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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이름 이어온 ‘대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까
20년간 이름 이어온 ‘대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까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1.06.10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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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대우실업으로 시작∙∙∙한국 경제 한 축 담당
대우 출신 인사도 활발한 활동 이어가
GM대우, 포스코대우, 미래에셋대우 등 이름 사라져
서울스퀘어 외관. 대우그룹이 계열사 임직원이 모두 일할 수 있는 사옥 마련을 위해 대우센터빌딩을 지었다.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금호아시아나, 모건스탠리 등이 인수했다. 현재 NH투자증권이 소유하고 있다(사진=서울스퀘어)
서울스퀘어 외관. 대우그룹이 계열사 임직원이 모두 일할 수 있는 사옥 마련을 위해 대우센터빌딩을 지었다.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금호아시아나, 모건스탠리 등이 인수했다. 현재 NH투자증권이 소유하고 있다(사진=서울스퀘어)

[한국M&A경제] 그룹 해체 후에도 20년 넘게 이름을 유지해 온 기업이 있다. 

대우그룹은 1968년 고(故) 김우중 회장이 설립한 대우실업을 시작으로 1990년대 말까지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대규모 기업집단이다. 1970년 후반에 들면서 현대, 삼성, LG에 이어 재계 4위까지 올랐다. 

대우그룹은 M&A 전략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기업으로 꼽힌다. 1973년 영진토건과 동양증권 인수로 건설과 금융업에, 1974년 동남전자 인수로 전자제품 수출업에, 1976년 한국기계 인수로 중공업 사업에 진출했다. 1978년 옥포조선소를 인수하며 대우조선을 세웠고 1979년 새한자동차를 인수해 중공업 사업군을 형성했다. 

특히 대우그룹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빠른 성장을 이뤘다. 1981년 대우개발과 대우실업을 합병하고 주식회사 대우를 출범시켰다. 1983년에는 대한전선 가전 분야를 인수해 전자∙전기 산업에 진출했고 같은 해 대우자동차를 통해 자동차 시장에까지 발을 넓혔다. 

1980년대는 중동에, 1990년대는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 진출하며 시장 영역을 확대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과 LG를 제치고 재계 서열 2위에 도달하기도 했다. 

승승가도를 달리던 대우그룹이 1997년 IMF 사태를 피할 길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우그룹은 외환위기 이후 자체 구조조정과 삼성과의 전자-자동차 빅딜에 실패하며 1999년 10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마저 극복하지 못한 대우그룹은 2000년 4월 끝내 해체를 맞았다. 

 

대우 출신 인사들은 대우세계경영연구회를 통해 대우그룹의 ‘세계경영’ 이념을 이어가고 있다(사진=대우세계경영연구회)
대우 출신 인사들은 대우세계경영연구회를 통해 대우그룹의 ‘세계경영’ 이념을 이어가고 있다(사진=대우세계경영연구회)

◇그룹은 해체했어도 이름만은 남아 있어

대우그룹은 해체했지만, 계열사는 독립기업으로 남아있거나 새로운 기업에 인수되는 등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포스코대우, 미래에셋대우증권,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등 ‘대우’라는 이름도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었다. 

대우 출신 인사도 재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영상 전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는 전신인 포스코대우를 글로벌 종합기업으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일선에서 물러난 서정진 전 셀트리온 회장은 최근 혈액 검사 스타트업을 설립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들은 대우세계경영연구회를 통해 대우그룹의 ‘세계경영’ 이념을 이어가고 있다. 

20년 넘게 대우의 이름이 이어져 온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대우’가 주는 브랜드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대우가 ‘세계경영’이라는 슬로건을 기반으로 활발한 해외시장 진출을 보여줬다”며 “특히 베트남, 미얀마 등에서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사명은 곧 기업의 이미지로 연결되곤 하는데 대우 계열사를 인수한 기업이 대우그룹에 남아 있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포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현재까지 대우 출신 인사가 재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면 이름을 유지해야 기업 홍보에도 훨씬 수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 흔적 지우기 나선 기업

대우그룹은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이름만큼은 지켜오며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대우그룹 계열사를 인수한 기업이 사명에 대우를 빼면서 대우의 흔적이 사라지는 분위기다. 인수 직후 대우중공업에서 두산인프라코어로 사명을 변경한 사례도 있지만, 몇 년간 이름을 유지한 후 바뀐 경우도 있다. 

GM대우는 한국GM으로, 대우전자는 위니아대우에서 위니아전자로, 포스코대우는 포스코인터내셔널로 사명을 바꿨다. 미래에셋그룹은 2016년 대우증권을 인수해 미래에셋대우로, 다시 지난 4월 ‘대우’를 뺀 미래에셋증권으로 운영 중이다. 

현재 이름이 남아 있는 기업으로는 M&A 시장에 나와 있는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정도다. 하지만 두 기업 역시 인수 협상이 최종 완료되면 사명에 ‘대우’가 없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흥건설은 대우건설이 보유한 브랜드 ‘푸르지오’의 가치를 활용해 자체 브랜드 ‘S-클래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안다”며 “합병이 완료된다면 ‘대우’가 아닌 ‘푸르지오’에 주력한 기업 홍보 전략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후 사명 변경 가능성에 대해 중공업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M&A에 대해 노동조합의 반대가 거센 만큼 기업 이미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업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라도 ‘대우’라는 이름을 버릴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대우의 이름이 사라지는 것은 애초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여러 기업이 M&A를 거치면서 다양한 이유로 사명을 변경해 왔다”며 “대우의 이름이 사라지는 것은 아쉽지만, 20년간 유지해온 것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M&A경제=염현주 기자] yhj@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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