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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택 교수, “민화에서 그림 자체가 지닌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
박영택 교수, “민화에서 그림 자체가 지닌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
  • 김지민 기자
  • 승인 2021.06.01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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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회 선명부동산융합포럼 강연
관점, 해석, 취향 따라 미술 가치 달라져∙∙∙“일방적으로 단정 지을 수 없어”
“민간의 삶을 자연스럽게 보여준 해학적 요소 담아”
박영택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가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71회 선명 부동산융합포럼에서 ‘조선민화의 해석과 현대미술과의 조우’를 주제로 강연했다
박영택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가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71회 선명 부동산융합포럼에서 ‘조선민화의 해석과 현대미술과의 조우’를 주제로 강연했다

[한국M&A경제] 박영택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가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71회 선명 부동산융합포럼에서 ‘조선민화의 해석과 현대미술과의 조우’를 주제로 강연했다.

미술 가치는 보는 사람의 관점, 해석, 취향, 감각 등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일방적으로 미술을 이해시키거나 단정 지을 수 없는 분야다.

박영택 교수는 ”시간이 지났을 때 가치 있는 작품인가, 그림 자체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다양한 관점을 어떻게 이해하고 시각을 어떻게 제공하는가에 따른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이 부분에서 미술 평론에 대한 까다로운 부분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날 박 교수는 조선민화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몇몇 작품을 통해 소개했다.

 

박영택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가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71회 선명 부동산융합포럼에서 ‘조선민화의 해석과 현대미술과의 조우’를 주제로 강연했다
박영택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가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71회 선명 부동산융합포럼에서 ‘조선민화의 해석과 현대미술과의 조우’를 주제로 강연했다

◇‘민화’란 무엇인가?

박영택 교수는 조선민화에 대해 “해학적이면서 삶의 일부분을 자연스럽게 담아낸 실용적이면서도 불가사의하다”며 “미감을 매력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앞으로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미술사에서 가장 저평가된 분야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는 조선백자, 고려청자, 겸재 정선의 산수화,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추사 김정희의 서예 등을 언급하며 “전통 미술 분야에서 소장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특히 추사의 서예가 그중 가장 으뜸으로 꼽았다.

박 교수는 “추사체는 가짜가 너무 많아 일반인이 진품을 구별하거나 조형성 자체를 온전히 가리기가 까다롭다”며 “추사체를 오랫동안 연구하거나 글씨 자체가 가진 심미적인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예는 단순히 가시적인 형체를 넘어 글씨가 전달하고자 하는 문학적인 내용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뫼 산’(山) 한 글자를 쓰더라도 산의 위엄, 무게감, 질량감 등 산 자체에서 느껴지는 것을 문자로 표현해야 한다. 사자성어 역시 그 안에 있는 함축적 의미와 내용이 문자를 통해 나오는 기운(氣)을 담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민화는 일상에서 쓰이는 실용적인 물건, 주술적∙신화적∙종교적으로 사용됐던 것들, 이데올로기적인 이미지로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국 고미술이 지나치게 중국 미술의 아류나 왕족 또는 문인 중심의 예술로써 제한되고 저평가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박 교수는 “재산 가치가 있는 미술품 수집은 획일적인 부분이 아니다”며 “무조건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닌 종적인 수집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100개, 1,000개의 미술품을 소장한다고 해도 진짜 뛰어난 다섯 점이 더 가치가 있으며 높은 퀄리티의 미술품을 볼 줄 아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왼쪽부터)산신도, 모란괴석도, 책거리(그림=박영택 교수)
(왼쪽부터)산신도, 모란괴석도, 책거리(그림=박영택 교수)

◇대표적인 민화는?

박 교수는 민화를 해학적이면서 민간의 삶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실용적으로 쓰인 물건이면서 불가사의한 미감을 매력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샤머니즘, 불교, 유교 등이 어우러진 사람들의 일상을 기복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욕망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림 자체로 매력적인 가치를 지닌 조선시대 민화 몇 점을 소개했다.

‘산신도’는 미국의 한 동양 미술사학자가 한국 미술의 중요한 특징을 잘 표현했다고 평가한 그림이다. 호랑이와 사람이 어우러져 무섭기만 한 호랑이를 친근하고 해학적으로 표현했으며 어눌하고 희한하지만 묘한 힘을 담아냈다.

‘모란괴석도’는 화승이 그린 그림으로 추정된다. 솟구치는 바위는 왕성한 생명력∙생장력∙힘을, 돌은 불사나 불멸을, 모란은 부귀영화를 나타낸다. 양옆에는 세련된 느낌의 감각적인 색채를 넣었다.

‘책거리’는 선비가 사용하는 책, 문방구, 서재에 넣는 기물을 포개서 올린 그림이다. 박 교수는 책거리의 구도에 주목했다. 붓은 위로 솟구쳐 있고 접시에 담긴 포도는 곧 쏟아질 것만 같다. 반면 접시는 반듯하게 놓여 있다.

박 교수는 “서양화에 길들여 있다면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며 “뒤죽박죽 구도가 전통적인 민화”라고 말했다.

책거리에서 포도는 다산을, 책은 문(文)을 상징한다. 즉, 벼슬아치 등 관리가 되고자 하는 소망이 담긴 그림이다. 여기에 꽈배기 모양의 수석은 무병장수, 부채는 그림 안에 그려진 모든 것이 이뤄지길 바라는 기원을 담았다. 또 책은 죽은 자의 음성이 기록된 문자로 후손이 조상으로부터 복을 받기 위한 염원을 담아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민화의 정통성을 어떻게 계승할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민화를 그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정형화된 궁중민화 또는 질이 낮은 민화를 색채 공부하듯이 그리고 있다”며 “똑같이 따라 그리는 것은 전통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화를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의 정신세계, 함축된 문화, 한국적 특징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또 민화의 장점과 특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도 중요한 과제다.

박 교수는 “민화가 보여주는 태도나 구성 등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 담겨 있는 정신적인 것을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M&A경제=김지민 기자] kjm@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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