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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업계, 재편 움직임∙∙∙M&A 대신 유상증자 나서는 이유
LCC 업계, 재편 움직임∙∙∙M&A 대신 유상증자 나서는 이유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1.07.19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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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포기한 제주항공, “액면가 감자 후 확정할 것”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주식 취득∙∙∙지분율 40% 전망
항공업계, 이스타항공 M&A 주목∙∙∙ “결과 따라 LCC 재편 영향 줄 것”
사진=제주항공
사진=제주항공

[한국M&A경제] 저비용 항공(LCC) 업계가 유상증자를 통해 생존 방안을 모색 중이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티웨이항공을 시작으로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은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코로나19 팬데믹으로 LCC 업계가 1년 넘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상증자로 돌파구를 마련에 나선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적사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이 시작한 화물 운송사업은 기대 이상이 성과를 보였다”면서도 “LCC는 국내선의 운항 횟수를 늘리거나 신규 취항 등으로 최악의 상황만 면했을 뿐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는 효과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관광 비행 상품 역시 초반보다 소비자로부터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며 영업 적자는 지속해서 이어갈 것으로 보았다. 

 

사진=에어부산
사진=에어부산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대신 유상증자 결정

최근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이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 요소 제거에 나섰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7일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제주항공은 다음 달 13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액면가 5대1 감자 건을 승인한 후 유상증자에 대한 세부사항을 확정할 계획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액면가 5대1 감자는 결손금 보전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며 “액면가가 5,000원에서 1,000원으로 떨어지는 것뿐, 주가가 5대1로 떨어지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따라서 주식합병과 달리 주식 수도 변동이 없어 인위적으로 조정되지 않는다는 게 제주항공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국내 항공사 대부분이 자본잠식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감자와 유상증자 결정은 경영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조처”라고 덧붙였다. 

제주항공은 자금 확보를 위해 M&A 대신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분석이다. 앞서 제주항공은 2년 전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이스타항공과의 합병을 추진했다. 그러나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의 여파,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 문제, 항공 노선 운항 중단, 최대주주인 이상직 의원의 법정구속 등의 불확실성으로 이듬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다. 

당시 유진투자증권 방민진 연구원은 “이스타항공과의 M&A가 무산되면서 제주항공은 계약금 115억 원과 대여금 100억 원의 손실을 봤다”면서도 “추가로 발생할 재무적 부담만큼은 덜어낸 셈”이라고 밝혔다. 

에어부산은 지난 15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에어부산은 주당 2,235원에 보통주 1억 1,185만 주를 발행한다. 총 2,500억 원 규모다. 

같은 날 아시아나항공 역시 계열사 에어부산 주식 약 4,400만 9주를 978억 여 원에 추가 취득했다. 에어부산 자본확충 등 재무구조 개선과 에어부산에 대한 아시아나항공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취득 예정일은 오는 10월 1일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 지분율은 40%가 될 전망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유상증자 성공 시 증자대금은 채무상환과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며 “자본잠식 및 부채비율 개선 등 재무구조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사진=티웨이항공
사진=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결과 따라 LCC 업계 재편될 것”

LCC 중 올해 가장 먼저 유상증자를 결정한 곳은 티웨이항공이다. 지난 3월 티웨이항공은 800억 원 규모의 제삼자배정 유상증자를 했다. 배정대상은 더블유밸류업유한회사로 제이케이엘(JKL)파트너스가 투자목적으로 설립했다. 사업 및 경영상 목적 달성, 투자자의 의향과 납입능력, 시기 등을 고려해 이사회가 선정했다고 전해진다. 

앞서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11월에도 경영난 극복을 위해 668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했고 구주주와 우리사주조합의 적극적인 청약 참여로 경쟁률 99.85%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티웨이항공이 확보한 자금은 666억 원 정도 된다. IB 업계는 올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티웨이항공에 대한 자본잠식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았다. 

일각에서는 티웨이항공이 LCC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 대신 유상증자를 선택했다고 추측했다. 

이스타항공과의 M&A에 실패한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해 8월 일찌감치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면서 재무개선 가능성을 높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대한항공 계열사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에어부산∙에어서울의 통합이 점쳐지면서 티웨이항공이 설 자리가 축소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박소영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일단 티웨이항공은 급박한 유동성 우려가 완화된 셈”이라며 “영업현금 순유출 규모를 고려할 때 추가 자본 확충이나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 않으면 단기간 내 유동성 위험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항공업계는 이스타항공의 M&A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회생법원은 이스타항공의 M&A 추진을 허가했고 이스타항공은 M&A 재도전 기회를 얻었다. 5월 충남권 건설업체 성정과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하면서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새 주인 찾기에 돌입했다. 

이스타항공의 매각 작업은 여전히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법원은 이스타항공의  제출 기한을 2개월가량 연기했다. 지난 5일에는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성정의 자금력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항공업계는 성정의 이스타항공 인수 절차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이스타항공 인수전은 운항이 완전히 중지된 상태에서 매각이 진행되는 항공업계의 첫 사례”라며 “인수 결과에 따라 LCC 재편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국M&A경제=염현주 기자] yhj@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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