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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신고가 갱신! 나스닥 상승 언제까지...추가 상승 vs 전형적인 버블, 전문가 의견도 엇갈려
또 신고가 갱신! 나스닥 상승 언제까지...추가 상승 vs 전형적인 버블, 전문가 의견도 엇갈려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0.07.17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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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지난 6월 10일 역사상 첫 1만선 안착
코로나19, 경제지표 부진에도 상승 랠리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지난주 자산시장의 주인공은 나스닥이었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일 63,000명을 넘어서기도 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실물 경제 회복과는 상관없이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재차 경신하고 있다.

 

23년 만의 대폭락 ‘코로나 빔’

지난 3월 9일(현지 시각) 개장 직후인 오전 9시 34분, 뉴욕의 주식시장이 멈춰 섰다. 과도한 시장 충격을 막기 위해 주가지수 등락률이 7%를 넘어설 때 15분 동안 증권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 브레이커 1단계가 발동됐기 때문이다. 주가 급락으로 일부 종목이 아닌 전체 미국 주식시장의 거래가 일시 중단된 건 2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월가에서는 2009년 3월 바닥을 찍고 11년간 이어온 “상승기가 끝났다(bull market is over)”라며 하락장의 시작을 예고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불붙인 유가 전쟁과 코로나19가 연쇄 작용을 하면서 아시아에서 유럽, 그리고 미국으로 전 세계적인 주가 하락이 이어졌다. 이날, 정보기술(IT) 종목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 역시 8,500선에서 624.94포인트(7.29%) 급락한 7,950.68을 기록했다.

‘검은 월요일’의 충격이 끝나기도 전에 ‘검은 목요일’이 찾아왔다. 지난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면서 유럽과 미국 증시는 무너졌고, 나스닥 지수도 750.25포인트(9.43%) 수직 추락한 7,201.80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유동성을 쏟아붓는 정책을 펼쳤지만, 코로나19의 공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월 내내 이어진 투매 장세로 지난 3월 23일 나스닥 지수는 6,631선까지 떨어졌다.

나스닥 종합지수 개요 (출처: kr.investing.com)
나스닥 종합지수 개요 (출처: kr.investing.com)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하루 5만 명을 넘어서고 ‘자택 대기’를 명령한 주들도 점점 늘어나면서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 분위기였지만, 3월 말부터 나스닥은 반등을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급격한 반등에도 대폭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일 뿐 다시 나스닥 지수가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2020년 6월, 나스닥 역사를 쓰다

그러나 나스닥의 상승세는 4월에도 이어졌다. 대량실업이 현실화하였지만 3월의 하락분을 모두 만회한 것은 4월 들어 미국의 감염자 증가율이 10%로 낮아지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연준의 ‘무제한 양적 완화’ 선언이 서서히 자금시장 안정에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미국 정부의 정책이 실업 충격을 상쇄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증가했다. 지난 3월 27일부터 미 행정부는 2조2천억 달러의 부양책에 합의한 데 이어 4월 9일에는 연준이 2조3천억 달러의 유동성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7일에는 뉴욕증시 3대 주가지수 가운데 처음으로 연초 대비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섰다. 이날 나스닥 지수는 8,979.66선에서 거래를 마감하면서 2019년 12월 31일 종가(8,972.60)를 넘어섰다.

이후 유가 급등에 힘입어 나스닥은 상승세를 이어갔고, 드디어 지난 6월 10일 사상 처음으로 10,020.35로 거래를 마감했다. ‘꿈의 숫자’ 1만 대 돌파는 1971년 나스닥이 생긴 지 49년 만의 일이다. 지난 3월 23일 바닥을 찍은 뒤 3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무려 45% 가까이 오르며 코로나19 이전보다 상승한 것이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6월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제로 수준 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나타내면서 장기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뉴욕 주가지수는 지난 6월 11일 급락했다. 나스닥 지수 역시 종가가 첫 1만 대를 돌파한 바로 다음 날 5.27% 하락하여 9,492.73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나스닥의 가파른 상승에 따른 조정장의 시작으로 당분간 1만 고지 정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감으로 자금이 은행주를 비롯한 경기민감주에서 기술주로 이동하면서 나스닥은 가장 빠르게 하락을 회복했다. 나스닥은 지난 6월 말에는 8거래일 연속 오르며 지난해 12월 이후 최장기 연속 상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바뀐 세상, 기술주 강세

나스닥 지수가 유독 회복이 빨랐던 이유는 IT 기반 기술주 중심의 상장 종목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3월 코로나19로 인한 급락 이후, 미국 증시의 상승 중심에는 모두 기술주가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애플, 알파벳(구글 모기업),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의 대형 기술주들은 코로나19 속에서도 눈에 띄는 상승 흐름을 유지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변화하면서 언택트(비대면) 관련주 아마존닷컴이 폭등했고 많은 이들이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기술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지난 6월 8일부터 투자자들이 매수한 주식은 대부분 기술주와 관련 기업들이다. 기술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목은 약간 상승하거나 하락세에 머물고 있다. 지난 12일까지 애플,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엔비디아, 페이팔 주식은 올해 들어 모두 최소 30% 넘게 상승했고, 이들 기술주가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나스닥이 올해 17% 오르는 동안 S&P500은 지난해보다 2% 낮은 수준에 머무는 데 그쳤다. 올해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크게 엇갈린 추세를 보이며 나스닥 지수와 나머지 지수 간 격차는 1983년 이후 최대폭으로 벌어진 것이다.

테슬라모터스 CEO인 엘론 머스크가 판매한 숏(매도)세력을 조롱한 팬츠 (출처: 엘론 머스크 트위터)
테슬라모터스 CEO인 엘론 머스크가 판매한 숏(매도)세력을 조롱한 팬츠 (출처: 엘론 머스크 트위터)

대형 기술주들의 사상 최고치 경신과 함께 전기 자동차 제조업체인 테슬라의 주가 폭등도 나스닥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지난 6일 테슬라는 13.48% 급등하며 종가 1371.59달러를 기록했다. 테슬라의 주가는 지난달에만 29.32% 올랐고, 7월에 들어서는 첫 주 동안 11.93% 상승하면서 급등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7월 11일 233.85달러에 거래되었던 테슬라는 1년 만에 6배 가까운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테슬라는 한때 세계 자동차 시장을 군림하며 빅3로 불리던 미국 3대 자동차업체(제너럴모터스, 포드, 피아트 크라이슬러)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최근 테슬라의 시총(2,586억5,400만 달러)은 토요타(1,707억9,700만 달러)를 제치고 세계 자동차 기업 시가총액 1위를 기록했다. 테슬라가 상장된 지 10년 만에 정상으로 올라선 것이다. 한화로 계산하면 310조3,848억 원으로 국내 시총 1위인 삼성전자(314조6,075억 원)에도 근접하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는 ‘천슬라’, ‘만스닥’

테슬라 주가의 고공행진은 단순한 전기차 제조사에 그치지 않고 우주항공 등 다른 미래산업과 관련한 장기비전을 내놓고 있는 테슬라의 행보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 세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 테슬라는 주당 1,000달러를 넘으면서 한국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천슬라’라는 애칭으로, 1만 달러에 안착한 나스닥은 ‘만스닥’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주식도 바로 테슬라다. 주가가 올해만 3배로 불어난 테슬라를 국내에서도 대거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예탁원이 보관하고 있는 해외 주식 1위는 테슬라로, 14억2,500만 달러다. 테슬라 지분 중 0.55%를 한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1위였던 아마존(6억4,557만달러)과 애플 등을 제치며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까지 테슬라 투자에 적극적이다.

테슬라가 모빌리티 산업의 최고 혁신 기업이 될 가능성도 크지만, 일각에선 테슬라 주가의 고공행진이 ‘거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또한 국내 증권사의 경우 테슬라와 직접 컨택하기 보다는 대부분 미국에서 공개된 정보나 뉴스를 활용해 분석을 내놓는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가 이를 바탕으로 투자할 경우에는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출처: 픽사베이(Pixabay)
출처: 픽사베이(Pixabay)

나스닥 상승 언제까지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나스닥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실물경제 충격이 심화되고 있지만 기업들이 회복 조짐을 보이기만 하면 투자자들은 매수세를 지속할 것으로 관측하는 것이다. 지난 6일에는 투자 베테랑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천연가스 업체’ 도미니언에너지 자산 인수에 나서며 간만에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골드만삭스가 다우지수와 나스닥 지수의 30% 추가 상승을 예상하는 보고서를 내놓은 것도 주목을 끄는 부분이다.

코로나19 확진자는 급증하지만 사망자는 감소하거나 크게 늘지 않는 점도 증시 상승의 한 요인이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관련 긍정적 소식도 전해졌다.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을 통상적 치료법과 비교해 60% 이상 줄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화이자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바이오엔테크의 위구르 사힌 CEO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올해 말까지 규제 당국에 백신 허가를 신청할 준비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힘입어 나스닥지수는 지난 10일 10,617.44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나스닥 선물지수는 이미 11,000대를 돌파하기도 했고, 지난 13일 나스닥은 장 초반 1만824까지 고점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테슬라 등 주요 기술주가 돌연 급락하면서 장 초반 상승세를 반납했다. 이번 주에 발표된 소비자물가(CPI), 6월 소매판매, 기업재고 등의 지표가 양호했음에도 지난 16일 나스닥 지수는 10,473.83로 종가 마감했다. 넷플릭스가 올해 2분기 역대급 실적을 발표했고 주요 기업의 2분기 실적도 예상과 달리 호전되었지만, 신규 실업급여청구건수가 17주 연속 100만 명을 넘어서고 있고 미중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점은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상황이 이어지면서 11,000대에 안착하기까지 당분간 나스닥 지수는 급등 급락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정민아 기자] sturzreg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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