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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사태’ 핵심 인물 구속, 의혹 해소될까
‘라임 사태’ 핵심 인물 구속, 의혹 해소될까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0.04.29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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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전 회장 구속 등 라임 사태 수사 급물살
금융당국, 사모펀드 개선 방안 확정
금감원 검사 발표 지연 등 여전한 미스터리 남아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지난 23일 경찰에 체포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구속되면서 라임 사태 관련 검찰의 수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들의 구속 수사로 라임 검사를 마치고 무려 4개월이나 발표를 지연한 금융감독원과 윗선의 개입 여부에 대한 의혹이 밝혀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금융당국은 지난 27일 사모펀드 시장에 나타난 일부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의 최종안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검찰, 라임 사태 관련 인물 연이어 구속

사모펀드 환매중단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1조 6,000억 원대의 피해를 준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연루된 인물들이 속속 구속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금융감독원 출신인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김 전 청와대 행정관은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청와대에 파견돼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직무상 정보와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4,9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와 금감원의 라임자산운용 검사 관련 정보를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출처: 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출처: 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또한 지난 23일에는 라임 펀드를 설계하고 운용을 총괄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도피 약 5개월 만에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팀장과 함께 경찰에 붙잡혔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라임이 한때 최대 주주였던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 라임 자금을 투자해주고 대가성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한 바 있다.

라임 펀드 자금을 끌어다 자기 돈처럼 쓰면서 코스닥 상장사들을 사냥한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도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 원 횡령 사건으로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잠적했다. 이 외에도 김 전 회장은 라임에서 자신이 실소유한 상장사 스타모빌리티로 투자받은 자금 517억 원을 횡령한 혐의와 재향군인회상조회를 인수한 뒤 300억 원대 고객 예탁금을 빼돌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김 회장도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 25일, 김 회장은 지난 26일에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각각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 단 김 전 회장에게 판사가 발부한 구속영장은 영장 청구 혐의인 수원여객 횡령 사건에 한정되어 있다.

검찰은 남은 주요 피의자의 소재 파악에 주력하는 한편, 라임의 펀드 돌려막기 등 불법 운용, 펀드 판매사의 판매사기, 라임 펀드 피투자사를 대상으로 한 투기 세력의 회삿돈 횡령, 정·관계 개입 의혹 등을 전 방위로 수사할 전망이다.

또한, 라임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서류와 컴퓨터 파일 등을 확보했으며, 차후 압수물 분석을 통해 금융 감독 업무를 총괄하는 정부 부처인 금융위의 라임 사태 책임 여부를 살펴볼 예정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라임 검사 후 발표까지 왜 넉 달 걸렸나

라임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라임이 공모 운용사로 전환된 것부터 문제라고 지적한다. 라임의 부실 수준으로 봤을 때 가능할 수 없다는 견해다.

금감원이 지난해 10월 2일 라임 검사를 마치고도 무려 4개월이 넘게 지난 올해 2월 14일에 중간 검사 결과를 내놓은 부분도 지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발표가 늦어진 기간인 지난해 11월 헤지펀드 운용사를 인수한 데 이어, 12월에는 재향군인회상조회를 인수했다. 라임은 지난해 말, 올해 1월 환매가 중단된 펀드 자금 중 195억 원을 김 전 회장 소유의 스타모빌리티에 투자하기도 했다. 포트코리아도 비슷한 시점에 김 회장이 실질 사주인 에이프런티어에 600억 원을 투자했다. 결과적으로 김 전 회장에게 시간을 벌어줬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기간은 라임의 환매 중단 펀드에서 거액이 코스닥 한계기업에 집중적으로 흘러나간 때이기도 하다. 라임은 지난해 말 ‘포트코리아 런앤히트 전문투자형 사모신탁 제12호’를 통해 유상증자 참여 방식으로 에스모에 107억 원, 그 계열인 에스모머티리얼즈에 133억 원 등 코스닥 에스모그룹에 240억 원을 투자했다. 포트코리아 런앤히트 12호는 환매 중단된 라임 ‘플루토 FI D-1호’ 자금이 담긴 연계 헤지펀드다.

라임은 또한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에스모머티리얼즈 전환사채(CB)에 171억 원을 투자했다. 라임이 그동안 에스모그룹에 투자한 금액은 모두 2,000억 원이 넘는다. 라임이 편법 재투자를 통해 금융당국을 허수아비로 세운 채 코스닥시장 기업사냥꾼들과 결탁해 머니게임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금감원이 ‘무자본 M&A 합동점검 결과 및 투자자 유의사항 안내’에서 설명한 불공정거래 수단의 지능화 추세 (출처: 금융감독원)
금감원이 ‘무자본 M&A 합동점검 결과 및 투자자 유의사항 안내’에서 설명한 불공정거래 수단의 지능화 추세 (출처: 금융감독원)

금감원은 지난해 초 ‘무자본 M&A 조사협의체’를 구성해 기획조사한 결과, 무자본 M&A 총 24개사의 위법행위를 적발했다고 연말에 발표했다. 라임이 무자본 M&A를 지원한 코스닥 종목만 수십 곳에 달한다. 금융당국이 라임의 위법행위를 인지하고도 이례적으로 방치하고 있었다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금감원은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11월경 중간 검사 결과에 대한 정리가 끝났지만, 삼일회계법인 펀드 실사가 길어져 올해 2월까지 발표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제도권에서 이뤄진 금융사기. 그것도 수많은 피해자가 총 1조 원이 넘는 피해를 받은 사건에 대해 대책도 아닌 검사 결과 발표가 늦어진 이유로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추가적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를 동안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적댄 까닭을 금융당국이 제대로 해명하지 않는 이상, 의혹은 계속 제기되고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규제 방안’ 제2의 라임 사태 막을까

금융당국은 일단 지난 2월 제시했던 시장규율 강화·투자자보호 취약구조 보완·검사감독 강화 등 3대 기조를 토대로 세부내용을 구체화한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 최종안’을 지난 27일 확정했다.

최종안에는 적격 일반투자자(3억 원 이상 투자하는 일반투자자) 대상 사모펀드를 3개월 이상 환매연기‧만기연장하려면 집합투자자총회를 열어 환매에 관한 사항을 정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가됐다. 현재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환매연기 이후 환매대금 지급 시기·방법 등을 자산운용사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라임 등이 대규모 환매중단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자산총액 500억 원 초과 또는 자산총액 300억~500억 원이면서 6개월 내 펀드를 추가 발행한 경우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외부감사가 의무화된다. 월 자전거래 규모는 직전 3개월 평균 수탁고의 20% 이내로 제한되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펀드에 편입된 비상장주식 및 메자닌(CB, BW) 등 비시장성 자산(시가가 없는 자산)의 공정가액 평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2분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예정이다.

사모펀드의 복층·순환 투자구조 예시 (출처: 금융위원회)
사모펀드의 복층·순환 투자구조 예시 (출처: 금융위원회)

투자자 보호에 취약한 펀드 구조도 개선된다. 공·사모 구분 없이 비유동성 자산 투자 비중이 50% 이상으로 높은 펀드는 수시로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 설정이 금지된다.

개방형 펀드는 또한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최소 연 1회 실시하고, 테스트 시나리오별 유동성 리스크 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올해 4분기(10~12월)부터 약 1년 동안 시범 실시된 뒤 의무화가 추진된다.

복층‧순환 투자구조 펀드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금융당국은 펀드 투자자 수에 해당 펀드에 실질적으로 투자한 다른 모든 자사펀드의 투자자 수까지 합산해 복층 투자구조를 이용한 공모규제 회피를 차단하기로 했다. 또 개방형 펀드가 폐쇄형 펀드를 편입하면 폐쇄형 펀드를 비시장성 자산으로 분류하는 등 복층 투자구조의 만기 미스매치에 대한 유동성 규제가 도입된다. 자사펀드 간 상호 순환투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타사펀드를 활용하는 행위는 모두 금지된다.

라임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이 환매 중단을 선언하며 우려가 커졌던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에 대해서도 조기 종료 시 3영업일 전까지 거래당사자 간 합의를 의무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금융당국은 법령개정이 필요 없는 사항은 최대한 빠르게 시행하고, 법령 개정사항은 2분기(4~6월) 중 입법 예고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라임 사태 관련 대신증권 등에 대한 검사를 지금에야 진행하고 있다. 라임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에 연루된 싱가포르 로디움은 아직 조사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발표와 더불어 라임 사태와 같은 대규모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확실한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정민아 기자] jeong@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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