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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펀드런’···알펜루트 또다시 환매 중단
잇단 ‘펀드런’···알펜루트 또다시 환매 중단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0.02.06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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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7억 원 규모 사모펀드, 순차적 환매 중단
라임 사태 여파 우려···금감원 구두 권고 나서
개방형 펀드의 비유동성 자산 비중 규제 필요성 제기돼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지난 1월 27일 알펜루트자산운용은 “26개 개방형 펀드에 대해 환매 연기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어 펀드에 레버리지 자금을 대출해준 3개 증권사가 약 460억 원에 달하는 자금 상환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에 ‘알펜루트 에이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 등 3개의 펀드가 환매 중단된 데 이어, ‘몽블랑4807 멀티전략 전문사모투자신탁’ 등 4개의 펀드가 추가로 환매가 중단되었다. 이로 인해 헤지펀드 업계에 ‘펀드런’과 이에 따른 환매 중단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라임에 이은 두 번째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

알펜루트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마켓컬리’ 등 유망 비상장기업에 주로 투자해온 자산운용사다. 알펜루트가 보유한 9,100억 원대 운용자산 중 개방형 펀드가 약 2,300억 원, 폐쇄형 펀드가 약 6,800억 원이다. 이번에 환매가 중단될 위기에 놓인 개방형 펀드의 전체 규모 중 500억 원 가까운 금액은 알펜루트 운용사 및 임직원이 투자했다. 나머지 1,817억 원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은 약 1,381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폐쇄형 펀드의 만기는 대부분 내년 이후에 돌아온다.

환매 중단 배경에는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의 갑작스러운 자금 회수 요청이 있었다. 한국투자증권이 먼저 자금 회수 결정을 통보하자, 신한금융투자와 미래에셋대우도 경쟁적으로 TRS 계약 해지를 요구하면서 개방형 펀드 자산 10% 이상에 해당하는 약 460억 원의 대규모 환매 청구가 쏟아진 것이다.

증권사들의 자금 회수 요청에 대해 당장 현금화가 어려워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자, 알펜루트는 지난 1월 28일 ‘알펜루트 에이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567억 원)’와 ‘알펜루트 비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493억 원)’, ‘알펜루트 공모주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2호(48억 원)’ 등 총 설정액 1,108억 원 규모인 3개 펀드의 환매 연기를 결정했다.

이어 지난 4일 알펜루트는 “4개의 개방형 펀드에 대해 추가로 환매 연기를 확정지었다는 내용의 공문을 1월 31일 판매사에 보냈다”고 밝혔다. 이번에 환매가 중단된 펀드는 지난 2016년 7월 1일 설정된 알펜루트의 대표 펀드이자 1호 펀드인 ‘몽블랑4807 멀티전략 전문사모투자신탁’을 포함하여 총 4개로, 이번에 환매 연기가 확정된 펀드의 규모는 300~4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펜루트는 “운용에 있어 불법적인 일에 연루된 사정이 없다”며 라임자산운용과 사정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투자한 기업이 “대부분 기업공개(IPO)를 앞둔 유망 비상장기업이기 때문에 유동성은 떨어지지만, 문제가 있는 자산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출처: 알펜루트자산운용 홈페이지
출처: 알펜루트자산운용 홈페이지

TRS 계약 해지, 일반 투자자 자금 회수로 이어질까

알펜루트 측의 설명처럼 이번 환매 중단 사태는 펀드 부실 운용에서 촉발된 것이 아니라, 개방형 사모펀드라는 이유로 불안을 느낀 증권사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비롯됐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다른 TRS 계약에 대해서도 줄줄이 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알펜루트와 비슷한 사정의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권사들에 TRS 계약으로 자금을 빌린 자산운용사는 모두 19곳, 해당 자금의 규모는 총 2조 원에 달한다.

TRS는 총수익 매도자(증권사)가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익 또는 손실을 총수익 매수자(운용사)에게 이전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거래다. 그동안 대형 증권사들은 헤지펀드 운용사와 ‘주식담보 대출’과 비슷한 성격의 TRS 계약을 맺어왔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도 레버리지(차입)를 일으킬 수 있어 고수익 투자수단으로 활용되었다. 대표적으로 라임자산운용은 신한금융투자와 지난해 환매 중단된 1조 6,000억 원 규모 펀드 자산 중 5,000억 원 규모의 TRS 계약을 맺었다.

계약상 운용사가 펀드 자산을 처분할 경우, 증권사는 일반 투자자보다 우선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그런데 라임 사태로 대출금을 언제 어떻게 돌려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증권사들이 TRS 계약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나서게 된 것이다. 알펜루트는 “증권사들은 당초 자산매각을 통해 순차적으로 TRS 자금을 회수하겠다고 했으나 갑자기 돌변해 자금 상환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일방적으로 해지를 통보할 경우 운용사는 이를 따라야만 한다. 알펜루트는 펀드 자금 대부분을 비상장 주식에 투자했기 때문에, 환매 요구에 응하기 위해 편입자산을 매각할 경우 펀드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하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비상장 주식은 급하게 처분하면 헐값에 매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알펜루트는 당장 환매 청구에 응하기 어렵다 보고 환매 연기에 나섰다. 그런데 알펜루트의 개방형 펀드들은 대부분 한 달에 한 번씩 환매를 요청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약 1조 6,000억 원이 넘는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태에서 일반 투자자들까지 너도나도 투자자금 회수에 나선다면 향후 파장은 가늠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모펀드 유동성 관련 규제 강화돼야

지난 1월 3일 금융투자협회와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전체 사모펀드 설정액 중 기초자산이 비유동성 자산인 사모펀드 설정액 비중이 53.7%로 절반을 넘어섰다. 2008년 말 13%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지난 10여 년 동안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당장 현금화하기 어려운 비유동성 자산 비중은 사모펀드 운용 구조를 취약하게 하는 리스크로 손꼽힌다. 알펜루트가 운용한 사모펀드도 가입과 환매가 자유로운 개방형 펀드임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이 거의 없다. 따라서 많은 투자자가 한꺼번에 환매를 시도하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응이 어려워 스스로 환매 불가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이 보유한 주요 자산 (출처: 알펜루트자산운용 홈페이지)
알펜루트자산운용이 보유한 주요 자산 (출처: 알펜루트자산운용 홈페이지)

알펜루트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검사에서 이와 관련해 제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유동성과 관련된 사모펀드 규제 법률이 없어 일부 제재에 그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비유동성 자산 비중에 초점을 맞춰 펀드 규제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해외에서도 급성장한 사모펀드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펀드 유동성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이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유동성 관련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는 소매 개방형 펀드’에 대해 거래와 판매 등을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 또 비유동 자산을 보유한 개방형 펀드를 판매할 때에는 유동성 위험을 공개하고, 투자설명서에 유동성 위험 관리 방법을 명시하게 하는 등 공시 강화안도 시행 중이다.

금융당국은 일단 진화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알펜루트가 환매 중단을 결정하자 다음 날인 1월 29일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에 TRS를 통해 신용을 제공한 6개 증권사의 담당 임원과 긴급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금융감독원은 “다른 헤지펀드로 전이될 개연성이 있다”며 증권사들이 갑작스럽게 TRS 증거금률을 인상하거나 계약을 조기 종료하지 않도록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의 권고에 따라 자산운용사와 TRS 계약을 맺고 있는 주요 증권사들은 관련 자금에 대해 조기 상환에 나서지 않을 계획이다. 하지만 알펜루트 26개 펀드에 대한 자금 회수는 계약 조항에 따른 자동 상황인 만큼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달 22일 만기가 도래한 TRS 자금 80억 원에 대해 알펜루트에 상환을 요청했지만, 상환 신청 금액을 받지 못했다. 이에 알펜루트 측 귀책 사유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며 TRS 잔여 자금 150억 원을 포함한 230억 원 전부에 대해 상환을 요청한 상태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알펜루트가 1월 말까지 상환키로 한 30억 원을 돌려받지 못하자, TRS 자금 120억 원 전액을 일시 상환하라고 통지했다.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정민아 기자] jeong@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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