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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봉 칼럼] 메가트렌드(Mega-Trend)와 유통산업 ③
[문성봉 칼럼] 메가트렌드(Mega-Trend)와 유통산업 ③
  • 문성봉 전문기자(한국유통경제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1.09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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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트렌드 3: 저성장 시대와 라이프 스타일 변화가 초래한 소비행태의 변화
문성봉 한국유통경제연구소 소장
문성봉 한국유통경제연구소 소장

 

지금 우리 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처럼 지속적인 저성장으로 인해 경제의 활력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저성장, 저물가 현상으로 인해 디플레이션 논쟁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적으로도 저성장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이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급격한 성장으로 전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고령화, 이에 따른 생산인구의 감소, 부익부 빈익빈으로 인한 사회 양극화 심화 등으로 인해 수요시장이 정체됨에 따른 현상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다. 이러한 공급과잉과 소비시장의 감소로 인해 과거처럼 경제가 회복되고 성장을 지속하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은 사라지고 지속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많다. 현재 우리는 이처럼 암울한 저성장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저성장 기조는 소비자들의 소비패턴도 바꾸어 놓았다.

저성장 시대,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은 가치소비
경제 활력이 부족하니 취업문도 좁아져 청년 실업률은 높고, 사오정(45세면 정년)이란 신조어가 말해 주듯이 중•장년들의 퇴직연령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이다. 이렇다 보니 소비지출 측면에서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러한 경제 상황이 반영된 소비 트렌드가 바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것이다. 시대적 상황도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소비자의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제품들이 등장함에 따라 가성비 소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1000원 숍으로 유명한 ‘다이소’ 돌풍이 그 증거이다. 2018년 기준으로 매장 수는 1300개를 상회하며 매장 수 기준으로 전년 대비 13%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전년 대비 20.2% 증가한 1조 9786억 원의 매출 규모를 보여 작년에는 2조 원을 상회하는 매출 규모를 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듯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다이소’는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소비자들의 쇼핑천국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것은 가성비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현실이다.

이런 트렌드에 부응하여 이마트도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라는 캐치 프레이즈로 ‘노 브랜드(No Brand)’ 매장을 론칭하여 매장 수를 확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가성비를 인정받으며 쾌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지향해야 할 바를 시사해 준다. 불필요한 비용의 절감과 유통단계 간소화 등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지혜를 짜내어 소비자들에게 초저가 가성비 전략으로 접근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리들 이펙트(Lidle Effect)’로 유명한 독일의 초저가 마트 리들은 온라인 초저가로도 불가능해 보이는 가격전략으로 유명하다. 바로 이러한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저성장 시대의 지속 가능한 성공 비결이다.

진화하는 가치소비,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價心比)로
가심비는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을 나타내는 신조어이다. 이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추구하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부 등에 참여하는 ‘착한 소비’, 전체적인 소비 수준은 줄이는 대신 한 두 가지 고품질의 고가 제품을 구매하는 ‘일점호화’과도 관련이 있다. 가심비 소비는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와는 가격의 수용이란 측면에서 약간 결을 달리한다. 소비자 자신의 가치관에 상품이나 서비스가 부합하면 가격이 비싸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러한 가심비를 추구하는 소비패턴은 결국 ‘경험’을 중시하는 것과 ‘윤리 지향적인 소비’와 맞닿아 있다. 최근 복합쇼핑몰의 인기몰이는 이러한 소비행태가 반영된 결과이다. 외식을 하더라도 이제는 맛집 기행(紀行) 수준이다. 이것이 하나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며, 소비자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선사한다. 이러한 소비자의 행동들이 넘쳐나는 곳이 바로 인스타그램 등의 사진 공유 SNS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복합쇼핑몰에는 팔도 맛집들을 섭외하여 유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복합쇼핑몰은 소비자들에게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온라인 쇼핑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경험(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여타 오프라인 유통점에 비해 백화점이 그나마 매출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명품과 가정용품의 수요 때문이다. 이것은 주부들의 프리미엄 가정용품 수요에 더해 20~30대 젊은 층의 작은 사치 트렌드인 ‘일점호화’가 한몫 거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시대적 상황과 이를 반영한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는 유통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점, 타깃과 콘셉트를 명확히 하여 컬러가 분명한 매장으로 거듭나야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소비자들이 스마트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라 유통산업도 격변하고 있다. 핑거노미(Fingernomy, 손가락 경제) 시대,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으로 가격을 검색하고, 상품평을 보며 자신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한다. 오프라인 매장은 차별적 특징이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가성비나 가심비를 제시할 수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따라서 오프라인 매장은 타깃과 콘셉트를 명확히 하여 차별적인 특징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고객들이 찾아온다. 화장품이나 음식료품 등 유통기한이 임박한 물건을 초저가로 할인 판매하는 리퍼브 몰이 뜨고 있다. 리퍼브 몰이 부상하는 이유는 컬러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이제 소비자들에게 무엇으로 어필할지 결정하고 집중해야 한다. 무엇으로 가성비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어떤 요소를 가심비로 활용할 수 있을지 콘텐츠를 고민하고 채워야 한다. 이제 유통산업도 콘텐츠 산업이다.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콘텐츠를 제시하는 유통점이 결국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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