권의 부상은 이들과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다.

요즘 평일도 그러하지만 주말에는 카메라나 폰카로 사진을 찍으며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는 젊은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 골목들의 공통점은 새로이 단장된 현대적인 깔끔한 모습의 골목이 아닌 70~80년 대 감성과 문화를 간직한 오래된 골목들이다.

골목,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2030 세대의 놀이터

디지털 원주민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들 2030 세대는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해 쇼핑을 비롯한 모든 삶의 영역에서 디지털화된 삶과 사고방식에 익숙하다. 온라인의 쇼핑의 편의성을 추구하지만 오프라인 쇼핑에서의 체험도 포기하지 않는 그들이다. 쇼핑에서의 체험도 그들에게는 하나의 엔터테인먼트이다. 이처럼 그들에게 ‘체험’은 하나의 중요한 가치이다.

2030 세대 그들의 부모들의 추억이 서린 골목길에 그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이 체험을 중시하는 가치관 때문이다. 그들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생소함에서 비롯된 신선함이 그들에게 독특함으로 전달되고 새로운 것은 아니나 그들에게는 새로운 감성으로 다가오는 옛 것들이 ‘뉴트로’란 말로 표현되며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최근 부상하는 골목상권들은 기존의 상권에서 보지 못했던 신선한 실험, 시도가 있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부모세대의 추억과 문화만으로 신세대를 유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임대료가 비싼 번화한 상권에서는 위험을 감수한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에 침체된 골목길, 상권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곳은 기존 상권 대비 임대료가 매우 저렴한 특징이 있다.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이러한 골목길에서 저렴한 임대료와 투자로 새로운 실험을 시도한 가게들이 하나 둘 형성되면서 골목상권의 모습을 띄게 되고 서서히 입소문이 나면서 유행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골목상권의 부상은 2030 세대의 체험 중시 가치관뿐만 아니라 그들의 SNS 소통문화도 한몫 거들고 있다. 이미지로 소통하는 이들이 인스타그램 등에 올린 골목상권의 사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전파되면서 저절로 널리 홍보되는 효과로 골목상권이 핫 플래이스(hot place)로 등극하게 된 것이다. 작년 서울시립대 연구진들이 「서울도시연구」에 발표한 실증분석 논문에 따르면 힙(hip)한 을지로(힙지로)인 을지로 3•4가의 활성화 여부를 인스타그램 위치정보 데이터로 실증한 결과, 2015년 561건에 불과하던 포스트가 2016년 1928건, 2017년 3720건, 2018년 10705건으로 급증하면서 젊은 예술가들이 만든 카페, 와인바, 레스토랑 등이 오랜 역사를 가진 노포(老鋪)와 공존하며 을지로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상권의 활성화를 이끈 사례를 증명하였다.

골목상권,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그리고 도시재생

이처럼 골목상권은 그 상권만의 독특한 볼거리와 먹거리로 2030 세대들에게 신선한 체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인기를 얻고 뜰 수 있다. 그리고 골목상권은 영세한 자영업자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도시재생 문제를 골목상권과 연결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문래동 철공소 골목에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문래창작촌이 형성되고 여기에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생기면서 소공인들의 철공소와 동거하는 기묘한 상권이 형성되고, 이것이 신세대들의 입소문을 타는 또 하나의 인기 있는 골목상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 출발점은 서울문화재단이 만든 문래예술극장이 문을 열면서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을지로에서는 신한카드가 주도한 “을지로 3가 프로젝트”로 소상공인과 장인, 예술가를 연결하여 문화와 스토리를 새로이 만드는 민간 주도의 도시재생사업을 선보였다. 즉, 공공미술과 디자인을 을지로의 점포에도 접목시킴으로써 방문 고객들에게 색다른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모티브가 된 것이다.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이 골목상권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변화와 실험, 시도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지혜롭게 극복할 필요가 있다. 이를 회피하는 방안 중 하나가 바로 모든 것을 밀어내고 새롭게 시작하는 거대한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아니라 청년, 예술가, 소상공인들이 힘을 모아 참여하여 그 골목만의 문화를 재생하고 만들어 독특함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문배동식, 을지로식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

골목상권이 뜬다고 해서 임대료가 올라가고,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영세한 소상공인들은 그 자리를 떠나고, 이들을 대신한 대형 프랜차이즈가 그 자리를 메우게 되면 독특한 특성이 사라지면서 부흥하던 골목상권은 쇠락의 길을 걷고 만다. 최근 부상하던 골목상권의 생애주기가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해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모두 공멸하는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부상하던 골목상권이 쇠락해가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이제 이런 어리석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골목상권과 도시재생을 진지하게 검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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