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0:31 (화)
미국·이란 충돌에 뛰는 ‘방산주’···“투자에 주의해야”
미국·이란 충돌에 뛰는 ‘방산주’···“투자에 주의해야”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0.01.15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란 미사일 공격에 증시 휘청, 방산주는 급등
美 방산주 록히트 마틴, 노스롭 그루먼 등 상승세
국내 방산주 투자 시 급등락 위험 커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격화하면서 중동의 군사 긴장이 고조되자, 연초부터 글로벌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중동발 위기의 수혜주는 이번에도 방위산업체 주식이다. 양국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작다는 게 중론이지만, 최근 무력충돌에 따른 중동정세 불안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방위산업체의 성장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동발 전운에 치솟는 글로벌 방산주

지난 2일(현지 시각) AP·AFP통신은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공습에 의해 사망했다”고 이라크 국영방송을 인용하여 보도했다. 이란 최고 국가안보회의(SNSC)가 이를 테러 행위로 규정하며 보복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투자심리는 즉각 얼어붙었지만, 글로벌 증시의 방위산업체 주식(방산주)은 크게 상승했다.

미국을 향한 이란의 보복 경고는 지난 8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알아사드 공군기지에 지대지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하며 현실화되었다. 이 소식에 뉴욕증시 3대 지수 선물은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지수 선물은 한때 400포인트 이상 하락했으며, S&P500 선물도 최대 1.7%의 낙폭을 보였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8일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낙폭이 한때 600P를 넘었다가 전 거래일 대비 1.6% 하락한 2만 3,204.76으로 마감했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증시 항셍지수도 1%대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도 전날보다 24.23P(-1.11%) 내린 2151.31에, 코스닥지수는 더 크게 떨어져 전날보다 22.5포인트(-3.39%) 하락한 640.94에 장을 마쳤다.

C-130 Super Hercules Production Line (출처: Lockheed Martin)
C-130 Super Hercules Production Line (출처: Lockheed Martin)

하지만 이란과 미국의 무력 충돌에 안전자산인 금값과 함께 방산주는 폭등했다. 국내 증시에서 빅텍(29.92%)과 스페코(29.97%), 퍼스텍(29.91%)은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했고, 한일단조(25.07%)도 급등했다.

 

록히드 마틴, 52주 신고가 기록하며 고공행진

눈에 띄는 것은 미국 방위산업체들이다. 특히 미국 1위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은 항공 우주 및 방위 블루칩으로 그동안 꾸준히 주목받아 왔다.

현재 록히드 마틴의 매출은 전투기 부문의 F-35와 F-16이 견인하고 있다. 미사일·화기 부문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PAC-3(패트리어트) 수요도 안정적이다. 여기에 합병을 통해 헬기·레이더 부문의 블랙호크 헬기와 이지스 전투 시스템의 개발 및 생산 권한도 보유하고 있으며, 우주 산업 분야에도 진출해 나사(NASA)의 차세대 우주선인 ‘오리온’을 제작 중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인 2017년에는 2016년의 472억 달러 매출에서 많이 증가한 510억 달러(55조 800만 원)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하며 미국 국방예산을 늘리고 있는 데다 전 세계적으로도 방위비 지출이 늘어나 사상 최대 수주잔고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510달러의 매출 중 록히드 마틴이 미국 정부에 판매한 액수는 한 해 미국 외교예산과 비슷한 규모인 352억 달러에 이른다.

미·중 양국의 군비경쟁 확산도 호재다. 중국이 국방비 지출을 계속 늘리며 군사력을 강화하자 지난해 12월 17일 미국 상원도 2020년 회계연도 국방비 예산안을 전년보다 7.6% 늘린 7,380억 달러(약 876조 원)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올해 록히드 마틴을 비롯한 미국 방위산업체의 매출 실적 전망도 밝은 편이다.

지난해 12월 30일 록히드 마틴은 “F-35 전투기를 2019년에 134대 납품해 미국 정부 목표치인 131대를 초과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47% 증가한 생산량”이라고 밝혔다. 2016년 62대 납품 대비로는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올해 납품된 F-35는 81대가 미군에, 나머지 53대는 타국에 인도됐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해 총 10개국이 F-35 전투기를 도입했으며, 올해 일본과 한국 등 동맹국에서 주문이 추가됨에 따라 2023년까지 F-35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141대 납품이 목표다. 미국 정부와 록히드 마틴은 전 세계적으로 4,000대 이상 팔렸던 F-16처럼 3,000대 이상의 F-35 대량 수출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10월 말 미국 국방부는 록히드 마틴에 340억 달러 규모의 차세대 F-35 라이트닝 II 전투기 478대를 발주했다. 록히드 마틴 주가는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이어오다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 지난 3일에는 장중 52주 신고가(417.2달러)를 기록하며 3% 이상 오른 413.67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6개월 록히드 마틴 주가 (출처: kr.investing.com)
최근 6개월 록히드 마틴 주가 (출처: kr.investing.com)

이날 레이시언(230달러), 트랜스다임(578.4달러), 헌팅턴 잉갈스(263.8달러) 등의 방산주도 신고가를 냈으며, 록히드 마틴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방위산업체 중 하나인 노스롭 그루먼의 주가도 5% 이상 상승했다.

지난 8일 미국 CNBC 등에 따르면, 이란의 미사일 공격 이후 록히드 마틴의 주가는 연초 대비 약 5.6%, 노스롭 그루먼은 9% 가까이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산출한 항공·방위산업 지수도 연초 대비 4.8% 상승해 대표 종합지수인 S&P500의 상승률(0.6%)을 크게 웃돌았다.

 

테마주 성격 강한 국내 방산주, 신중히 투자해야

과거에도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 뉴욕증시에서 방산주 수익률이 상승해왔다. 중동지역 긴장 고조로 국방부가 관련 예산을 늘려 방위산업체의 수익이 올라갈 것이라는 금융권의 기대심리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CNBC가 1990년 이후 걸프 전쟁, 이라크 전쟁 등 19차례 중동 지역 위기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사건 발생 6개월간 방위산업체 주식의 평균 수익률(6.7%)은 S&P 500(3.3%)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중동 위기로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예상치 못한 테마 장세가 펼쳐지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국내 방산주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의 경우 좀 더 주의를 필요로 한다.

최근 6개월 빅텍 주가 (출처: kr.investing.com)
최근 6개월 빅텍 주가 (출처: kr.investing.com)

지난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퍼스텍은 전날 가격제한폭까지 올랐으나 하루 만에 급락해 코스닥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16.30% 떨어진 2,490원에 거래를 마쳤다. 퍼스텍과 나란히 가격제한폭까지 상승을 기록한 스페코도 이날 20% 넘게 하락했다. 한일단조(-22.69%), 빅텍(-20.00%), 휴니드(-15.34%) 등의 방산주 역시 큰 폭의 내림세를 나타냈다.

간밤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 공격으로 미국인이나 이라크인 사망자가 없었다”며 “군사력 사용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이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 정부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를 선택하며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해가자, 양국 간 전면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상승했던 방산주는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며 급락했다.

특히 중장기적 투자가 가능한 해외 방산주와 달리 국내 방산주에서는 급등 후 개인투자자들의 추격매매가 이어지면 이후 하루 만에 급락하는, 전형적인 단기 테마주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일례로 퍼스텍의 경우 지난 8일 상한가 당시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금액은 10억 원에 달했지만, 그날 외국인은 7억 5,000만 원을 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재선을 염두에 둔 트럼프 정부의 입장을 신중하게 분석하지 않고, 군사적 충돌이라는 이슈에 휩쓸려 추격매수에 나섰다면 손실 규모가 매우 컸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또한 실적 부진과 각종 개발 사업의 지연 등으로 단기적인 상승장에도 편승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미국과 이란의 불안정한 국제 정세가 이어진다고 해도 방산주라고 무조건 쓸어 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연초의 상승장에서도 국내 대표 방산주인 한국항공우주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정민아 기자] jeong@kmnanews.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