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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난기류 만난 대한항공, 순항할 수 있을까
KCGI 난기류 만난 대한항공, 순항할 수 있을까
  •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신문 정민아 기자
  • 승인 2019.11.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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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복귀 무산, 배경에 관심 쏠려
가족 중 이탈 지분 발생하면 경영권 ‘흔들’
주총 전까지 한진 수익구조 개선이 관건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29일 한진그룹의 2020년 정기 임원 인사가 발표됐다. 임원 인사의 폭은 크지 않았지만, 복귀 가능성이 점쳐졌던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가 무산되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와 경영권 분쟁을 겪어 왔다.

 

조현아 복귀 무산, 가족 경영 깨졌나?

지난 4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취임한 지 7개월 만에 첫 정기 임원 인사가 이뤄졌다. 이번 인사에서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측근이었던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 서용원 (주)한진 사장, 강영식 한국공항 사장 등이 동시에 물러나며 세대교체가 단행됐다. 올해 초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2대 주주인 KCGI(강성부 펀드)의 반대에도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던 석 부회장은 대한항공 부회장직에서 물러나고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만 맡는다.

한진은 사장 이하 임원 직위체계를 기존 6단계(사장·부사장·전무A·전무B·상무·상무보)에서 4단계(사장·부사장·전무·상무)로 축소하는 한편, 임원 수를 20% 이상 줄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출처: 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출처: 대한항공)

대한항공의 경우 임원 수가 약 27% 감소했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19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당시 현재 경영 환경에 대해 “있는 것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비용 절감 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임원 축소 역시 일본노선 여객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한 대한항공의 위기의식이 바탕에 있다는 평가다. 계열 구조조정도 시기 문제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됐던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는 무산됐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이던 항공기를 기내 소란을 일으키며 멈춰 세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조 전 부사장은 1심 판결에서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 등으로 유죄 판단을 받아 구속 수감되기도 했으나, 2심과 대법원에서 승무원 폭행 혐의 등만 인정되고 항로 변경 부분은 무죄 판결을 받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잠시 복귀했지만, 여동생인 조현민 당시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이 터지면서 한 달도 못 돼 사퇴했다. 조 전무는 지난 6월 한진칼로 들어와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맡고 있지만, 조 전 부사장은 사실상 5년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여전히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복귀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대한항공과 진에어, 물류 기업 (주)한진 등을 거느린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 때문이다. 특수관계인(가족)과 우호지분을 포함하지 않으면 현재 조원태 회장의 지분은 단독으로 경영권을 장악할만한 규모가 되지 못한다.

 

아슬아슬 경영권 방어, 다시 안개 속으로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세 자녀는 1대 주주이던 조 전 회장이 갖고 있던 지분 17.84%를 법정상속 비율(배우자 1.5, 자녀 1)대로 나누기로 합의하고 상속 절차를 밟았다. 그 결과 조원태 회장이 지분 6.52%, 조현아 전 부사장이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6.47%, 이명희 전 이사장이 5.31%를 갖게 됐다.

남매들과 어머니 이명희 여사가 각각 엇비슷한 지분을 나눠 가지면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의 단독 최대 주주(15.98%)에 올랐다. 조 회장 일가 지분을 모두 합하면 28.9%에 이르지만, 단일주주로는 KCGI가 앞선다.

KCGI가 계속해서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동안 우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가족이 협력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조 회장 1인에게 집중되기보다는 ‘형제 경영’ 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이 배제되면서 주요 주주들 간의 합종연횡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3월 4일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 행사장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 전경 (출처: 대한항공)
지난 3월 4일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 행사장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 전경 (출처: 대한항공)

현재 3대 주주 델타항공은 10%, 4대 주주 대호개발은 5.06%의 지분을 갖고 있다. 대호개발은 반도종합건설의 100% 자회사다.

반도건설에 대해서 조 회장은 “우호지분인지 잘 모르겠다. 만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건설은 지분 매입 사유에 대해 ‘단순한 지분 보유’라고 공시했지만, 업계에서는 KCGI 측 우호지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반도건설이 KCGI와 손을 잡는다면 합산 지분율은 21.04%가 된다. 이 경우 조 회장 일가가 협력하면 경영권 방어에 큰 문제가 없지만, 한 명이라도 이탈하면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가족 간 분쟁이 불거질 경우에는 이탈한 한 명이 KCGI 등 다른 주주와 결합해 대주주로 올라서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된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JV) 등 협력관계를 맺고 있고 조 회장에 대한 신뢰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어 조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델타항공이 지분을 10%까지 늘린 만큼, 만약 자사에 이익이 되는 상황이 펼쳐진다면 경영권 참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시아나에 한눈팔던 KCGI, 다시 공격 본격화

지난해 11월 KCGI는 투자목적 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주식 9.0%를 매입한 사실을 밝히며 대한항공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이 지분을 바탕으로 지난 1월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을 신청했고, 고 조양호 전 회장에 대한 퇴직금 등 급여 지급 문제와 조원태 회장의 선임 과정 등에 대한 검사인 선임도 신청했다.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이 검사인 선임 신청 일부를 인용하면서 KCGI는 조 전 회장에게 지급한 퇴직금 등 민감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게 됐다.

KCGI는 지난 7월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공고를 앞두고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재무적투자자(FI)에게는 매각하지 않겠다는 금호산업과 채권단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 자격 미달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제외됐다.

출처: KCGI 홈페이지
출처: KCGI 홈페이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탈락하자 KCGI는 다시 대한항공에 적극 공세를 퍼붓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상반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코스피200 상장사(금융업 제외) 중 1위를 기록한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을 지적했다. KCGI는 834.7%에 달하는 부채비율은 “일본항공과 싱가포르항공 등 아시아의 주요 항공사 평균 75~106%에 비해 과도하게 높고, 중국 항공사보다 2~3배 높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KCGI는 한진칼이 일정 부분 경영의 준법·도덕성을 감시받는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설치한 ‘거버넌스위원회’에 제동을 걸었다.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으로 법무법인 율촌의 주순식 고문을, 대한항공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에 법무법인 화우의 정진수 변호사를 선임한 것과 관련해 독립성과 전문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다.

KCGI는 그동안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해 보유 지분을 늘리면서 한진칼에 지배구조 개선과 적자 사업 정리 등을 계속 요구해왔다. 그 결과 한진칼은 송현동 부지매각 등 한진그룹 계열사의 불필요한 비핵심자산 일부를 매각하고, 본질인 항공업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비전을 내놓기도 했다.

조 회장이 최근 수익성 개선에 나설 것을 공식화한 만큼 내년 3월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추가적인 비수익 사업 정리로 부채비율 낮추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대 주주인 KCGI와 표 대결로 가서 연임안이 부결될 경우에는 경영권 유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KCGI의 요구가 한진그룹의 구조조정 및 경영 정상화를 끌어내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효과다. 하지만 그동안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행동주의 사모펀드들의 화려한 차익 실현 전적으로 KCGI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내년 주총을 앞두고 최대한 목소리를 내며 입지를 넓히기 위한 조 회장과 KCGI의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한항공 경영권의 향방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정민아 기자] jeong@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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