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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위기·국내공급 감소·규제 강화···늪에 빠진 제조업
고용 위기·국내공급 감소·규제 강화···늪에 빠진 제조업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0.08.2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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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직격탄 맞은 제조업
자동차부품·D램·1차 금속 등 중간재 국내공급 급감
고용유지지원금 만료 후 본격적 위기 우려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코로나19 여파로 부진에 빠진 제조업에서 감지되는 이상 징후가 심상치 않다. 정부는 3달 연속 취업자 수의 감소 폭이 줄어들고 있다며 코로나19 고용 충격에서 회복 중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이 또한 서비스업의 이야기일 뿐 전자통신·자동차 등 제조업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국내공급도 작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증가세였지만, 지난 2분기 들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외국에서 수입한 제조업 제품의 공급금액(실질)을 지수 형태로 파악한 통계로, 내수 동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다.

포스코가 실시하고 있는 취업지원 교육에 참가한 청년 구직자들이 전기용접 실습을 하고 있다. (출처: 포스코)
포스코가 실시하고 있는 취업지원 교육에 참가한 청년 구직자들이 전기용접 실습을 하고 있다. (출처: 포스코)

제조업 고용 위기, 국내 산업의 중추가 흔들린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8년 1월 이후 최대치의 낙폭을 기록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20년 7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보험에 가입한 전체 제조업 상용·임시 노동자는 351만 5천 명이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만 5,000명이 줄어든 것이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해 9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후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11개월째 감소 폭을 확대하고 있다.

중분류에서는 ‘전자부품’, ‘영상 및 음향기기’ 중심으로 감소 폭이 확대되고 있는 ‘전자·통신(-1만 3,400명)’과 ‘자동차(-1만 500명)’에서 가입자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자동차 업종이 “코로나19에 따른 해외 판매부진 및 생산량 감소” 때문에 침체를 겪고 있으며, “수출 감소와 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수요 감소는 ‘1차 금속(-2,500명)’ 고용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기계장비(-5,900명)’와 ‘기타운송장비(조선업, -3,100명)’에서도 둔화가 지속하고 있다. 제조업에서 눈에 띄게 증가세가 이어지는 업종은 ‘의약품(+3,500명)’이 유일하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2만 1,000명)’에서는 제조업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29세 이하(-4만 1,000명)’에서는 많이 감소했다. 특히 자동차 제조업에서는 ‘남성(-7만 3,000명)’, ‘29세 이하(-6만 4,000명)’, ‘30대(-6만 명)’가 크게 줄어 20·30세대의 타격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수 및 증감. 단위:천명 (출처: 고용노동부)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수 및 증감. 단위:천명 (출처: 고용노동부)

한편, 7월 한 달 동안 고용보험에 가입한 실업자에게 지급된 구직급여 수혜금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96억 원(약 36%) 늘어난 1조 1,885억 원으로, 지난 5월부터 3달 연속 1조 원을 돌파했다.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수도 제조업이 21만 9,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구직급여 수혜금액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올해 2월부터 여섯 달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지급된 누적 구직급여 수혜금액은 6조 7,239억 원에 달한다.

이는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노동부는 “고용보험제도가 막 도입되기 시작했던 1998년과 절대 수치를 비교하는 것에는 크게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금융 위기보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가 더 심각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경고를 보내고 있다.

고용행정 통계로 본 20년 7월 노동시장 동향 (출처: 고용노동부)
고용행정 통계로 본 20년 7월 노동시장 동향 (출처: 고용노동부)

국내공급 감소에 공장가동률도 급감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제조업의 위기는 고용 통계 외 다른 지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7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제조업 국내공급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올해 2분기 101.3으로 국산(-5.7%), 수입(-1.2%)이 모두 줄어 한 해 전보다 4.6% 내렸다. 반도체 설비투자가 급감한 2018년 3분기(-5.5%)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통계청은 “코로나19에 2분기 수출이 부진했고, 자동차부품 등 수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제조업 중간재 공급이 줄면서 전체 제조업 국내공급이 한 해 전보다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간재는 광공업 및 다른 산업의 원재료, 연료, 부품 등으로 투입되며 자동차부품, 반도체, 전자부품, 1차 금속, 나프타 등이 여기에 속한다. 중간재 국내공급은 지난해 동기대비 10.4% 급감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선박 수주·공급 등 기타운송장비(+42.1%)를 제외한 1차 금속(-13.3%), 전자제품(-8.5%), 화학제품(-7.04%)에서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2/4분기 제조업 국내공급동향 (출처: 통계청)
2020년 2/4분기 제조업 국내공급동향 (출처: 통계청)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째 60%대에 머문다. 코로나19 본격 확산 이전인 3월(74.4%)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며 2000년대 들어 처음 3개월 연속 60%대를 기록 중이다. 지난 13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지난달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은 67.0%로 지난해 7월보다 6.9%P 감소했다.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지난 2월 69.6%로 떨어진 후 3월 69.8%, 4월 66.8%, 5월 66.2%를 기록하며 5달 연속 70%를 밑돌고 있다.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은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좋지 않아 소비가 감소하면 대기업 역시 생산량을 조정하고 불필요한 장비 가동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에 기재된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TV 공장가동률은 80.5%로 전년 97.5%에 비해 무려 17%P 낮아졌다. 지난해 91.8%였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공장가동률은 코로나 영향이 본격화된 2분기 실적이 더해지면서 66.8%로 주저앉았다.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하만(Haman)의 디지털 콕핏 부문 상반기 가동률은 50.1%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 또한 지난해 말 102%에 달했던 국내 공장가동률이 상반기 기준 86.8%로 크게 낮아졌다. 해외 공장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나라별 상반기 공장가동률은 미국 공장 54.8%, 인도 공장 51.0%, 체코 공장 59.5%로 모두 급락했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각국의 셧다운과 세계적인 자동차 수요 위축 장기화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각국 공장의 가동률 감소와 자동차 산업의 부진은 철강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철강업체의 맏형’인 포스코의 올해 상반기 조강 생산실적은 1,810만 5,000t으로 공장가동률은 83.6%에 그쳤다. 포스코는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매출 5조 8,848억 원, 영업적자 1,085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실적 공시를 시작한 2000년 이래 최초로 적자를 냈다. 

 

고용유지지원금 만료되는 9월 이후가 관건

올해 상반기 법인 파산신청 건수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다. 역대 최장기간 이어진 장마와 집중 호우로 인한 수해 피해가 더해진 상황에 코로나19 재유행 조짐까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수는 8월 18일 246명, 19일 297명, 20일 288명으로 3일 연속 200명대로 집계되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9일부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방역 조치를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로 강화한다고 밝혔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격화되고 있는 미·중 갈등도 부담이다. 8월 들어 10일까지 수출금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6% 감소했다. 지난 4월 25.5% 급감한 이후 회복세를 이어왔지만, 하반기 들어 다시 수출 하락 폭이 증가해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보다 9월 이후 본격적인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 크다.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이 9월이면 만료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휴업·휴직 수당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제도다. 사업체가 휴업하거나 직원들을 휴직시키면 임금의 70% 이상을 수당으로 지급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90%까지 줄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해왔다. 연간 한도가 180일인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코로나19가 본격화한 3월부터 집중된 것으로 볼 때, 9월부터 지급이 중단되는 사업장이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0일 오전 열린 제1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기획재정부)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0일 오전 열린 제1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기획재정부)

제조업을 중심으로 고용 상황이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자, 20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항공, 관광 등 8개 업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기간 연장과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약 92%에 달하는 제조업을 포함한 일반업종은 지급 기간을 연장하지 않을 방침이다. 여력이 없는 사업체의 경우 무급 휴업으로 전환하거나 심지어 폐업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정부 역시 하루 150억 원의 지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재원이 바닥난 한계 상황이다.

제조업 붕괴로 인한 대량 실업 사태에 대한 우려도 조심스레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아사(餓死) 상태에 있는 제조업에 각종 규제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어 마지막 숨통까지 조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 위반 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 외에 지난 10일 기준 국회에 발의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 법률안만 27건에 달한다. 또 근로자가 업무 외 휴가 중에 다쳐도 평균 임금의 60%를 지급해야 하며, 1개월 근무하고 퇴사 시에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근로기준법’ 개정 법률안도 27건이나 발의됐다. 여기에 상법 개정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하도급법 개정안, 노동법 관련 개정법률안 등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규제 관련 법안만 해도 300개가 훨씬 넘는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제조업 르네상스’를 외친 지 일 년이 훌쩍 지났다. 그 사이 코로나19 사태로 제조업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가 천명한 ‘르네상스’가 ‘라 테뢰르(La Terreur)’로 변질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대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정민아 기자] jeong@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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