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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가천대 길병원 교수, “병원 살아남기 위해 네트워크 중심으로 구축해야”
이언 가천대 길병원 교수, “병원 살아남기 위해 네트워크 중심으로 구축해야”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0.11.24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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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1회 선명 부동산융합포럼에서 강연
“병원이 환자에게 오는 시대”
데스티네이션 메디슨∙∙∙의료분야의 15분 도시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이제는 환자가 병원을 찾아가는 시대가 아닌 병원이 환자에게 오는 시대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교수가 24일 오전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61회 선명 부동산 융합포럼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시대 비대면 진료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병원도 네트워크 중심으로 탈바꿈하지 않는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고 밝혔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교수가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61회 선명 부동산 융합포럼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시대 비대면 진료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교수가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61회 선명 부동산 융합포럼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시대 비대면 진료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 어반 로드 셰어링∙∙∙‘도심을 어떻게 분산시키느냐’ 집중

‘어반 로드 셰어링’(Sharing the Urban Load)은 일부 도심에 집중돼 있던 것들을 어떻게 분산시키느냐에 있다. 도시화는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을 거쳐 진행돼 왔으나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다시 분산되기 시작했다.

파리의 ‘15분 도시’가 대표적이다. 파리는 프랑스의 수도로 정치, 경제, 교통, 학술, 문화의 중심지뿐만 아니라 세계 문화의 중심지다. 그러나 파리를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카페와 식당 등은 2주간 영업을 중단하는 등 도시의 기능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소르본 대학(Université de la Sorbonne) 카를로스 모레노(Carlos Moreno) 교수 등이 주창한 도시계획 개념이 ‘15분 도시’다. 걸어서 15분 이내에 학교, 직장, 의료, 상점, 각종 여가시설 등이 존재해 주민들이 그 범위에서 완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지난 6월 파리 안 이달고(Anne Hidalgo) 파리시장이 재선에 도전하면서 공약으로 내건 것도 15분 도시였다.

15분 도시는 코로나19 이후 직장과 각종 시설, 사람이 몰리는 도심 집중에 대한 문제 제기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의료분야에서 15분 도시를 적용할 수 있다. 이언 교수는 이것을 ‘데스티네이션 메디슨’(Destination Medicine)이라고 정의를 내리며 “의료분야에서 대표적인 데스티네이션 메디슨은 ‘원격의료’”라고 말했다. 원격의료는 환자가 직접 병원에 방문할 필요 없이 통신망이 연결된 모니터 등 의료장비를 통해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세계적으로 의료와 ICT(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이 이뤄지면서 신성장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교수는 “앞으로 병원은 외래 대기실, 병실, 검사실이 있는 물리적 위치가 아닌 네트워크 중심의 시스템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이런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미국 머시버추얼 병원(Mercy Virtual Care Center)이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병원에 환자가 없다는 것이다. 병원 의료진은 미국 내 7개 주 38개 병원과 집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300명 이상의 의료 전문가가 비행 관제소처럼 보이는 곳에 앉아 환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MSKCC(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는 지난해 뉴욕 롱아일랜드에 암 위성병원을 열었다. 복잡한 대도시에 사는 뉴욕 시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의료기관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직전에 열며 뉴욕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교수가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61회 선명 부동산 융합포럼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시대 비대면 진료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교수가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61회 선명 부동산 융합포럼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시대 비대면 진료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 원격의료, 안전성 등 문제로 진료시간 길어져∙∙∙AI 도입 필요성

기존 대면 진료는 3-3-3 원칙에 따라 환자와 의사의 대면 시간이 짧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혔다. 반면 비대면 진료는 여유 있게 환자의 상태를 관찰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환자 중 약 3분의 1은 SNS를 통해 원격으로 진료를 보고 있다”며 “사진이나 동영상을 주고받는 등 환자와 의사의 관계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안전성 등의 문제로 진료시간이 길어진다는 단점도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진료시간이 길어질 경우 의사의 부담이 가중된다”며 “진료비를 올리는 것 보다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AI(인공지능)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초고속 통신기술과 AI는 새로운 진료공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방식으로 의료 접근성을 높인다면 사람들이 의료 서비스를 찾는 방법은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인력’ 부분도 필요한 부분 중 하나다. 이 교수는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구축돼 있더라도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아무 소용없다”며 “의사와 환자가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온라인 상에서 환자가 의사를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방법이 ‘의사 콜센터’다.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환자가 의사 콜센터를 통해 증상을 설명하면 AI가 필요한 의료진을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콜센터 직원이 일일이 환자를 대응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AI가 1차 진료에서 의료진을 연결할 역량은 충분히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번역기도 입력한다면 의료시장의 국적이 없어져 시장규모가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국 스타트업 그랩프레시는 2018년 중국 핑안굿닥터와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앞으로 의약품 배달도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그랩프레시)
태국 스타트업 그랩프레시는 2018년 중국 핑안굿닥터와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앞으로 의약품 배달도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그랩프레시)

◇ 기존 산업의 의료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 열려

한편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집’의 기능도 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병원’의 기능도 ‘집’으로 이동하면서 코로나19 이후 의료시장에도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교수는 대면 및 비대면 의료시장이 절충되고, 특히 공유진료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헬스케어 기업 에덴헬스(Eden Health)는 뉴욕, LA 등 5개 도시 25개 공유오피스 컨벤(Convene)에 공유진료 공간을 만들며 입주기업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통기업 월마트(Walmart)는 샵인샵(shop-in-shop) 형식의 진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마트를 방문한 쇼핑객이 잠깐의 시간을 내고 진료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중국의 핑안굿닥터(Ping An Good Doctor)는 AI를 이용한 ‘1분 클리닉’을 설치해 진료를 한다.

기존 산업이 의료시장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보인다. 2018년 핑안굿닥터와 태국 식료품 배달 서비스 스타트업 그랩프레시(GrabFresh)는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앞으로 그랩프레시는 의약품 배달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비앤비형 병원도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봤다. 즉, 대형 병원 근처에 숙소를 잡아 가까운 거리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환자들은 쾌적한 공간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의료 혜택을 받는다. 이 교수는 “이 서비스가 확장되면 집에서도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염현주 기자] yhj@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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