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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전환 따른 내연기관차 퇴출 조짐∙∙∙자동차 부품업계의 위기?
친환경차 전환 따른 내연기관차 퇴출 조짐∙∙∙자동차 부품업계의 위기?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0.09.25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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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시장, 친환경차 중심으로 전환기 맞아
내연기관차의 엔진 노후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혀
우드맥킨지, “2024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유지비용 같아질 것”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전환기를 맞았다. 유럽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내연기관 신차 판매금지 조치를 제안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한 규제 강화에 나섰다.

내연기관차를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 자동차 부품 산업의 위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내연기관차 엔진의 경우 연식이 오래되고 주행거리가 길어질수록 엔진 노후화가 진행되며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CO₂) 등 유해가스 배출량이 늘어난다. 즉, 대기환경오염의 주범인 셈이다. 이를 개선하지 못할 경우 내연기관차의 퇴출은 정해진 수순이다. 

특히 영국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가 23일(현지시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유지비용이 같아지는 시점을 2024년으로 내다보면서 내연기관차를 비롯한 관련 부품업계의 시장은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내연기관차 부품업계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美 캘리포니아, 2035년부터 휘발유 신차 판매 금지

유럽에서는 오는 2025년부터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내연기관 신차판매가 중단된다. 영국은 2035년부터, 프랑스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스페인은 2023년까지 마드리드(Madrid), 바르셀로나(Barcelona) 등 인구 5만 명 이상 도시에 자동차 통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California) 주정부가 2035년부터 휘발유 신차의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내연기관차 퇴출 조짐을 보이고 있다. <WSJ(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현지시간) 개빈 뉴섬(Gavin Newsom) 주지사는 “2035년부터 캘리포니아에서 휘발유차와 경유차의 판매를 금지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35%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신차 구매에만 적용된다. 2035년 이후에도 휘발유 중고차 구매는 가능하다. 기존에 갖고 있던 승용차를 처분할 필요도 없다.

<WSJ>는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발표는 내연기관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에 불과하다”고 분석하며 “앞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이 어떻게 재편될지 주목할 만하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는 1970년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을 공포해 연방정부보다 엄격한 배기가스 배출기준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13개 주가 캘리포니아의 「청정대기법」을 따르고 있는 것을 보고 <WSJ>가 이같이 분석한 것으로 여겨진다. <NYT(뉴욕타임즈)>도 “캘리포니아 산불과 폭염 등 기후변화로 인해 타격을 입는 시기에 지구온난화에 맞서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내연기관차의 퇴출 조짐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지난 7월 「서울판 그린뉴딜」을 통해 “2050년까지 서울의 모든 차량을 친환경 전기∙수소차로 바꿀 계획”이라며 “내연기관차의 사대문 안 통행을 제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2050년부터 서울 전역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광주광역시도 지난 8월 ‘인공지능(AI)–그린뉴딜’을 기반으로 ‘녹색도시 광주’의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2050년까지 노후 경유차 4,900여 대를 조기 폐차하고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등록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는 ‘인공지능(AI)–그린뉴딜’을 기반으로 ‘녹색도시 광주’의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2050년까지 노후 경유차 4,900여 대를 조기 폐차하고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등록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광주광역시)
광주광역시는 ‘인공지능(AI)–그린뉴딜’을 기반으로 ‘녹색도시 광주’의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2050년까지 노후 경유차 4,900여 대를 조기 폐차하고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등록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광주광역시)

내연기관차의 종말 따른 관련 부품업계 위기오나?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 자동차로 전환하면서 자동차 부품업계 역시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IBK경제연구소가 2018년 발간한 ‘한국 자동차부품 산업의 경쟁력분석과 대응방안’에 따르면 내연기관차를 구성하는 약 3만 개의 부품 중 1만 1,000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엔진 관련 부품은 모두 사라지고 파워트레인, 변속기, 클러치 등 구동 및 전달부품은 37%, 기존 내연기관용 전장품은 70% 정도가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엔진과 변속기는 난이도가 높고 기술력이 축적된 부품으로 내연기관차의 비중이 축소되면 경쟁이 점차 심화돼 기업간 통∙폐합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영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내연기관 완성차 업계가 친환경차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전환함과 동시에 자동차 부품 시장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며 “내연기관차 설비가 축소되는 만큼 전기∙수소 자동차 설비도 확대되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자동차 시장은 수직구조로 형성돼 있다”며 “내연기관차 판매량이 부품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말을 예측하기에는 아직 섣부른 일이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예측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loomberg New Energy Finance, BNEF)은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 신차의 판매량을 추월하는 시기는 2030년대 후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학회도 지난해 3월 ‘2030년 자동차 동력의 가는 길: 주요 기술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자동차 기술 및 정책 개발 로드맵 발표회’에서 엔진을 장착한 차량이 2030년 세계 자동차 시장의 9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화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 패러다임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전기∙수소차 부품 시장은 커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엔진 등 내연기관차 부품시장이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 불가피∙∙∙기존 부품의 R&D 선행돼야

전문가들은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부품업계는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종화 교수는 “시장에서의 생존여부는 기업이 얼마나 경쟁력을 갖췄는가에 있다”며 “기존 부품에 대한 효율과 품질, 성능 개선을 우선으로 한 R&D(연구개발)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영 연구위원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이미 경쟁이 시작됐다”며 “자동차 부품업계도 미래차로의 전환을 대비하기 위해 R&D를 통한 역량을 키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의 지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기업은 규모가 큰 중견기업도 있지만 대부분 영세한 기업이다. 이들은 자체 R&D를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가장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부품업계 입장에서는 자동차가 실제로 얼마나 팔리느냐가 아닌 산업의 생존 문제가 걸린 것”이라며 “시장전망도 중요하지만 부품업계가 미래차 시장에 상생∙생존할 수 있는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박영선)는 지난 6월 「내연기관 협력사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현대∙기아차와 함께 내연기관 중소 부품기업간 미래차 관련 협력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박영선 장관은 “정부, 완성차, 부품업체 모두 힘을 합해 당장의 위기 극복은 물론 향후 미래차 시대를 대비한 내연기관 부품업체의 중∙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기”라며 “미래차 전환을 추진하는 부품기업에는 관계부처와 협력해 R&D∙사업화, 금융, 사업전환 제도 등을 활용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도 미래 모빌리티 시장 변화에 발맞춰 자동차 부품업체 지원에 나섰다. 내연기관 부품업체가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 부품기업으로 전환하도록 돕고 미래차 완성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되도록 돕기 위해서다. 권평오 사장은 “세계 각국이 미래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업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한국의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염현주 기자] yhj@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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