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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규제당국, 엔비디아-ARM M&A 불허 검토∙∙∙결국 무산되나?
英 규제당국, 엔비디아-ARM M&A 불허 검토∙∙∙결국 무산되나?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1.08.04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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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CMA, “국가 안보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 있다” 판단
반도체 패권다툼 속 ‘중국’ 걸림돌 지목∙∙∙영국까지 가세
韓 공정위, “경쟁 저하 우려 등 중점 검토할 것”
사진=영국 경쟁시장청
사진=영국 경쟁시장청

[한국M&A경제] 미국 IT 기업 엔비디아(NVIDIA)의 영국 팹리스 기업 ARM홀딩스 인수 작업이 영국 규제당국에 가로막혔다.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요인으로 전 세계에서 반도체 부족 현상이 일어나는 가운데 반도체 공룡의 탄생에 빨간불이 다시 한번 켜진 듯 보인다.

3일(현지시각) 미국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승인하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국가 안보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4월 영국 매체 <가디언>은 CMA가 양사의 M&A로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 우려가 있는지 등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 올리버 다우든(Oliver Dowden) 장관은 CMA에 1단계 조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CMA가 정부에 제출한 1차 보고서에는 이번 거래로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주로 담겼다고 전해진다.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암의 AI 연구시설. (출처: 엔비디아)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ARM의 AI 연구시설(사진=엔비디아)

◇44조 원 규모의 초대형 M&A∙∙∙젠슨 황, “18개월 내 완료 자신”

ARM은 반도체의 기본 설계도를 제작하고 관련 특허를 팔아 수익을 낸다. 미국 퀄컴과 한국 삼성전자가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은 곳이기도 하다. 2016년 일본 소프트뱅크가 인수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400억 달러(약 44조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고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대표는 18개월 안에 양사의 M&A를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발표 후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양사의 M&A는 여전히 첩첩산중을 걷는 모양새다. 양사의 M&A가 애초 계획한 18개월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는 시각은 물론 무산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미∙중 간 반도체 기술 패권다툼에도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양 국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가장 큰 걸림돌로 중국이 지목됐다. 

엔비디아가 지난 6월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에 승인을 요청했고 일각에서는 양사의 M&A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AMR의 반도체 업계 승인 심사는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18개월 정도 걸린다. 엔비디아가 SAMR에 승인을 요청한 것은 인수 계획 발표 후 약 8개월 이후다. 최종 승인까지 1년 정도 걸린다고 가정하면 애초 계획보다 더 늦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2019년 3월 이스라엘 멜라녹스(Mellanox) 인수 계획 발표 후 최종 계약까지 약 13개월 걸린 점을 보면 양사의 M&A 역시 계획한 기간 안에 성사될 것이라는 게 젠슨 황 대표의 관측이다. 또 그는 “중국의 경우 다른 나라 규제당국의 승인 결과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며 “현재 심사 중인 곳으로부터 승인받으면 중국의 심사 역시 무리 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엔비디아
사진=엔비디아

◇퀄컴, 알파벳, MS 등 반대표∙∙∙인수 작업 난항

젠슨 황의 주장대로라면 오히려 엔비디아는 ARM 인수 작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양사의 M&A는 이전부터 안개 속을 걷고 있었다. 퀄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술기업이 국가 안보와 기술 유출 등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지면서부터다. 

지난 2월 미국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퀄컴은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규제당국에 양사의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퀄컴 측은 “양사의 합병으로 다른 반도체 기업은 ARM의 기술을 사용하는 게 힘들어질 것”이라며 “ARM과 다른 기업의 거래 과정에서 엔비디아가 큰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도 양사의 M&A에 대한 부정적인 관측이 나온다. NH투자증권 도현우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ARM 기술력을 흡수하면 자사 칩 설계 핵심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120억 달러(약 13조 7,500억 원)의 현금 투입으로 IT 업계에서 절대적 영향력 발휘가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GPU 업계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며 “ARM을 인수하면 CPU 반도체 시장까지 독식해 반도체 설계 기술을 독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기업에는 일부 제품만 공유하거나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식으로 생태계를 교란시킬 것이 우려도 크다”고 덧붙였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엔비디아와 ARM의 M&A를 심사 중이지만, 아직 별다른 결론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 4월 공정위 측은 “엔비디아와 ARM의 기업결합을 가급적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양사의 M&A로 관련 시장을 봉쇄할 가능성이 있는지, 경쟁이 저하될 우려가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M&A경제=염현주 기자] yhj@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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