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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고 물러난다더니” 남양유업 일가의 수상한 행보
“책임지고 물러난다더니” 남양유업 일가의 수상한 행보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1.08.20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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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회장, 남양유업 회장직 유지∙∙∙상근 여부도 ‘상근’ 기재
홍 회장, “경영권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두 아들, 업무 복귀∙승진
남양유업 측, “성과 창출 위해 선임된 것” 해명
남양유업 외관
남양유업 외관

[한국M&A경제] 불가리스 사태로 일선에서 물러난 홍원식 회장이 남양유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양새다. 

17일 남양유업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홍원식 회장은 여전히 회장직은 유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근여부 역시 날마다 일정한 시간 출∙퇴근 시간에 따라 근무하는 ‘상근’으로 기재됐다. 현재도 회장실로 가끔씩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홍 회장은 올해 상반기 보수로 8억 8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홍 회장과 함께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이광범 대표는 상근으로,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전략기획 담당 상무와 차남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 역시 각자의 위치에서 여전히 회사에 남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홍 본부장은 미등기 임원(상무보)으로 승진까지 했다. 

홍 상무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녀 등교를 시키는 등 회삿돈 유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보직 해임됐다. 자숙과 반성이 이뤄질 틈도 없이 한달 만에 복직한 셈이다. 

그동안 홍 회장의 남양유업 매각에 대한 의문은 지속 제기돼 왔다. 이번 반기보고서 공개로 심증이 확증으로 변했다는 게 관련 업계의 평가다.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한 남양유업 공시정보에 따르면 두 아들에 대한 인사는 지난 5월 26일에 이뤄졌고 그 다음날 남양유업은 보유한 주식 전부를 한앤컴퍼니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대상은 홍 회장의 동생을 제외한 홍 회장, 부인, 손주 등 주식 전량이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앞서 홍 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나며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홍 상무와 홍 본부장을 전날 업무복귀, 승진 등 인사를 단행한 것을 보면 홍 회장의 매각 의지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유업 측은 매각과 인사는 무관하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홍 회장이 사퇴 발표 후 최근까지 계속 회장실로 출∙퇴근하고 있지만, 경영 업무 보고는 받지 않고 있다”며 “회사 매각과 관련된 업무를 살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상무와 홍 본부장의 인사 건에 대해서는 “홍 본부장은 외식사업 총괄 관리로 코로나19로 외식업계가 어려운 가운데 성과 창출을 위해 미등기 임원으로 선임된 것”이라며 “매각 계약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 계약 종결 이후 자사임원은 변동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사진=한앤컴퍼니
사진=한앤컴퍼니

문제는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주식매매계약 체결 전 남양유업의 이런 상황을 알고 있었느냐다. 앞서 한앤코는 지난 6월 기존 남양유업 직원의 고용을 승계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남양유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고용승계 등을 통한 안정적인 운영에 주안점을 두기로 한 데에 따른 조치다. 

당시 일각에서는 한앤코에 남양유업이 매각되는 것과 고용승계 유지 방침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보기도 했다. 남양유업을 인수하고 고용승계가 그대로 이어져도 이미지 개선 측면에서만큼은 불신으로 가득한 소비자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홍 회장의 노쇼 논란을 시작으로 소비자의 남양유업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한앤코 측은 “집행임원제도를 남양유업에 도입해 투명한 경영과 관리, 감시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며 7월 말 예정된 임시주총에서 윤여을 한앤코 회장 등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과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는 정관 변경 등을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금번 임시주주총회는 연기의 의제가 제안돼 심의한 결과, 오는 9월 14일로 연기하는 것으로 결의됐다”고 공시했고 안건을 상정하지 않은 것은 물론 연기에 대한 명확한 이유조차 밝히지 않았다. 

이후 18일 만에 홍 회장은 “매각 결렬, 갈등, 노쇼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임시주총 연기에 따른 회사 매각 결렬설을 부인했지만, 노쇼 논란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편 한앤코는 남양유업 매각 작업과 관련해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에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앤코 측은 “기업결합 승인 절차에 따라 거래 종료일에 맞춰 이사회 일정, 주총 소집, 주식매매계약대금 지급 준비 등을 완료했다”며 “이는 명백한 주식매매계약 위반으로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에 검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한국M&A경제=염현주 기자] yhj@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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