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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에 20조 원 규모 뉴딜펀드 조성∙∙∙“과거 관제펀드 전철 밟나?”
한국판 뉴딜에 20조 원 규모 뉴딜펀드 조성∙∙∙“과거 관제펀드 전철 밟나?”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0.09.07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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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5년까지 ‘정책형 뉴딜펀드’ 신설
“과거 관제펀드와 다를 바 없어”
“전철 답습 않기 위한 구체적인 메커니즘 필요”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오전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 및 뉴딜금융 지원방안」을 확정∙발표했다. 한국판 추진동력을 뒷받침하고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흡수∙활용하기 위해서다. 지원 방안은 ▲정책형 뉴딜펀드 신설 ▲뉴딜 인프라펀드 육성 ▲민간 뉴딜펀드 활성화 등 3개 유형으로 설계됐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 사업은 금융산업을 한 차원 높게 업그레이드할 기회”라며 “시중의 유동자금이 부동산을 떠나 새로운 투자처로 이동할 수 있도록, 뉴딜펀드가 매력적인 투자 대안이 되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정책형 뉴딜펀드∙∙∙모펀드 7조 원, 자 펀드 13조 원 출자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20조 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를 신설해 한국판 뉴딜 사업∙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투자할 계획이다. 35%를 차지하는 7조 원으로 정부, 산업은행, 성장사다리펀드가 출자한 모(母)펀드가 조성된다. 나머지 13조 원은 은행, 연기금 등 민간자금을 매칭해 자(子)펀드를 만든다. 자펀드를 통해 뉴딜 관련 기업, 프로젝트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모펀드는 자펀드의 후순위 출자자 역할을 맡는다. 민간 자금이 선순위에 투자하기 때문에 민간투자자가 가입한 뉴딜펀드가 10~35% 손실이 나지 않는다면 원금이 보장된다. 반면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 7조 원 내에서 손실을 우선 흡수하는 것이다. 즉, 투자 리스크를 정부 재정으로 메운다.

뉴딜 인프라펀드에 대해서는 강력한 세제혜택을 부여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투자금 2억 원 한도 내에서 투자에 따른 배당소득에 대해 9%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민자사업 대상채권을 퇴직연금 투자 대상에 포함하는 등 퇴직연금이 뉴딜 인프라에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마련할 예정이다.

정책 및 민간금융기관의 뉴딜금융 등 뉴딜펀드 조성과 함께 전후방기업과 산업에 대한 자금지원 확대를 병행 추진한다. 정책금융기관은 뉴딜분야 자금공급 비중을 2019년 8%에서 2025년 말 12%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특별온레딩 프로그램 등을 통한 뉴딜기업 대상 저리 대출공급으로 정책금융기관들은 향후 5년 간 100조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대출∙보증 방식으로 뉴딜분야에 공급해 나아갈 방침이다. 민간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뉴딜금융 관련 각종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출처: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출처: 청와대)

“과거 용두사미로 끝난 관제펀드와 다르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발표한 뉴딜펀드가 과거 녹색펀드, 통일펀드 등 ‘관제펀드’의 전철을 반복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 동안의 관제펀드는 정부 주도 아래 화려하게 시작했으나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성과도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마디로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녹색성장 정책에 맞춰 ‘녹색펀드’를 출자했고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총 42개의 펀드가 나왔다. 설정액은 3,000억 원에 육박할 정도였다. 이 정부는 2008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가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했고 이듬해 2월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어 4월에는 국내 금융기관과 녹색성장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녹색금융협의회’를 창립했다. 그러나 2014년 경부터 수익률 부진으로 자금이 이탈하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10억 원 미만의 ‘자투리 펀드’로 전락했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도 최근 1년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남북관계 개선으로 수익률이 개선될 것으로 보였지만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5일 ‘뉴딜펀드 관련 7문7답’을 통해 “과거 녹색펀드, 통일펀드는 사업 실체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한국판 뉴딜의 차별화된 강점을 발표했다.

우선 디지털∙그린은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신산업 분야라는 점이다. 또 관련 예산이 이미 선정돼 사업 구체성이 상당수준 갖춰진 점, 재정이 후순위 위험부담을 지는 점, 정책펀드 운용경험이 축적된 점 등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3일 대통령 주재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개최해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 뉴딜금융 지원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출처: 금융위원회)
정부는 3일 대통령 주재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개최해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 뉴딜금융 지원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출처: 금융위원회)

“투자만으로는 신성장 발전 못할 것”

금융위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병태 KAIST(한국과학기술원) 경영공학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유동자금이 넘치는 상황에서 또 다시 투자금을 모으는 것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신산업은 자금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없어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타다서비스, 원격진료 등 규제 중심의 정책이 오히려 성장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규제만 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며 “자본이 아닌 투자처를 마련해 성장동력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관제펀드와 다르다는 정부의 발표는 어느 정도 이해한다”면서도 “수익률이 얼마나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밀고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충분히 준비가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관제펀드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어떤 메커니즘을 만들겠다는 부분이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한편 원금보장에 대한 불확실성도 문제점으로 지적 받는다. 가장 큰 논란은 투자가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손실을 메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익명의 한 시민은 ”정부가 사실상 원금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일반인 투자자 사이에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면서도 “지급시점이 2025년 이후라면 설사 펀드가 부실덩어리가 돼도 다음 정권으로 책임이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원금보장은 이뤄지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우려를 표했다.

금융위는 “’디지털∙그린경제’라는 글로벌 추세는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쉽게 변화하기는 어렵다”며 “정부 임기가 만료돼도 금융권이 세계 흐름에 따라 자체 경영전략에 따라 뉴딜분야에 대한 투자가 이어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으로는 투자자의 걱정을 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역시 같은 정당계열임에도 불구하고 녹색펀드에서 통일펀드로 관제펀드가 바뀌었던 점을 볼 때 현 정권이 2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펀드가 다음 정권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강경훈 교수는 “현재 방안은 결국 과거를 답습하는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펀드가 유지될 수 있도록 기관이나 책임자를 뽑는 등 구체적인 ‘행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염현주 기자] yhj@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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