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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칼럼] 인간은 생물가족의 일원인가, 신과 같은 특별한 존재인가
[김경준 칼럼] 인간은 생물가족의 일원인가, 신과 같은 특별한 존재인가
  •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 승인 2021.05.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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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동물학자 제인 구달이 발견한 인간과 침팬지의 비슷한 점

[한국M&A경제] 현생인류의 지구상 출현은 약 200만 년 전으로 추정되고, 사람과 침팬지는 대략 500만 년 전에 분화되었다. 불을 다루게 되면서 음식이 부드러워지고 영양분 섭취량이 많아지면서 두뇌 용적이 늘어났다. 대략 20만 년 전에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의 두뇌 용적은 1,600㏄까지 커졌다. 3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 구석기시대가 시작되었고, 1만 년 전의 신석기 시대에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시작된 원시 농경으로 문명 시대가 열린다.

인류가 탄생하기 이전에도 시간은 존재한다. 137억 년 전 빅뱅으로 인한 우주의 탄생, 45억 년 전 태양과 지구의 형성에 이어 35억 년 전 지구상 최초의 생물이 나타났다. 기나긴 우주의 역사에서 찰나와 같은 인류 문명의 역사를 과학자 칼 세이건은 ‘이 세계는 어마어마하게 늙었고, 인류는 너무나도 어리다’고 표현한다. 그가 우주 역사를 1년으로 변환하여 ‘에덴의 용’에서 소개한 우주력을 보면 실감 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우주 역사에서 볼 때 현재의 우리는∙∙∙ 

우주의 역사를 1년으로 보았을 때 인간이 구석기 시대 벽화를 그린 후 1분, 농업을 시작하고 문명 시대로 진입한 지 40초가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이 짧은 시간에 인류는 석기시대에서 청동기-철기시대를 거쳐서 산업혁명, 정보혁명에 이어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태양계 밖의 우주를 탐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작은 머리 안의 뇌에 우주와 자연의 원리가 담기고 있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도, 중국과 같은 4대 문명 발상지는 일찍이 농경이 시작되고 고대국가가 형성됐다. 권력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신이나 하늘과 같은 초월자를 상정하고 이집트의 파라오, 중국의 천자와 같은 인간세계의 지배자를 이와 결부시키는 유형이 공통적으로 발달한다.

이런 배경에서 고대부터 18세기까지 세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강력한 프레임이었던 대부분의 종교는 공통적으로 인간과 초월자의 관계를 설정하고 인간을 비록 부족하지만, 신과 같은 속성을 지니는 존재로 자리매김해 왔다. 동물과 같은 위치에서 출발하여 문명과 지능이 발달하면서 동물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로 자신을 규정한 인간은 자연과학적 지식이 확장되면서 역설적으로 인간이 동물과 공유하는 속성을 다양하게 발견하게 된다. 진화론의 효시로 1859년 출간된 ‘종의 기원’에서 찰스 다윈이 인간은 미생물로부터 진화한 결과물이라고 주장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당시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진화론에 대해 토마스 헉슬리와 윌리엄 윌버포스 주교 간에 벌인 논쟁은 진위는 불분명하지만, 당시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유명한 에피소드로 지금도 회자된다.

1860년 과학적 지식에 충실했고 자신을 ‘찰스 다윈의 불독’이라고 부를 정도로 진화론을 적극 지지했던 헉슬리와 진화론의 적(敵)으로 명성을 날리던 영국국교회 윌버포스 주교간의 논쟁이 1860년 옥스퍼드 대학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벌어졌다. 윌버포스가 “당신 조부모 중 어느 쪽이 유인원과 친척이냐”며 조롱하자, 헉슬리가 “과학적 토론을 하면서 상대를 조롱하는 데 자신의 재능과 영향력을 사용하는 인간보다는 차라리 유인원을 조부모로 택하겠다”고 되받았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 인간과 동물은 확연하게 구분되는 특징을 가진다. 언어를 사용한 복잡한 의사소통, 타인과 정교하게 협력하는 능력,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방식, 예술-문화와 같은 추상적 가치를 추구하는 등 완전히 다른 특징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들이 동물행동학과 해부학, 뇌의 메커니즘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면서 비록 양상은 다르지만 다른 동물들에도 광범위하게 발견되면서 정도의 차이일 뿐 유무의 차이는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자료=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자료=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침팬지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동물과 인간의 뇌의 구조와 메커니즘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면 전통적으로 인간 고유의 특성으로 간주하여 온 생각과 의식을 동물들도 가지고 것이다. 이 분야를 영국의 동물학자 제인 구달 (1934~ )이 침팬지 연구를 통해 이해를 넓혔다. 

영국에서 태어난 그녀는 20대 중반에 아프리카 여행 중에 저명한 고생물학자로서 케냐 나이로비 자연사 박물관장을 역임하던 루이스 리키(1903~1972)를 만났다. 1960년부터 탄자니아의 곰비 국립공원의 침팬지 집단을 현지에서 수십 년간 관찰하였다.

침팬지들에게 집단의 일원으로 인정받아 털 고르기까지 해 줄 정도로 친밀해지면서 집중적으로 관찰한 결과 침팬지들이 사냥을 벌이고 다른 동물의 고기를 먹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나뭇가지를 개미구멍에 쑤셔 넣는 도구로 사용하여 흰개미를 잡아먹는다는 사실에서 도구의 제작과 사용은 인간만의 특성이라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당시 이를 확인한 후원자 루이스 리키가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을 다시 정의하던가, 도구를 다시 정의하던가, 아니면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언급은 유명하다.

또한 침팬지들이 내부 갈등으로 동족을 죽이는 사례를 발견하여 겉보기에 평화로워 보이는 침팬지도 실제로는 잔인한 측면이 있으며 인간과 유사한 어두운 본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렸다. 그녀는 말했다. “침팬지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우리 인간을 닮았다.”

인문학의 탐구대상은 인간이고 시대에 따라 인간을 보는 기본 관점이 변화하여 왔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도 중요한 분기점이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인간은 생물 가족의 일원이면서 고도의 지능을 가진 독특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미생물과 동일하지만 작은 뇌 속에 우주의 원리를 담을 수 있는 지능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존재 이유 등 추상적 사유를 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이를 다시 확장하면 인간을 지나치게 미생물과 동등하다고 폄하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신적인 존재로 지나치게 미화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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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M&A경제=편집부] news@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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