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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은 안되고 강북은 된다?” ∙∙∙ 태릉골프장 부지 주택공급 물량확대 논란
“강남은 안되고 강북은 된다?” ∙∙∙ 태릉골프장 부지 주택공급 물량확대 논란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0.07.23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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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물량 확대 위해 태릉골프장 부지 활용할 것”
지역주민∙환경단체 등 거센 반발 이어져
부동산 업계, “부지 개발이 집값 결정 요인 안 돼”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래세대를 위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Green Belt)를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7∙10 부동산 대책 이후 불붙었던 그린벨트 해제 논란이 일단락됐다.

주택공급물량 확대를 위해 국가 소유 태릉골프장 부지를 활용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린벨트에 대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환경운동연합은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해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며 “3기 신도시 사업으로 32.7㎡(약 10평)의 그린벨트가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와 태릉골프장 인근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태릉골프장 부지 개발 ∙∙∙ 교통체증, 녹지파괴 등 환경오염만 가중”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대장들녁지키기 시민행동 등 29개 환경단체는 20일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린벨트 개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회 위원은 “최근 100년 동안 서울 평균기온이 세계 평균의 3배를 웃도는 4℃ 상승했다”며 “기후위기 시대 그린벨트는 농지, 산지 할 것 없이 도시의 확산을 막는 완충지대”라고 강조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전통적으로 시장주의적인 정책 해결방식”이라고 비난하며 “수도권 균형발전을 위해 국∙공립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고 유휴부지를 확보하는 등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진우 대장들녘지키기 시민행동 정책위원장은 “현재 서울과 인천에 근접한 경기 그린벨트가 3기 신도시 개발 추진으로 해제 절차가 강행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서울의 그린벨트뿐 아니라 3기 신도시도 미래세대를 위한 그린벨트”라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태릉골프장도 개발제한 구역으로 그린벨트입니다 보호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태릉골프장은 반세기가 훨씬 넘는 서울지역의 유일무이한 녹지공간”이라며 “태릉골프장 부지에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원구 등 주변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은 교육환경발전과 녹지보존”이라며 “임대아파트 몇만 호로 지역은 발전되지 않고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남아 교통체증과 녹지파괴로 환경오염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게재했다. 해당 청원글은 22일 오후 4시 35분 기준 9,820명의 동의를 받았다.

태릉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대장들녁지키기 시민행동 등 29개 환경단체는 20일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린벨트 개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출처: 환경운동연합)
29개 환경단체는 20일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린벨트 개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출처: 환경운동연합)

2018년 택지 조성방안 검토 ∙∙∙ 국방부∙서울 반대로 무산

태릉골프장은 196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인들의 체력단련을 위해 만든 곳이다. 서울 내 유일한 군 골프장이자 대표적인 군 복지시설이다. 전∙현직 군 장성들이 주로 이용한다.

정부는 지난 2018년에도 태릉골프장을 택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국방부와 서울시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많은 공감대를 형성한다”면서도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태릉골프장 부지는 83만㎡(약 25만 평)이다.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육군사관학교 부지까지 합한다면 약 150만㎡(약 45만 평)까지 늘어난다. 최대 3만 가구 정도의 아파트가 세워질 것으로 보인다. 임대주택은 일반적으로 세대면적이 작기 때문이다. 청년∙신혼부부 영구임대주택이 들어설 경우 세대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주민들의 반발 이유가 집값하락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한 매체는 “겉으로는 ‘그린벨트 보존’을 표방하지만 사실상 임대 아파트 대량공급으로 인한 집값 하락을 우려해서 반대하는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집값 상승∙하락에 실질적인 연관이 있을까. 일단 부동산 업계에서는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우려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집값을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은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A 공인중개사사무소는 “태릉골프장 부지와 공릉동 일대는 약간 거리가 있어 집값에 큰 영향이 없다”고 했으며 B 공인중개사사무소는 “화랑대역이나 서울여대 근처 집값은 영향은 있을지 몰라도 공릉동 일대는 어떨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태릉골프장 인근에 위치한 구리갈매지구는 태릉골프장 부지개발에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해진다. C 공인중개사사무소는 “집값을 결정하는 요인은 브랜드, 학군, 역세권 등 다양하다”며 “최근 호재가 태릉골프장 개발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한다면 상당한 오해”라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에는 유동성 자금이 많아 정책에 따라 돈이 몰리는 것뿐”이라며 “그린벨트 해제와 집값 상승∙하락 여부는 큰 연관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그린벨트가 해제되면서 집값이 오르거나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택공급을 통해 집값을 잡을 명목이라면 다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주민, 녹지공원 조성 촉구 ∙∙∙ 전문가, 녹지로서 보존적 가치 떨어져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교통난’이다.

태릉골프장 일대는 노원구 주변으로 북부간선도로와 동부간선도로가 지나고 내부순환도로가 연결돼 있다. 그러나 상습 정체구간으로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 전철은 경춘선 갈매역이 바로 마주하고 있다. 6호선 화랑대역과 봉화산역도 있지만 두 역은 버스를 타고 가야 할 만큼 거리가 멀다.

주민들은 “인근 지역은 왕복 8차선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없이 도로만 있는 상습정체구간”이라며 “정부가 교통대책도 없이 미니신도시급 공급을 계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대주택이 들어선 후 가구 당 한대씩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면 교통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한편 태릉골프장 부지에 임대주택 대신 도심 녹지공원을 조성해서 자연친화적인 생활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근 주민 D씨는 “성동구 서울숲이나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처럼 공릉동 일대도 녹지환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이라며 최근 정부가 미군 용산기지 부지를 활용해 300만㎡(약 91평)에 육박하는 용산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언급했다.

주민들의 의견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용산공원의 경우 도심 중앙에 위치하면서도 남산과 한강 등 주변이 생태적으로 어우러질 수 있는 요소가 많다. 따라서 도시열섬현상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태릉골프장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창석 서울여대 화학생명환경과학부 교수는 “거시적으로 볼 때 부지를 개발하는 것은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며 “오히려 하나 남은 녹지를 없애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실제 공원 내 탄소수지를 측정해보면 이산화탄소 흡수율 보다 발생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며 “사람들이 공원을 이용하면서 오염시킬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교수는 “태릉골프장 부지는 그린벨트로 묶여 있을 뿐이지 녹지로서 보존적 가치는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군 소유지이기 때문에 민간인들은 출입할 수 없는 곳”이라며 “우선 주민들이 휴식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민간에 넘겨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염현주 기자] yhj@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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