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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칼럼] 생물가족의 일원으로 문화적 특징을 가진 인간
[김경준 칼럼] 생물가족의 일원으로 문화적 특징을 가진 인간
  •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 승인 2021.05.20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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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문화적 요인에서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한국M&A경제] 금파리들의 세계에서 암컷이 짝짓기 하는 동안에 수컷을 잡아먹는다. 수컷은 사랑은 하고 싶으나 암컷에게 잡아먹히고 싶지는 않다. 사랑 때문에 죽어야 하는 비극적 상황은 벗어나고 싶다. 즉, 타나토스 없는 에로스를 즐기고 싶은 것이다.

수컷은 한 가지 책략을 찾아냈다. 수파리는 먹을 것을 <선물>로 가져온다. 암컷은 배가 고플 때 수컷이 가져온 먹이를 먹고 수컷은 위험에서 벗어난다. 그보다 진화된 파리들은 수컷이 곤충 고기를 투명한 고치로 포장해 와서 더 오랫동안 사랑을 즐길 수 있다.

또 어떤 파리 종은 선물 개봉시간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가져오는 포장물은 두껍고 부피가 크지만 사실은 비어있다. 암컷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면 이미 수컷은 용무를 끝낸 뒤이다.

대비책으로 암컷들은 고치가 비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흔들어 본다. 수컷은 꾀를 내어 암컷이 흔들 것을 예상하고 고깃덩어리로 착각하게 하려고 자기 배설물을 적당히 담아서 선물꾸러미를 만들기도 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선물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파리들에게 고도의 지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본능으로 반응하는 파리들조차도 생존과 번식의 방정식을 풀기 위해서는 고도의 도전과 응전의 행동 패턴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파리 수컷은 암컷을 만나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려 하지만 귀중한 난자를 제공하는 대가를 기대하는 암컷에게 수컷들은 자신의 몸을 바치거나 선물인 먹이를 주어야 한다.

수컷 입장에서 한 마리 암컷과 나누는 1회의 사랑보다 다수의 암컷과 나누는 수 차례의 사랑이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유리하기에 먹이를 주고 목숨을 건지려 하지만 먹이는 수컷에게도 귀중한 자원이다. 사랑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수컷들은 선물을 주거나 아니면 속임수를 써서 사랑을 하되 자원은 지키고 죽음은 면하려는 행동으로 발전한다.

인간 세계에서도 남녀 간의 선물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정자는 사실상 무한하고 난자는 유한하다. 또한 남녀가 자신의 유전자를 반씩 섞어서 낳은 자식을 키우기 위한 육체적 정신적 부담은 여자에게 훨씬 크다. 따라서 여자는 본능적으로 난자를 제공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선물, 즉, 물질적 혜택이나 정신적 헌신을 요구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잠재된 심리는 파리처럼 노골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문화적 요소와 결부되어 훨씬 세련되게 나타난다. 적절한 언어와 몸짓을 통한 의사소통과 더불어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선물이 수반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여자는 남자의 물질적 정신적 능력과 헌신을 평가하고 마음을 열고 사랑에 이른다.

파리와 인간의 거리는 침팬지와 인간의 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멀다. 그러나 비록 행동의 단면이지만 생명체로써 가장 기본적인 번식을 둘러싼 문제에서 놀라우리만큼 공통점을 가진다는 것은 문화도 결국 반복되는 본능이 양식화되고 세련된 형태라는 접근이 문화인류학의 핵심이다. 또한 뇌 연구의 발전과 함께 급격히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진화심리학에서도 인간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적 기제도 진화과정에서 생존과 번식을 위해 최적화한 결과물로 본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인간이 지닌 고유한 특성

진화론의 성과를 통해 인간은 생물계의 일원으로 존재하는 것은 분명해졌고, 인간이 하는 행동은 생물로서의 유전적 특징에 따른 것이 많다.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나 세련된 문명의 산물로 보이는 행동들에도 기저에는 생물적 본능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음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한 지능을 가지고 집단생활을 하면서 후천적 문화에 따라 커다란 차이를 가지는 특성도 강하다.

입맛과 같은 개인적 취향에서 자연을 대하는 태도, 옳고 그름의 개념, 타인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 등 사회적 성향까지 태어날 당시의 유전적 요인보다 후천적인 사회문화적 요인에서 더욱 큰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다른 생물들과 구별되는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다.

인간의 삶에서 모든 것은 인간에서 시작하여 인간에서 끝난다. 생명을 받아 세상에 나오고 성장하고 교류하고 죽음을 맞는 삶의 전 과정은 결국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탐구는 지능을 가진 인류가 출현하고 고대 문명이 형성되면서 자연히 시작되었을 것이다.

오랜 기간 인간이 인간 자신에 대해 생각하여 왔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이는 인간이 가진 유전적 다양성과 함께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문화적 요소가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특정한 환경에서 생성된 종교, 문화, 전통에 따라 인간 본성에 대한 정의도 다양하고 또한 나름대로 각자 논리적 기반도 갖추고 있기에 보편타당한 정의를 내릴 수 없다. 다만 자신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입장을 정립할 수 있을 뿐이다. 즉, 다양한 인간에 대한 사고들 중에서 자신이 납득할 수 있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기준이 될 수 있는 현실적 인간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는 인문학이 삶을 풍요롭게 하려면 인간에 대한 생각이 다양성을 포용하고 현실에 부합하여야 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편협하고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을 수용하게 된다면 이는 개인의 건전한 사고를 왜곡시키고 삶을 피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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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M&A경제=편집부] news@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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