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5:53 (금)
[칼럼] 액티브 시니어들의 지갑을 훔쳐라
[칼럼] 액티브 시니어들의 지갑을 훔쳐라
  • 박재승 비주얼캠프 대표
  • 승인 2020.03.02 1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수 경제시대, 인구학적 구조에 주목하라!
출처:
향후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게 될 영향력 있는 집단으로서 시니어의 영향력이 더욱 막대해지고 있다. (출처: 픽사베이)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2019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를 얼마 전 읽게 됐다. 제목은 <미지의 대륙(undiscovered continent), 장수 경제의 부상>! 디지털에 친숙한 ‘젊은 어른’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여기에 기술 트렌드가 접목되면서 향후, 장수 경제가 다양한 방면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때문에 미래 소비를 주도하는 중심 주체로서 ‘젊은 어른’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이들에 맞춤화된 서비스와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말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인구학적 구조야말로 스타트업 창업자가 아이템을 발굴하는 데 있어서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가 아닐까? 이제 초고령 사회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초고령 사회가 던지는 묵직하고 우울한 화두도 많지만, 적어도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전 세계적 고령화 진행

특히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만큼 고령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앞으로 5년 후인 2025년이면 노인이 국민 5명당 1명인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된다고 한다. 출산율의 저하와 맞물려, 앞으로의 인구 구조상 시니어 시장은 계속해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고령화 사회는 비단 한국적 상황만은 아니다.

향후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게 될 영향력 있는 주축 집단으로서 시니어의 영향력이 더욱 막대해지는 만큼, 이 시장이야말로 아직 제대로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신세계이자 기회 시장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중년 창업자들의 경우, 시니어 세대에 대한 공감도가 더 높기 때문에 시니어 창업 아이템을 선별하는 데 있어 분명 장점으로 작용할 거라고 본다.

중년층 자신의 삶의 경험이나 노부모님들의 생활 속에서 캐치한 간접 경험을 토대로 창업 아이템을 찾아본다면, 아무래도 젊은 세대가 캐치하지 못하는 또 다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필자는 20년 전 온라인이 막 개화할 무렵, 실버 세대 전용포탈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구상과 사업 플랜을 짰었다. 지금도 그때 모아 둔 자료들을 보관하고 있고, 한 번씩 들춰 보면 여전히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그때 이미 우리나라 인구구조를 예측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 당시엔 실버세대를 위한 전용 홈쇼핑이나 사이트는 전무했고, 일부 포탈의 한부분으로 서비스가 제공돼 실버 세대들의 접근이 쉽지가 않았다. 설사 접근을 하고 그 사이트에 방문했어도 구입할 물건이 한정적이었다.

성인용 기저귀나 지팡이, 보신 약품 등 노인=환자 취급을 받을 수 있는, 한마디로 좀 힘 빠지는 제품들이 대부분이어서 가뜩이나 노약자 취급받는데 그런 사이트는 한 번 가고 멀리하게 된다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당시 나는 그런 현실에 주목해서 실버 세대들의 니즈를 공략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으로 실버 패션을 생각했었다. 어르신 옷은 주로 자식들이 구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본인의 취향도 아닌 옷을 얻어 입을 수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이었다. 자기 선택권을 강화하면 그들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점차 온라인 종각, 종묘 공원을 만들어 시니어 전문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나아가서는 실버 플랫폼을 꾸미고 싶었다. 자연스레 동호회도 만들어지고 상거래도 이어지고 하는 게 필자의 구상이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참 괜찮은 발상이었음에는 틀림없다는 확신이 든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 아이템은 때가 맞질 않았다.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 그렇다. 모든 사업은 적정한 때가 있다. 인터넷이 보급 초기였던 터라, 사실 어르신들이 애당초 인터넷 사이트를 사용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제일 큰 장벽이었다.

 

60대 엄지족의 등장

그런데 이제는 다르다. 시대가 바뀌었다. 지금의 50~60대와 70대조차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잘 다루고 사용한다. 60대 엄지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바일 쇼핑은 물론 각종 커뮤니티 활동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정보 검색이 능수능란하다. 스스로 물건을 선택하고 직접 구입까지 척척이다.

앞서 언급한 장수 경제의 주체, ‘젊은 어른’들이 급부상한 것이다. 이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젊은 어른, 액티브 시니어, 그레이트 그레이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같다. 이들의 공통점은 디지털에 친숙하며, 취미, 여가 등 여러 분야에서 주체적으로 즐거움을 찾으면서 가치 소비를 한다는 것, 그리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는 자아실현형 장년층이기도 하다.

또한, 기존의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젊음과 외모,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젊은 세대가 중심이었던 정보기술(IT) 콘텐츠 등의 영역에서 왕성한 활약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사례는 요즘 미디어를 통해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치매 예방을 위해 손녀딸의 도움을 받아 SNS를 시작한 후, 80여만 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거느리게 된 박막례 씨, 서울 패션위크 등 굵직한 패션 무대를 누비고 있는 실버 모델 김칠두 씨 등은 실버 세대의 활동 영역이 더 이상 한정돼 있지 않음을 보여 준다. 즉, 젊은 어른들의 활동 무대가 넓고, 관심 분야도 다양해진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한 기회 시장 또한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사실 그동안 실버 세대들을 위한 서비스나 제품은, 고령자 케어 중심이었다. 물론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세대이기에, 헬스케어와 돌봄 분야의 사업 아이템은 앞으로도 유효한 가치를 가질 것이다.

예를 들면 외부활동이 불편한 시니어 돌봄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연결해 주는 플랫폼 서비스 등이 있다. 하지만 시선을 여기에만 가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노인이라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벗고, 능동적인 소비자로서의 가능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고정관념을 탈피해 시니어 비즈니스 성공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는 사례가 있다.

이플루비라는 스타트업은 기존 시니어 제품에 대한 편견을 벗고, 이를 새롭게 재해석해 주목받고 있다. 시니어들이 주로 사용하는 돋보기, 안경줄 등에 유니크한 디자인을 덧입혀 패션 아이템으로 바꾼 것이다.

노인스러운 이미지가 강해서 밖에 꺼내기가 꺼려졌던 돋보기를 오히려 멋진 패션 소품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외모에 관심이 많은 액티브 시니어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주효했다.

지금 젊은이들에게 핫하게 주목받고 있는 젠틀몬스터라는 안경점에 제법 나이 든 중년층들도 많이 방문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돋보기조차도 이제 나의 얼굴을 가꾸는 중요한 패션 소품이 된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는 대목이 아닐까?

아류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젠틀 시니어(가칭)’라는 로고로 시니어 패션 안경시장을 열어 가는 것도 의미 있는 시장 개척이 아닐까? 충분히 실현 가능한 사업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 대륙의 실수라고 불렸던 중국의 샤오미처럼.

 

장수 경제 영역으로의 확장

이뿐 아니라,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IT 기술을 이용해 장수 경제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이른바 ‘에이지 테크(AGE TECH)’ 스타트업들로 불리는 이들의 활약은 소셜 네트워킹, 주거 공유, 금융 등 다방면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핀테크 영역에서는 시니어와 부모의 돌봄 부담이 있는 자녀 세대를 위한 계좌 모니터링, 생활요금 납부, 자산관리 등, 세분화된 서비스들이 느는 추세라고 한다. 첨단 I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보청기는 고령화 시대의 블루오션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이외에도 확장될 수 있는 사업 분야는 굉장히 다양할 것이다. 실버 세대가 느끼는 정서적인 외로움에 도움이 되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힐링 서비스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기술 등과 접목된다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으리라.

단, 실버 세대들의 경우 개인의 건강상태나 자산, 가치관 등에 따라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하나의 공통된 시장으로 해석하기보다는 개인화된 분석을 통해 타깃층을 정확히 나누고, 세분화(시그멘테이션)하는 전략이 필수라는 점은 꼭 기억하자.

인구 구조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고령화 시대의 거대한 물결은 스타트업 창업자에겐 기회의 물결이기도 하다. ‘젊은 어른’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아이템을 준비한다면 초고령 사회의 승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과감히 지갑을 열 수 있는 중년 청년의 지갑을 노리는 것이 현명한 접근 방식이다.

 


<strong>박재승</strong><br>스타트업 비주얼캠프 대표이자,&nbsp;숭실대학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박재승
스타트업 비주얼캠프 대표이자, 숭실대학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