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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반년···‘생존’의 문제인가, ‘생계’의 문제인가?
코로나19 사태 반년···‘생존’의 문제인가, ‘생계’의 문제인가?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0.08.31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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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2.5단계, 벼랑 끝 몰린 영세 자영업자
필요하다면 K-방역체계도 수술해야
긴급경제대책 300조 어디에 쓰였나···효과 검증 필요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방역 당국은 지난 28일 “거리 두기 2단계를 유지하되 카페·음식점 운영에 관한 추가 방역 조치를 오는 30일 0시부터 다음 달 6일 자정까지 시행한다”라고 발표했다. 한때 일일 신규확진자 수를 한 자리로 줄이며 ‘K-방역’ 신화를 자랑한 것도 잠시, 왜 우리는 다시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까. 코로나19 방역 실패의 원인과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행된 정부의 대책 및 앞으로의 대응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 3단계에 준하는 수도권 방역 강화

8월 2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일일 신규확진자 수 441명. 신천지 사태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증했던 3월 7일(483명)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를 시행하며 확산세를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지난 23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 사이에 2,398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28일 코로나19 국내 발생현황 정례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28일 코로나19 국내 발생현황 정례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질병관리본부)

최근의 유행 양상이 위험한 것은 특정 지역·특정 종교단체에 확진자가 집중되었던 지난 3월 1차 대유행 때와 달리, 전국 17개 시·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의 심각성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던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고위험시설뿐 아니라 목욕탕·영화관·종교시설·결혼식장 등의 중위험시설도 운영이 중단된다. 친목·가족 행사까지 포함한 모든 10인 이상의 집합 모임은 실내외 구분 없이 금지되며, 사실상 필수적인 사회·경제 활동을 제외한 일상생활 대부분이 통제에 들어간다.

당연히 국가 경제에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고 밝히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민생에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로 인한 충격이 더해지는 것에 부담감을 드러냈다.

정부는 일단 수도권에 내려진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를 일주일 더 연장하고 방역 조치를 강화해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가 시행되지 않도록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겠다는 방침이다. 강화된 방역 조치에 따라 8월 30일 0시부터 수도권 소재 프랜차이즈형 카페에서는 매장을 이용할 수 없고 포장·배달만 가능하며,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 제과점도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는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음료 등을 포장해 갈 때도 출입자 명부 작성, 마스크 착용, 이용자 간 2m(최소 1m) 간격 유지 등 핵심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최근 강원 원주시 체조교실(64명), 광주 탁구클럽(12명) 등 실내체육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데 따라 헬스장과 당구장, 골프 연습장 등 실내체육시설 운영 또한 중단된다. 코로나19 확진 시 치명률이 높은 고령층의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면회도 금지된다.

이와 함께 수도권 학원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도 확대되어 10인 이상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도 집합금지 조치 대상에 포함되며, 같은 시간대에 9명 이하의 학습자를 교습하는 시설로 신고된 교습소만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운영할 수 있다.

출처: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신문 DB
출처: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신문 DB

◆ 6월부터 잇달았던 전문가들의 경고

이번 방역 조치 강화에 따라 수도권 소재의 38만여 개 음식점과 제과점, 6만 3,000여 개 학원, 2만 8,000여 개의 실내체육시설 등이 다음 달 6일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벌써 10일 넘게 문을 닫고 있는 PC방·노래방은 물론 매장 영업이 금지된 프랜차이즈 카페와 포장 손님이 거의 없는 동네 식당, 9시 이후 손님이 몰리는 호프집에 이르기까지 자영업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생계 걱정에 나오는 건 한숨뿐이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앞으로 8일간 정부는 방역에 배수진을 치고 모든 총력을 다해 수도권의 확산세를 진정시켜 나갈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3단계 격상 조치를 바로 내릴 수 있도록 실행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도 “현재 유행상황이 지속한다고 할 때 다음 주에는 하루에 800명에서 2,000명까지 확진자가 증가할 수 있고 대규모 유행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감염병 모델링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다시 한번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정은경 본부장이 인용한 기모란 교수의 모델링은 지난 6월에 발표된 것이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기모란 교수는 지난 6월 12일 제2회 고양의료발전포럼에서 발표한 ‘코로나19 2차 대유행 예측모델과 대응전략’에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돌아가지 않을 경우 일일 신규확진자 수가 수백 명대로 폭증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황금연휴가 끝나고 5월 중순을 기점으로 다시 코로나19 신규확진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더니 다시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많은 예방의학 전문가들이 방역 조치 강화를 주문했었다. 기모란 교수 또한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 현재까지와는 다른 위험한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 강조하며 당장 생활 속 거리 두기를 그만두고 일일 신규확진자 수가 한 자리로 떨어질 때까지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일일 의심신고·확진자 현황 (출처: 질병관리본부)
코로나19 일일 의심신고·확진자 현황 (출처: 질병관리본부)

하지만 일일 신규확진자 수가 30~40명대를 오르내리던 상황에서 확진자 수가 800명대, 2,000명대로 급증할 수 있다는 경고는 피부에 와닿지 않았나 보다. 생활 속 거리 두기는 더욱더 느슨해졌고 사람들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다녔다. 정부는 소비쿠폰을 발행하며 내수 진작에 나섰다. 가라오케 종사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서울시는 룸살롱 등 유흥시설에 대한 집합금지명령을 해제했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다’는 지적에도 ‘K-방역’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코로나 끝이 보인다며 자화자찬하기 바빴고, 방역 성공 경험을 전 세계에 공유한다며 ‘K-방역’ 신화를 자랑하고 해외 반응을 살피는데 몰두했다.

◆ 왜 항상 전문가의 의견은 무시되는가

이쯤 되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왜 항상 전문가의 경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충분히 예방 가능한 시기에 나온 전문가의 경고는 무시되고, 위험은 결국 눈앞에 현실로 드러난다. 한발 늦은 대응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전대미문의 위기라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정부의 대응은 이 정형화된 과정을 벗어나지 못했다.

코로나19 일일 신규확진자 수가 400명을 넘어서자, 이제야 800명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회자되고 있다. 지금은 800명이라는 수가 27일 확진자 수의 두 배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물론 코로나19 재확산의 가장 큰 책임은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은 사랑제일교회와 광복절 도심 집회 참가자들에게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이미 일상이 되어 버린 때에 누구나 대면 종교 활동이 가능하고 집회 허가를 받는 것이 가능했다면, 집단 감염은 ‘누구’에 의해서 ‘언제’ 시작되는가의 문제였을 뿐이다.

지금도 온천·요양원·교회·게스트 하우스 등 곳곳에서 산발적 집단감염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경각심이 줄어들지 않도록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그것으로 부족하다면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를 통해 ‘예방’하는 것이 방역 당국의 역할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로 ‘확진자 ○명 발생’으로 시작하는 긴급재난문자의 형식과 방역수칙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반년이 넘게 동일한 경고를 듣다 해이해진 ‘국민 탓’을 하기 전에, 정말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예방의 책임을 최선을 다해 행했는지 방역 당국은 스스로 질문부터 던져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이제야 수도권의 방역 조치가 강화된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들이 많다. 만약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를 시행한다고 해도 지역 감염이 너무 확산하였기 때문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수도권 지역 일별 신규 확진자 현황 (출처: 질병관리본부)
코로나19 수도권 지역 일별 신규 확진자 현황 (출처: 질병관리본부)

◆ “현실이 바뀌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교회 등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은 이미 지역 사회로 퍼져 전국에서 2차, 3차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증상 감염자와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깜깜이 환자’다.

생활 속 거리 두기가 시행되던 당시 정부의 방역 강화 기준은 ‘감염경로 불명 확진자 5% 미만’이었다. 이때도 깜깜이 환자가 신규 확진자 중 10%를 넘어서며 방역의 걸림돌로 지적받고 있었다. 현재 깜깜이 환자의 비중은 신규 확진자의 40%에 달한다.

이미 두 달 전에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시행으로 막을 가능성이 있었던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리는 지금 3단계 격상을 목전에 두고도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놓여 있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확산을 멈출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면 이제는 다른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2단계로 안 되면 3단계, 3단계 시행은 부담이니 2.5단계, 이런 식의 단순한 대응은 현재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검사 거부자와 깜깜이 환자가 문제라면 방역 강화에 앞서 이들에 대한 집중적인 대응책부터 마련하여 시행해야 한다. 그래도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접촉자 추적을 기반으로 한 K-방역체계를 손봐야 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8일 제23차 정책점검회의에서 “현실이 바뀌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민의 인식 변화 요청보다 정부의 대응에 딱 필요한 말일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는 그 자체로도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지만, 장기간 시행했다가는 국가 패닉 상태에 빠질 수도 있는 강력한 방역 조치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대면 서비스 업종 종사자와 일용직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도 3단계를 시행했는데 방역에 실패했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다음의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닥친 국가적 위기가 맞다. 하지만 그 후 대응이나 대책에 따른 경제 상황과 위기 정도, 장기화 여부에는 사람의 개입에 의해 달라질 여지가 분명히 존재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8월 26일 오전 8시를 기하여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출처: 보건복지부)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8월 26일 오전 8시를 기하여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출처: 보건복지부)

정부는 이 시국에 뜬금없이 의대 정원을 확충하고 공공의대 설립을 강행하겠다며 코로나19에 헌신적이던 의료진마저 정부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최근 발표한 의료 정책 마련에 쓰인 시간과 노력을 의료계가 지속해서 요청해 온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확보와 감염병 지정 병원에 대한 인적·재정적 지원에 사용했다면 방역 당국의 부담은 여러모로 줄어들지 않았을까.

사회적 거리 두기가 3단계로 강화되면 고3 학생들까지 등교가 정지된다. 현재 고3은 물론 고2까지도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학사 일정으로 과연 수능을 볼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대에 입학할 학생 수로 싸우는 것은 당장 의대에 입학할 당사자인 학생들의 일상 먼저 찾아준 후로 미뤄도 늦지 않다.

코로나19 종식 전에 소비쿠폰을 발행하고 임시 공휴일을 지정해서 경제 활동을 부추기는 것 역시 내수 진작이 아니라 일시적인 반짝 소비 증가 후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내수와 일자리를 연쇄적으로 감소시켜 오히려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는 지적을 충분히 고려했어야 한다.

재정 여력이 빠듯하다면 재난지원금을 다시 지급할지, 20만 원으로 할지 30만 원으로 할지, 일괄 지급할지 차등 지급할지를 이슈화할 것이 아니라, 긴급경제대책 마련에 쓰인 300조 원에 달하는 예산이 코로나19 위기라는 현 상황에 시의적절하게 효과적으로 쓰였는지부터 점검해야 할 것이다. 300조 원 중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에 사용된 예산은 12조원에 불과하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대응 체계가 수정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바이러스의 위협이나 국가 위기 상황에서 동일한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질병 ‘통계’가 아닌 질병 ‘통제’가 핵심이 되는 방역과 ‘사후약방문’이 아닌 한 수 앞을 내다본 정부의 전염병 ‘예방’ 대책을 기대한다.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정민아 기자] jeong@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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