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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 스타트업하기 딱 좋은 나이
5060, 스타트업하기 딱 좋은 나이
  • 박재승 비주얼캠프 대표
  • 승인 2019.11.28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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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은 결코 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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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세대의 경험과 지식이 스타트업 창업에 큰 이점이 될 수 있다. (출처: 픽사베이)

실제 스타트업 창업현장에서는 중장년 창업자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많은 초기 투자자들은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바로 ‘사람(팀)’이라고 입을 모은다. 흔히 투자를 결정할 때 혁신적인 아이템이나 기술력 등을 최우선으로 볼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필자가 만나 본 투자자들 역시, 스타트업의 대표나 팀원, 이들의 역량과 경험에 주목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 분위기도 많이 변했다.

‘나이 든 사람은 고루하다’, ‘나이 든 사람은 꼰대다’, ‘나이 든 사람은 행동이 느리다’, ‘나이 든 사람은 인사이트가 없다’, ‘나이 든 사람은 그냥 경험만 있다. 그래서 아는 체만 하고 실행력이 없다’, ‘나이 든 사람은 나이만 많이 먹은 사람’이라고 치부했던 분위기가 이제는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기의 한 축이었던 50대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과거와는 다른 세상을 역동적으로 경험한 세대다. 유선전화에서 무선전화, 모바일폰, 스마트폰까지 신기한 세상을 경험하고 때마다 혁신적인 기술을 만나고 터득한 세대다. 실로 어느 세대도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면서 지금까지 국가 경제 성장의 중심축을 묵묵히 담당해 왔다.

필자는 염색하지 않은 흰머리를 날리면서 인생 후배인 투자심사역 앞에서 투자설명회(IR) 피칭을 할 때 부끄러움보다 당당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그들의 냉정한 평가를 통해 생각을 조정하고 배우게 된다. 투자사들도 이전과는 다르게 다가온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현장 경험이 큰 무기

많은 스타트업들이 창업 2년 만에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맞이하는 것은 기술과 사업 모델은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경험 없는 도발적인 도전과 경영의 미숙함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 중견기업과 상장기업의 임원을 지내면서 수많은 사례를 겪고 위기 국면을 극복하면서 얻게 된 현장 경험들이 큰 무기가 됐다. 이러한 경험이 필자의 회사를 안정적인 스타트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필자의 회사가 IT 동아/네이버 비즈니스가 운영하는 ‘2019년 스케일업 코리아’ 업체로 선발되면서 네이버 비즈니스 판에 실린 분석기사에는 이렇게 평가돼 있다. “젊은 20대 개발자들과 경험이 있는 코파운드와의 연륜과 패기의 조화로움이 돋보인다”라고.

경험은 살아온 인생이 만들어 주는 보석이다. 이제 투자자들도 젊음의 스마트함과 패기에만 투자하지 않는 것 같다. 언제 어떻게 불현듯 다가올지 모르는 위기 국면을 타개해나갈 소방수와 같은 경험치가 오롯이 몸에 배어 있는 연식이 있는 창업자들을 제법 신뢰한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더 이상 나이가 발목을 잡지 않는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나이 든 사람은 더 많이 멀리 내다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

 

비전 제시 가능

또한, 많은 초기 투자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이템이 좋아 젊은 창업가에게 투자했지만, 회사 운영에 불안한 부분이 많다’고 말이다. 그런 부분에서 중장년 스타트업은 분명 경쟁력이 있다.

스타트업이 겪는 큰 문제 중 하나가 인사(조직관리) 문제인데, 중장년층은 상대적으로 그동안 쌓은 사회생활 경험을 통해 비교적 더 잘 대처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관리자 경험이 있는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직원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비전을 제시하는 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한다.

국내 한 대기업 액셀러레이터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로 나오면 창업자의 생각과 다른 모습을 보일 때가 많은데, 비즈니스 경험이 풍부한 40~50대는 돌발 상황에 대한 문제 해결 능력이 젊은 층보다 상대적으로 뛰어난 경향이 있다.”

물론 중장년 창업가가 문제 해결 능력이나 경영 능력 면에서 젊은 최고경영자보다 우월하다고 일반화시키는 것은 위험한 논리이며 결코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이와 경험이 주는 유리함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창업현장에서 마주치는 투자자들은 더 이상 ‘나이’라는 굴레나 편견으로 중장년 창업자를 평가절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스타트업=젊음’이라는 공식은 지울 때가 됐다. 스타트업 창업에 ‘나이’라는 편견은 어울리지 않는다. 5060세대는 청년 못지않은 열정에 기술력과 노하우까지 갖췄다.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한 경영 철학도 경험과 연륜에서 나오는 공통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황금기가 찾아 온다

사실 성공한 청년창업가 중에서도 중년에 이르러서야 전성기를 누리는 경우도 많다. 스티브 잡스의 황금기도 그가 40세 이후 애플에 복귀하고 나서부터 찾아왔다. 세상을 뒤바꾼 혁신 제품 아이폰을 통해 정보기술(IT) 시장을 송두리째 바꾸고 혁신했을 때의 그의 나이는 52세였다.

그렇다. 4050, 5060은 스타트업하기 가장 좋은 나이다.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고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영양제나 보톡스 주사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나의 일을 할 때가 아닐까?

평생 젊게 살 수 있는 비법은 가슴 뛰는 나의 일을 하는 것이다. 아마도 내 또래의 중장년들은 지금껏 가족들을 부양하느라 하고 싶은 일을 머릿속 한켠으로 미뤄 놓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 회사나 조직의 울타리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경우에는 ‘과연 창업이라는 야생의 세계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미처 개발하지 못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본인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재능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많다.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신 있게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내공의 가치를 믿어 보자.

경험은 결코 늙지 않는다. 그리고 인생은 한번뿐이다. 더 늦기 전에, 진짜 나를 위해 미쳐 일해 보고 싶지 않은가? 미지로 가득한 강렬한 창업의 세계에서 적어도 한번은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 싶지 않은가?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도 이런 말을 했다. “가능성이란 처음부터 있는 게 아니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성공의 비결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시도하고 도전하면서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남은 일생을 후회로 보내는 것보다 잠재력을 찾아가며 도전하는 삶이 훨씬 값질 것이다.

 


<strong>박재승</strong><br>스타트업 비주얼캠프 대표이자,&nbsp;숭실대학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박재승
스타트업 비주얼캠프 대표이자, 숭실대학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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