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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호의 미래칼럼] 인공지능 홈단말, 스마트홈 시장 확대의 촉매제로 작용
[정근호의 미래칼럼] 인공지능 홈단말, 스마트홈 시장 확대의 촉매제로 작용
  • 정근호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본부장
  • 승인 2019.04.0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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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플랫폼 업체와 건축업체 협력 증가 추세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2000년대 중반부터 여러 업체들에 의해 시도되었지만 기대와 달리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스마트홈 시장이 201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마침내 확산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을 개화시킨 업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사업을 추진해온 통신사업자나 건축업체가 아닌 온라인 커머스와 검색 시장에서 몸집을 키워온 아마존과 구글이다.

그리고 이들이 건축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더 많은 가정에 스마트홈 플랫폼을 보급하려는 시도를 확대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AI 홈단말, 스마트홈 시대를 개화시키다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다양한 가전기기들의 이용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원격지에서도 통합적으로 관리 및 작동시킴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고 에너지 이용도 줄이는 ‘스마트홈’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건축업체들은 물론 통신사업자와 거대 IT업체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일제히 ‘홈 오토메이션(Home Automation)’ 또는 ‘커넥티드 홈(Connected Home)’과 같은 용어를 내걸고 새로운 거주환경을 만드는 사업에 일제히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들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났는데,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가정 내에는 여러 제조사들이 만든 많은 가전기기들이 존재하는데 각 기기들을 서로 연계시켜 통제할 수 있는 표준 기술이나 단일 플랫폼이 부족했다. 가전기기 업체와 통신사업자, 그리고 건축업체들도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인해 긴밀한 협력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현재에 비해 이용자들의 인식이 크게 부족했던 것도 스마트홈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배경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반전시킨 업체는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2014년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개인비서인 알렉사(Alexa)와 이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 ‘에코(Echo)’를 발표하고 ‘알렉사 스킬(Alexa Skill)’이라고 부르는 음성 앱을 통해 써드파티 업체들의 단말 및 서비스들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가정에서 이용하는 사물인터넷(IoT) 단말을 개발하는 업체들은 에코 보유자들이 자사의 제품을 음성으로 작동시킬 수 있게 하는 알렉사 스킬을 속속 선보였으며, 이로 인해 에코 이용자들은 쉽게 스마트홈 단말을 작동시킬 수 있게 되었다. 지난 9월에 아마존이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3,500개 이상의 제조사가 알렉사와 연동되는 2만 개 이상의 기기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라는 AI 개인비서를 제공하는 구글 역시 아마존과 유사하게 ‘구글홈’이라는 스마트 스피커를 제공 중이며, 이를 통한 스마트홈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글에 지난 5월 공개한 바에 따르면 구글홈은 전 세계 225개 제조사의 5천여 제품과 연동되는데, 한국에서 ‘구글홈’을 정식 판매하기 시작한 지난 10월에는 경동나비엔, 코웨이의 보일러와 공기청정기는 물론 LG전자의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8종의 가전기기를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연동 제품 확대에 따라 스마트 스피커와 같은 AI 홈단말은 가정 내에서 스마트홈 환경을 위한 허브(hub) 단말이 되고 있다. 어도비(Adobe)의 지난 9월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 스피커를 보유한 사람의 31%는 스마트홈 단말을 조작하는데 따르면 스마트 스피커를 활용하고 있다. 올해 말 미국 내 스마트 스피커 보급률이 5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에, 스마트 스피커 구매를 계기로 스마트홈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애플은 스마트홈 플랫폼 ‘홈킷(HomeKit)’를 제공 중이며, 음성인식 개인비서 시리(Siri)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 ‘홈팟(Home Pod)’을 통해 여러 가전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 홈킷의 경우 아직은 지원 제조사와 단말 수가 아마존이나 구글에 비해 부족하고 애플 역시 보안성 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플랫폼 개방을 하지 않고 있어 스마트홈 시장에서 이렇다 할 영향력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 주택업체와 협력해 신규주택 공략

아마존과 구글이 스마트홈 플랫폼으로서 인공지능 개인비서와 허브 단말을 제공하고 있지만, 일반인들 입장에서 원하는 기능과 가격대의 기기들을 파악하고 설치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아마존은 2018년 4월 스마트 스피커와 가정용 카메라, 커넥티드 도어벨 및 조명기구, 경보 사이렌, 모션 센서 등을 묶어 판매하고 전문 컨설턴트가 직접 방문해 설치까지 해 주는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다.

그리고 5월에는 주택건설업체 레나(Lennar)와 협력해 알렉사 기반의 스마트홈 단말과 서비스들을 체험할 수 있는 모델 하우스 ‘아마존 체험센터(Amazon Experience Center)’를 미국 내 15개 도시에서 오픈했다. 모델 하우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TV와 온도조절기, 조명, 창문 블라인드 등 알렉사를 이용해 조정할 수 있는 다양한 단말을 체험하고, 방문 청소 서비스인 ‘아마존 홈 서비스’ 등도 경험할 수 있다. 레나는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아마존의 제품들을 이용해 스마트홈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음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중이다.

구글-KB홈이 협력해 제공하는 신규주택 이미지 (출처: KB Home)
구글-KB홈이 협력해 제공하는 신규주택 이미지 (출처: KB Home)

특히 레나는 자사가 제공하는 주택에서 이용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기능을 선보이는데 상당히 적극적이다. 지난 2017년 6월에는 주택 건설업체로는 처음으로 와이파이 얼라이언스(WiFi Alliance)가 스마트홈을 위해 새롭게 도입한 인증 프로그램인 ‘WiFi Certified Home Design’을 채택하기도 했다.

그리고 아마존은 레나와의 협력에서 멈추지 않고 10월에 조립식 주택건설 업체 플랜트 프리팹(Plant Prefab)과, 11월에는 스마트홈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 제토(Zeto)와 연이어 제휴하며 스마트홈 확산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구글 역시 전문업체와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난 9월 말 미국의 주택건설업체 KB홈(KB Home)과 구글 어시스턴트 기반의 스마트홈 시스템을 발표한 것이다. 양 사에 따르면 KB홈은 콜로라도州 덴버와 플로리다州의 잭슨빌, 그리고 캘리포니아州 오렌지 카운티 지역에 새로 건설하는 주택에 해당 시스템을 포함시켜 구매자들에게 추가 옵션으로 제공한다. 그리고 소비자 반응을 바탕으로 이를 미국 전역의 KB홈 건축 주택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KB홈이 제공하는 스마트홈 패키지에는 강력하고 안전한 와이파이 신호 전달을 위한 구글 와이파이 메시(mesh) 네트워크와 구글 어시스턴트 기반의 스마트 스피커 두 대, 구글의 관계사인 스마트홈 단말업체 네스트(Nest)의 비디오 도어벨이 제공되는 것은 물론, 전문가의 설치 및 통합 서비스가 포함된다. KB홈과 구글의 협력은 모든 기기가 입주 후에 설치되는데, 이는 아마존과 협력하는 레나가 신축 주택의 입주 전에 모든 기기와 기능을 설치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국내서도 건축업체와 AI 플랫폼 업체 제휴 이어져

국내 AI 플랫폼 업체들도 스마트 스피커를 활용한 스마트홈 사업을 강조해왔으며, 연동 단말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제조사들과 협력해왔다. 그리고 동시에 건축업체들과도 협력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는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사물인터넷과 AI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는 통신사업자 및 포털들과 차별화된 주거공간을 선보이고자 하는 건설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2016년 9월 한국에서 가장 먼저 인공지능 개인비서 ‘누구(NUGU)’와 스마트 스피커를 선보인 SK텔레콤뿐 아니라 KT와 LG유플러스, 그리고 카카오 등 국내의 AI 플랫폼 업체들은 2017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건축업체들과 협력하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은 2016년 11월 현대건설과 제휴해 ‘지능형 스마트홈’ 서비스를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부동산 기획 업체 아시아디벨로퍼, HDC현대산업개발, 경성리츠,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의 협력을 발표했으며, 2018년 3월에는 국내 부동산 개발업체 엠디엠플러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엠디엠플러스가 분양하는 주거상품에 SK텔레콤의 스마트홈 서비스를 단독 공급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업무제휴를 통해 홈네트워크는 물론 주차관제, CCTV, 무인택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SK텔레콤이 지난 5월 국내 2위 보안업체인 ADT캡스를 인수했기에 물리보안 서비스까지 결합된 보다 안전한 스마트홈 환경 제공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1월 스마트 스피커 ‘기가지니’를 출시한 KT도 2017년 3월 롯데건설과 협력해 부산 영도 롯데캐슬 아파트에 기가지니를 공급하기로 한 것을 시작으로 대림산업, 한화건설, 경기도시공사, 서한, 동부건설, 한국건설 등과 연이어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KT 역시 아파트 각 세대에 기가지니 스피커를 공급하여 조명과 보일러 등의 쉽게 조작할 수 있게 하는 생활편의 기능은 물론 방문자 관리 등 보안 서비스와 환경, 에너지 관리 기능까지 제공하는 등 아파트에서의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환경에 집중하고 있다.

‘IoT@Home’이라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 중인 LG유플러스는 이미 다수의 건설사들과 홈IoT 구축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는데, AI 개인비서 및 스마트 스피커 사업에서는 네이버와 협력을 하고 있다. 양 사는 2017년 10월 ‘푸르지오’ 아파트에 홈IoT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대우건설과 사업협약을 체결했으며, 12월에는 ‘U+우리집 AI’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공개했다. 스마트 스피커 ‘카카오미니’를 제공하는 카카오 역시 포스코건설 및 GS 건설과 협력 중이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AI 플랫폼 업체와 건설업체와의 협력은 더욱 늘어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신축 아파트에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향후에는 대형 건축업체뿐 아니라 인테리어 업체 등과의 협력을 통해 기존 아파트 또는 빌라 등 집합주택과 개인주택에도 AI 스마트홈 설루션을 제공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위해 또 다른 전문업체와의 협력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KT의 기가지니 아파트 (출처: KT)
KT의 기가지니 아파트 (출처: KT)

업무용 건물로도 AI 개인비서 단말 적용 확대

AI 플랫폼 업체들은 가정을 떠나 기업용 건물로도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했는데, 그 포문 역시 아마존이 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업 종사자들의 업무 생산성 향상과 각 기업들의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기업용 알렉사인 ‘Alexa for Business’를 선보인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이미 이용 중인 기존 업무용 설루션과도 연동되는 것이 특징인데, 이를 도입한 기업의 근로자들은 음성으로 쉽게 회의 일정을 잡고 회의실 예약까지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마존의 설루션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첫 번째 기업군은 호텔 체인과 같은 숙박업체이다. 이미 메리어트 호텔 체인이 아마존의 설루션(Alexa for Hospitality)을 도입했는데, 에코가 설치된 각 룸의 투숙객들은 음성으로 쉽게 조명과 난방장치를 조정하고 호텔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주문하거나 예약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의 스마트 스피커 ‘에코닷’이 설치된 메리어트 호텔 (출처: 아마존)
아마존의 스마트 스피커 ‘에코닷’이 설치된 메리어트 호텔 (출처: 아마존)

국내 KT도 지난 7월 호텔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기가지니 호텔’을 발표하고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엔레지던스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투숙객은 기가지니 호텔을 통해 객실 비품을 신청하고 객실 내 조명과 냉난방, TV 등을 켜고 끌 수 있다.

향후 AI 비서와 음성인식 기반 스마트 단말들은 호텔뿐 아니라 학교와 병원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뿐 아니라 사무실과 같은 업무용 건물로도 확대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해 스마트홈 산업이 본격 확산되기 시작한 것처럼 향후 ‘스마트 빌딩’ 시스템도 인공지능 기술과 단말을 적극 도입하면서 더욱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에 도입된 ‘초고속 정보통신건물’ 인증제도가 신축 건물을 차별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것처럼 AI 기반의 스마트홈 또는 스마트건물 시스템이 건축업체의 새로운 홍보 수단으로 활용가치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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