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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가 폭락에 뉴욕증시 ‘블랙 먼데이’ 패닉
코로나19, 유가 폭락에 뉴욕증시 ‘블랙 먼데이’ 패닉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0.03.10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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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유럽·미국으로 이어진 주가 대폭락
뉴욕증시 개장 직후 서킷브레이커 발동
골드만삭스, “유가 20달러대로 하락 가능”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주요 산유국의 감산 합의 실패로 국제 유가가 장중 한때 30% 넘게 하락하면서 전 세계 증시가 패닉에 빠졌다. 유럽과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유가 하락과 이에 따른 뉴욕증시 급락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대폭락장, 뉴욕증시도 무너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대폭락이다. 미국 뉴욕증시는 9일 오전 9시 30분(현지 시각) 개장과 함께 급락하기 시작해 약 4분 만에 거래가 멈췄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7% 이상 하락하면서 15분간 거래가 중지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기 때문이다. 이날 서킷 브레이커의 발동은 지난 1997년 이후 처음이다. 7%, 13%, 20% 등 각각 지수 하락률에 따라 3단계로 적용되는 서킷브레이커는 이번에 1단계가 시행되었다.

뉴욕증시는 이후 오전 9시 49분경 거래가 재개되었지만, 장중 하락세가 이어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한때 2,158P(8.3%)까지 밀리기도 했다.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13.76P(7.79%) 폭락한 23,851.02에 장을 마쳤다. S&P500 지수는 225.81P(7.60%) 급락해 종가 2,746.56을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주가지수도 624.94P(7.29%) 하락한 7.950.68에 마감했다.

이날 종가 기준 3대 지수 모두 지난 2월 기록한 최고가에 비해 20% 가까이 하락하면서, 11년간의 강세장(bull market)이 끝나고 약세장(bear market)이 시작되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등 공포는 극에 달하고 있다.

뉴욕을 덮은 ‘검은 월요일’의 충격은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시작되었다. 9일 일본증시에서 토픽스지수는 5.61%, 닛케이225 지수는 5.07% 하락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지수와 선전지수 역시 3.01%와 3.79%씩 떨어졌다.

한국증시도 맥을 못 췄다. 코스피지수는 85.45P(4.19%) 급락한 1,954.77로 장을 마쳤다. ‘대장주’인 삼성전자도 4.07% 하락 종료했고,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0위 중 94.5%에 달하는 189종목의 주가가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28.12P(4.38%) 내린 614.60으로 마감했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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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증시 S&P/ASX200 지수는 7.33% 폭락했다. 급락장은 유럽으로 이어졌다. 영국 FTSE100 지수는 7.69% 하락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프랑스 CAC40 지수 8.39%, 독일 DAX30지수 7.94%,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50 지수 8.45% 등 유럽 주요 증시는 이날 줄줄이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WTI·브렌트유 장중 30% 폭락하기도

9일 아시아에서 유럽, 미국으로 이어진 글로벌 증시 패닉의 배경에는 국제유가 폭락이 있었다.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은 원유 생산량 감축 합의에 나섰지만 끝내 불발되었는데, OPEC이 원한 150만 배럴 추가 감산안은 러시아가 반대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에너지 대기업 로스네프트의 대변인 미하일 레온티예프는 러시아 국영 통신 리아 노보스티와의 인터뷰에서 “생산량 감축에 따른 유가 상승은 미국 셰일 업계의 경쟁력을 키워준다”며 “러시아 관점에서 (감산) 합의는 의미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합의 결렬에 따라 4월 1일부터 산유국들은 자의적으로 공급 규모를 정하게 된다. 그러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와 미국에 공급하는 유가를 3월 대비 배럴당 최대 7달러 낮추며, 러시아의 독무대였던 북유럽 시장에도 배럴당 8달러 할인된 가격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다음 달부터 생산량을 최대 하루 1,10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사우디의 이러한 조치는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세계 항공기가 멈춘 것에 더해 경기 침체 우려로 하락세를 나타내온 국제 원유 가격은 사우디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10.15달러) 떨어진 31.1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WTI와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는 이날 장중 30% 이상 떨어지기도 하며 1991년 걸프전 이후 하루 기준으로 최악의 하락을 기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감산 합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전했다. OPEC 자문단도 역시 이달 말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고, 러시아도 향후 논의의 문은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예측은 밝지 않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2분기 전망치를 브렌트유 배럴당 35달러, WTI 배럴당 30달러로 내려 잡았다.

골드만삭스는 2, 3분기 브렌트유 전망치를 30달러로 낮추면서 몇 주 안에 20달러대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 석유 전략가 대미언 커발린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심각한 수요 붕괴까지 겹쳐있는 것을 근거로 들며 “석유 시장의 전망은 가장 최근의 가격전쟁이 시작됐던 2014년 11월 당시보다 더 암울하다”고 밝혔다.

커발린은 “2016년 1분기 같은 유가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2016년 1분기 국제유가는 배럴당 28달러까지 추락했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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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기준금리 추가 인하할까

전 세계 시장에서 공포 장세가 펼쳐지자 안전자산인 국채로 투자자들이 몰렸다. 국채 수요가 높아지면서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역대 최저인 0.318%까지 떨어졌다. 10년물 수익률은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1.5%대에 머물렀다. 국채 수익률과 국채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수익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국채 가격이 급등했다는 의미다. 30년물 미 국채 수익률도 0.866%를 기록하며 1% 밑으로 내려왔다.

코로나19는 현재까지 100여 개 국가와 장소로 전파되며 세계적인 대유행(팬데믹·Pandemic)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10만 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3,800명을 돌파했다.

미국과 유럽 내 코로나 확산세가 통제되지 못해 팬데믹 리스크가 현실화한다면, 미국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 대한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사람과 물류의 이동이 막히면 소비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유가 급락과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이 전 세계적인 불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에 번지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시장의 공포는 더 커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질 조짐이 보이자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9일 초단기 유동성 공급을 확대할 대책을 밝혔다. 뉴욕 연은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뉴욕 연은은 이날 하루짜리 초단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환매조건부채권(레포·Repo) 거래 한도를 오는 12일까지 기존 1,000억 달러(약 120조 원)에서 1,500억 달러(약 180조 원)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레포는 일정 기간 내 되파는 조건으로 통화 당국이 채권을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거래다.

이 밖에도 뉴욕 연은은 10일과 12일에 2주 기간물 레포 한도 역시 200억 달러(약 24조 원) 수준에서 450억 달러(약 54조 원)까지 확대키로 하며, 필요하면 앞으로도 레포 조정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유가 폭락으로 요동치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이런 결정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한편 미 연준은 앞서 지난 3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5%P 긴급 인하한 가운데 오는 17~2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도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준이 긴급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인하한 사례는 그동안 9.11 테러가 벌어진 2001년 9월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1월 두 차례뿐이었다.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정민아 기자] jeong@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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