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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만에 경마 재개됐지만 "이대론 말산업 '고사'"…언택트 정답 알지만
4개월만에 경마 재개됐지만 "이대론 말산업 '고사'"…언택트 정답 알지만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20.06.1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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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굴레에 '온라인화' 무산…"말산업 정상화 가시밭길"
5일 경기 과천 렛츠런파크 서울(경마공원)에서 훈련하는 말 뒤로 한국마사회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 News1
5일 경기 과천 렛츠런파크 서울(경마공원)에서 훈련하는 말 뒤로 한국마사회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 News1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한국마사회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넉달 가까이 중단됐던 경마대회를 19일부터 '무관중'으로 재개하기로 했다. '말산업의 허브'라 불리는 경마가 재개되면서 운영 중단 기간 동안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은 관련 업계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이는 회생의 신호탄이라기보다 '고육지책'에 가깝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고객들의 입장이 원천 차단되면서 절대적 수입원인 승마투표권(마권) 판매 수익이 '제로'인 탓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쉽게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최대 화두인 '언택트'(Untact∙비대면) 시스템을 경마 산업에도 전면 도입해 경쟁력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지난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제출됐지만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폐기돼 더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19일부터 무관중 경마…주변 국가는 '손실폭 감소', 우리는 '제 살 깎아먹기'

19일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부산경남을 시작으로 서울과 제주 등 3곳에서 경마 대회가 '무관중'으로 재개된다. 생계 위협을 받고 있는 승마 종사자들만이라도 숨통을 틀 수 있게 경기를 열고 상금을 지급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이는 '언 발에 오줌누기'식 방편에 불과하다. 마권 판매 수익이 없기 때문에 상금 또한 마사회 재정으로 충당, 지급해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언택트(비대면)' 발권 시스템 도입한 주변 국가들은 무관중 경마에도 불구하고 큰 타격을 입지 않고 있다. 2월부터 무관중 경마를 실시한 홍콩의 경우 매출 손실은 코로나 사태 초기 전년 동기 대비 25%에서 3월 20%로 줄었다. 일본은 3월 기준 10%, 호주도 15%까지 감소폭을 줄였다. 

일본과 홍콩, 호주의 경우 온라인 경마권 발행 체계를 이미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도입했다. 일본은 지난 2018년 총 매출 중 68.8%인 22조원이 온라인 발권을 통해 얻은 수익이다. 온라인과 유사한 계좌발매 매출까지 합치면 약 88.8%에 달한다.

마사회 또한 지난 2014년 비대면 발권 플랫폼인 '렛츠런파크 마이카드'를 도입한 바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경마권을 발급 받을 수 있도록 해 고객 편의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다른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의 전자발권 시스템은 제약이 많다. 경마장내 와이파이(무선 인터넷 망)에 접속해 있지 않으면 발권 자체가 불가능하다. 경마장에 입장해 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셈이다. 

현 '한국마사회법' 제6조 1항은 "경마를 개최할 때에는 경마장 안에서 마권을 발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2항에는 "경마장 외 장소에 마권의 발매 등을 처리하기 위한 시설을 설치∙이전 또는 변경하려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있다. 무관중 경마 경기는 마권을 판매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마중단기간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적 손실 추정액© 뉴스1(한국 마사회 제공)


경마, 말산업 비중의 '90%'…"말생산·자영업자·지자체까지 동시다발 타격"

국내 경마산업은 말산업 전체 규모의 90%에 육박한다. 그만큼 경마 운영 중단 이후 산업계와 사회 전체에 끼치는 타격이 상당하다.

마사회는 경마가 중단된 지난 2월23일부터 6월18일까지 매출 손실액이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초유의 장기 휴장으로 경마∙말산업 종사자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기수∙조교사∙관리사 등 경마 관계자들은 1110명에 이른다. 이들의 주 수입원인 월 평균 200억원 가량의 상금이 경마중단 기간 동안 지급되지 않았다.

말 생산농가도 3월초 예정된 경매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예상하지 못한 타격을 받았다. 올해 상장될 예정이었던 168두 말 중 최소 50%만이 낙찰됐다고 가정해도 평균 낙찰가 4000만원 기준 35억원 가량의 매출이 사라졌다. 

경마산업과 생계가 밀접하게 연관된 자영업자나 근로자들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천∙부산경남∙제주 30개 지사에는 편의점 71개, 식당 26개가 입점해 있다. 식당의 경우 월평균 8억6000만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 사태 이전 평균 월 매출 14억원을 기록했던 편의점도 수입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경마제세금 손실액도 월평균 12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저세,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로 납부되는 세금은 경마매출액 중 16%를 차지한다. 모두 지방세나 지역균형발전과 관련된 재원이라는 점에서 지역경제 발전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 News1


사행성 우려 탓 '까다로운 규제'…"언택트, 경쟁력·투명성 강화될 것"

이처럼 경마에 대해 까다로운 규제가 적용되는 것은 '사행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불법 사설 경마장이 꾸준히 적발되고 있고 이에 따른 사회적 피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규제보다는 온라인화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이같은 폐혜를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대 국회 때인 지난 2019년 11월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마장외' '전자식 구매수단'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마사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한 바 있다.

강 의원은 당시 제안이유에서 "전자식 구매수단 도입으로 합법경마 시장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불법사설경마 이용자들이 스스로 합법의 세계로 이동하도록 유도해 불법도박범죄로부터 적극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실명 확인 기반 데이터 구축을 통해 마권 구매상한선을 넘지 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해 건전 레저산업으로서 기능을 강화하고, 장외발매소 과밀화 문제를 해소해 사회적 부작용을 완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이 이 법안을 발의한 시기는 코로나 사태와 언택트 이슈가 일기 전이다. 이 법안이 제대로 된 논의를 거쳐 국회를 통과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극심한 피해는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 법안은 여야를 막론한 의원 19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했었다. 

마사회 관계자는 "말산업 가치사슬에서 경마부문은 중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마 매출 감소는 고스란히 종사자, 생산농가, 연관업체의 몫"이라며 "말산업이라는 거대한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는 작업이 필요하다. 경마시장과 연관된 1차, 2차, 3차 산업을 생각한다면 경마산업에도 비대면 시스템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사출처_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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