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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산업안정기금 확정···한숨 돌린 대한항공, 속 타는 LCC
기간산업안정기금 확정···한숨 돌린 대한항공, 속 타는 LCC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0.05.22 2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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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조 규모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지원 요건 충족하는 항공사, FSC 두 곳뿐
벼랑 끝 LCC···추가 지원 절실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지난 20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방안이 의결됐다. 발표에 따르면 지원 요건을 충족하는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나아항공 두 곳이 될 것으로 보여, 그간 정부의 추가 지원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저비용항공사(LCC)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스타항공 등 일부 LCC 사장들은 국토교통부와 면담을 요청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예외적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 항공·해운 업종에 긴급 지원 확정

정부는 지난 2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제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세부 운용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날 결정된 우선 지원 대상은 항공업과 해운업 중 총차입금 5,000억 원 이상, 근로자 수 300명 이상인 기업이다.

지원 대상 기업은 고용을 90% 이상 유지해야 하고,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임원 보수 등에 제한을 받게 된다. 홍남기 부총리는 “6월 중 실제 지원이 시작될 수 있도록 최대한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월 20일 열린 ‘제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월 20일 열린 ‘제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기획재정부)

다음 달 초부터 자금 지원 신청이 가능하지만, 40조 원 규모 기간산업안정기금은 고사 위기에 처한 LCC에는 ‘그림의 떡’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규모가 작은 대부분의 LCC는 차입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준으로 제시한 차입금 5,000억 원을 충족하는 항공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으로 풀서비스 항공사(FSC) 단 두 곳뿐이다. 이들은 1분기 기준 단기차입금만 각각 1조 원이 넘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LCC의 1분기 기준 장·단기 차입금 규모는 제주항공 1,484억 원, 진에어 300억 원, 에어부산 300억 원, 티웨이항공 65억 원 순이다.

만약 총차입금이 장·단기 차입금에 유동·비유동성 리스 부채를 포함하는 것으로 정해진다면, 제주항공은 차입금 6,417억 원, 에어부산은 5,605억 원으로 5천억 원을 넘어 지원 요건에 해당한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은 리스 부채를 더해도 각각 4,256억 원과 3,722억 원으로 기준 미달이다.

에어부산의 경우 총차입금의 기준이 되는 시점도 관건이다. 작년 말 기준 에어부산의 리스 부채 포함 총차입금은 4,866억 원에 불과해 기준을 올해 1분기 말로 잡아야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차입금 기준은 기금운용심의회에서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기간산업안정기금 1호, 대한항공 될 듯

지원 요건을 충족하는 FSC도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현재 HDC현대산업개발로 매각이 진행되는 중이라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이 될지조차 불투명하다.

코로나19로 모든 항공사가 위기를 맞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심각성의 차원이 다르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2년간 채권단에 지원받은 자금만 3조 3,000억 원에 달하는 등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영정상화가 시급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말 부채비율(기업의 보유 자산 중 부채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은 약 1,387%,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약 6,280%로 상상을 초월한다. 올해 1분기 아시아나항공의 국내, 국제여객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31%, 34%씩 감소해 1분기 영업손실 2,082억 원, 당기순손실 5,490억 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하늘길이 완전히 막혀버린 2분기 상황은 더 나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달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긴급 지원금 1조 7,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약속했지만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리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해소해야 할 차입금 규모만 2조 5,000억 원. 만약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상이 된다고 해도 언제, 얼마가 투입될지에 따라 차입금 해결에도 벅찰 수 있다.

출처: 대한항공 홈페이지
출처: 대한항공 홈페이지

대한항공도 올해 1분기 56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3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화물 부문에서 선방하여 시장의 우려만큼 손실 폭은 크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어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이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2017년 4,500억 원 이후 3년 만이며 1조 원 규모는 1962년 창사 이래 최대치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국책은행에서 지원받기로 한 1조 2,000억 원에 더해 총 2조 2,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또한,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칼호텔네트워크의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등 회사 소유의 자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그나마 ‘팔 것’이 남아 다른 항공사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대한항공이 올해 상환해야 할 회사채, 차입금 등이 4조 규모로 알려져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것은 마찬가지다. 일단 대한항공은 별 무리 없이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은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생사기로에 선 LCC, 줄도산 이어질 수도

대한항공에 대한 국책은행의 금융지원은 대한항공이 제시한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책)과 이행 상황에 따른 담보 제공 여부 등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약정 체결이 가능했기 때문에 이뤄졌다. 규모가 작은 LCC의 경우 코로나19 장기화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모든 LCC는 1분기 수백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냈고, 이스타항공과 에어서울은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모든 LCC가 순환근무제, 유·무급휴직 등 비상경영체제로 고정비 지출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그조차 한계에 달한 상황이다. LCC는 정부 지원에 생존이 달려 있어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에서 배제된다면 위기 극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총차입금에 리스 부채가 포함될 경우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티웨이항공 등 무차입경영을 원칙으로 노력해온 항공사가 배제되는 결과를 낳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피해를 본 기업’을 지원 대상으로 밝히고 있지만, 차입금 기준으로는 진에어나 티웨이항공처럼 경영 상태는 양호하나 코로나19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항공사는 지원받을 수 없다.

당초 LCC 지원 수요 자금으로는 지난 2월 국토교통부가 3,000억 원을 책정해 현재까지 1,940억 원이 국책은행을 통해 지원됐다. 제주항공은 400억 원을 지원받았으며,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심사가 완료되는 대로 1,700억 원의 추가 집행이 예정되어 있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국책은행에서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통하는 방식으로 각각 880억 원과 300억 원을 지원받았다. 또한 진에어가 300억 원, 티웨이항공이 60억 원을 운영자금으로 지원받았으나, 제주항공으로 인수될 이스타항공과 신생 업체인 플라이강원에는 지원 자금 자체가 없다. LCC 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은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출처: 티웨이항공 홈페이지
출처: 티웨이항공 홈페이지

이스타항공과 플라이강원 등 일부 LCC 사장은 22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측과 지원 방안 마련 등에 대해 면담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LCC가 기대하는 부분은 ‘핵심기술 보호, 산업생태계 유지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추가대상이 가능하다고 명시된 예외 조항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애초에 지원해줄 생각이었으면 기준을 낮춰서 대부분의 LCC가 해당할 수 있도록 해줬을 것”이라며 예외 조항을 적용받는 것이 더 힘들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LCC는 단거리 해외여행 수요가 대부분인 특성상 상대국의 입국 금지 조치가 풀리는 것은 물론 위축된 여행 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 수익이 나기 힘든 구조이다. 대형기가 없어 화물 수요를 통한 실적 만회도 어렵다. 현 상황이 지속할 경우 LCC는 구조조정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 정부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지원을 계속할 수 없지만, 단기적으로는 종사자들의 고용 안정과 연관된 문제가 너무 크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 항공 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종사자는 약 25만 명에 달한다. 이대로 가면 LCC의 줄도산을 시작으로 지상조업사, 하청업체 등 ‘일자리 붕괴 도미노’가 현실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정민아 기자] jeong@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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