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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택 교수, “작품과 작가의 특별함 찾는 것 중요”
박영택 교수, “작품과 작가의 특별함 찾는 것 중요”
  • 박진우 기자
  • 승인 2021.06.08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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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회 선명부동산융합포럼 강연
김호득, 먹 하나만으로 ‘북한산’ 표현∙∙∙“산의 기운∙발상 등 그려”
“현대미술의 좋은 부분 보는 안목 필요”∙∙∙작품으로서의 매력 충분해야
박영택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가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72회 선명 부동산융합포럼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주목할 작품’을 주제로 강연했다
박영택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가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72회 선명 부동산융합포럼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주목할 작품’을 주제로 강연했다

[한국M&A경제] 박영택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가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72회 선명 부동산융합포럼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주목할 작품’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수없이 많은 미술 작품 중 수집될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며 “어떤 작품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한 작가의 작품이 특별히 왜 좋은지, 이 작가의 베스트 작품은 무엇인지 등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박 교수는 현대미술에서 어떤 작품이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며 작품 몇 점을 소개했다.

 

박노수의 ‘산수도’(사진=박영택 교수)
박노수의 ‘산수도’(사진=박영택 교수)

◇‘먹’ 하나만으로 그림 표현, 그 안에 담긴 세계관은?

박노수는 조선시대까지의 전통적인 인물산수화의 맥락을 잇고 있는 마지막 작가다. 그는 ‘산수도’를 통해 조선시대 마지막까지 이어져 왔던 인물산수화의 유교적 이념과 당시 선비가 지향했던 세계관을 감각적인 색채로 표현했다. 복고적이면서 독보적인 정신세계를 그려냈다는 게 박영택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그림 속 인물이 언덕 위에 올라 뒷짐 진 채로 산 아래로 내려다보는 모습은 결국 본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며 “특정한 장소를 바라본다기보다 헤아릴 수 없는 자연의 오묘한 이치를 깨달음과 동시에 자신의 유한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성찰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호득은 먹 하나만으로 휘갈긴 듯한 기법으로 ‘북한산’을 표현했다. 김호득은 ‘먹의 번짐 등으로 먹의 멋과 자연의 생명 등을 시각화한 작가’라는 평을 받는다. 박 교수는 “먹의 농담, 필력으로 단순한 산이 아닌 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나 발상을 그린  것”이라며 “작가는 바위 하나를 그리더라도 수천 년의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을 담았나”고 설명했다.

김호득의 ‘폭포’는 바닥으로 솟구치는 물줄기를 먹과 먹이 만나는 빈틈으로 표현했다. 박 교수는 “보통 폭포 그림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물의 모습”이라며 “김호득은 먹과 필만으로 한줄기 솟구쳐 내리는 폭포의 멋을 실감 나게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근택의 ‘밤’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먹으로만 그린 그림이다. 어스름한 오후 시간대 산을 둘러싼 일상적 풍경을 담았다. 한쪽에 화장실과 주차된 자동차, 서 있는 사람도 있다. 

박 교수는 유근택을 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동양화를 표현한 작가라고 평가했다. 그는 “밤을 보면 전통적인 산수에서 보이는 이념이나 그럴듯한 풍경이 없는 소소한 풍경”이라며 “일상에서 보이는 기묘한 아름다움이나 장면을 안겨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교수는 유근택의 ‘고흐’를 고정관념의 틀을 깬 작품으로 꼽았다. 그는 “서양화처럼 보이지만 동양화”라면서 “동양화의 관념을 벗어나 새롭게 표현한 유근택은 젊은 작가 중에서도 뛰어나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영택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가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72회 선명 부동산융합포럼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주목할 작품’을 주제로 강연했다
박영택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가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72회 선명 부동산융합포럼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주목할 작품’을 주제로 강연했다

◇미술 시장에 새로운 ‘틀’을 제시한 작가

박 교수는 한국의 대표적인 채색화 작가로 천경자를 언급했다. 다만, 그의 모든 작품이 미술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작품을 수집할 때 단순히 작가의 이름만 봐서는 안 된다”며 “작가의 정점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천경자의 작품 중 ‘여인’을 최우수 작품으로 꼽았다. 채색물감을 유화물감처럼 겹쳐서 그려냈다는 게 여인의 가장 큰 특징이다. 또 여인의 머리에 꽂힌 꽃은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면서도 유년 시절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인을 나타낸다.

김정욱의 ‘소녀’는 오로지 먹으로만 그린 그림이다. 여성의 얼굴을 전통적인 붓질이 아닌 연필로 그린 것처럼 보인다. 박 교수는 “제한된 몇 가지 색조로 질감을 나타낸 작품”이라며 “김정욱은 붓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독특하게 소화한 대표적인 젊은 작가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먹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는 젊은 작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수근의 ‘아기보는 소녀’는 1963년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박 교수는 박수근의 작품에 대해 크게 두 가지 특징을 나눠 설명했다.

먼저 박수근이 활동했을 당시 다른 모든 화가는 정물화, 풍경화, 추상화 등 기본적인 도식을 따라 그렸다. 즉, 미술에 학습화가 이뤄진 셈이다. 또 미술 시장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망에 작가 본인이 아닌 시장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래서 대부분 그림이 유사하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반면 박수근은 고정된 틀에서 벗어난 그림을 선보였다. 박 교수는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로 박수근이 미술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으로 보았다. 그는 “물론 박수근은 간접적으로 미술을 접하면서 그림을 배웠다”며 “본인만의 특이성이 담긴 작품을 선보여 시장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현대미술은 좋은 부분을 보는 안목을 갖고 접근하는 게 좋다”며 “미술작품은 그 자체로서의 퀄리티와 새로운 아이디어, 작품으로서의 매력이 충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M&A경제=박진우 기자] pjw@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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