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11-06 14:17 (금)
CIMB의 역발상, 인도네시아 위기 속 'M&A 사냥' 나선다
CIMB의 역발상, 인도네시아 위기 속 'M&A 사냥' 나선다
  • 구나연 기자
  • 승인 2026.06.10 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2% 폭락 증시에 베팅한 말레이 은행의 도박
말레이시아 CIMB 은행 사옥 (사진=AI 생성 이미지)
말레이시아 CIMB 사옥 (사진=AI 생성 이미지)

[한국M&A경제] 말레이시아 2위 은행 CIMB가 인도네시아 시장에 베팅했다. 자국 통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추락하고 주가가 폭락해 글로벌 자금이 빠져나가는 와중에 나온 역발상 행보다. CIMB그룹홀딩스의 노반 아미루딘 최고경영자(CEO)는 9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진행한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인수·합병(M&A)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도네시아 시장에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포가 지배하는 시장, 그 속의 기회

현재 인도네시아 시장 상황은 표현 그대로 위기다. 루피아화는 올해 들어 미국 달러당 1만 8,000루피아 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저 기록을 경신했고, 아시아 최악의 통화로 전락했다. 자카르타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6개월간 32% 넘게 급락해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5개월 전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지수가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전 세계 90여 개 지수 가운데 최하위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이 혼란의 진앙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다. 시장은 200억 달러 규모 무상급식 프로그램이 수십 년에 걸쳐 쌓아 온 재정 건전성을 위협한다고 본다. 여기에 프라보워 대통령이 신망 높던 기술관료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을 경질하면서 불안은 증폭됐다. 광물 채굴 쿼터 축소, 토지 수용, 기업 인허가 정지 같은 개입주의 행보도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부추겼다.

CIMB의 노림수, 약세장에서의 '저가 매수'

노반 CEO의 발언을 뜯어보면 전략의 윤곽이 드러난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장기 잠재력을 보는 투자자라면 분명 지금이 들어오기 좋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통화와 자산 가격이 동반 폭락한 지금이야말로 우량 자산을 싼값에 확보할 기회라는 계산이다. 위기를 기회로 읽는 전형적인 역발상 투자 논리다.

CIMB는 인도네시아에서 CIMB니아가를 운영하며 이미 탄탄한 기반을 다져 놓았다. 노반 CEO는 기존 사업을 보완할 다양한 자산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자산관리(웰스) 부문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우리가 보유하지 않은 특정 전문 영역도 살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순 외형 확장이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빈틈을 메우려는 정교한 접근이다.

HSBC 자산을 놓친 아쉬움, 그리고 다음 한 수

실제로 CIMB의 M&A 의지는 최근 구체적인 입찰로 이어진 바 있다. CIMB는 HSBC의 인도네시아 리테일·웰스 자산 인수전에 숏리스트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싱가포르 오버시차이니즈뱅킹(OCBC)에 고배를 마셨다. OCBC는 경쟁사들을 대부분 1억 달러 이상 웃도는 금액으로 압도적인 입찰가를 써내며 단독 협상권을 따냈다.

OCBC는 지난 5월 4일 이 거래에 서명했다. 인수 대상은 HSBC 인도네시아의 국제 웰스·프리미어 뱅킹(IWPB) 사업으로, 고객 예금과 뮤추얼펀드·채권·보험 등 투자상품, 신용카드, 리테일 대출을 아우른다. 2025년 말 기준 이전되는 운용자산(AUM)은 약 66억 싱가포르달러, 미화로 약 49억 달러에 달한다. 거래 대가는 순자산가치에 최대 4억 8,000만 싱가포르달러, 약 3억 7,600만 달러의 프리미엄을 더해 산정될 예정이다. 거래 완료 시 OCBC인도네시아의 AUM은 25% 늘어나고 직원 약 1,300명, 고객 33만 6,000명이 합류한다.

외국계 은행의 인도네시아 '입질', 왜 끊이지 않나

흥미로운 대목은 위기설이 무성한 시장에 외국계 은행들이 오히려 줄지어 군침을 흘린다는 점이다. CIMB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최대 은행 메이뱅크 역시 인도네시아 사업이 중장기적으로 그룹의 큰 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카이루스살레 람리 사장 겸 그룹 CEO는 인도네시아 경제가 여전히 성장 국면에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현장의 복잡한 사정을 인정하며, 직면한 도전을 이해하면서도 고객을 계속 지원할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메이뱅크 이익의 약 5%를 차지해 어떤 충격이 닥쳐도 큰 영향은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런 움직임은 단발성이 아니다. 앞서 UOB는 2023년 11월 씨티그룹의 인도네시아 소비자금융 사업 인수를 마무리했고, OCBC도 2024년 5월 PT뱅크커먼웰스인도네시아를 약 1억 9,100만 달러에 사들이며 고객 120만 명 이상을 확보했다. 외국계 자본이 정치적 격변과 통화 약세라는 단기 악재에도 불구하고 2억 7,000만 인구의 장기 성장성에 베팅을 멈추지 않는 셈이다.

남은 과제, 베팅은 결실을 맺을까

CIMB의 인도네시아 사업이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CIMB니아가는 지난 3월 인도네시아 부실채권(NPL) 2차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신규 자회사를 설립하고 2,000억 루피아, 약 1,180만 달러를 현금으로 투입했다. 부실채권 시장 발전을 지원하고 은행의 재무비율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위기 국면에서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준비하는 양면 전략으로 읽힌다.

업계 전문가들은 외국계 은행의 이런 행보를 두고 단기 변동성보다 인도네시아 중산층 확대와 자산관리 수요 성장이라는 구조적 추세에 주목한 결정으로 분석한다. 결국 관건은 타이밍이다. CIMB가 시장의 공포가 정점에 달한 지금을 진입의 적기로 본 판단이 옳았는지는, 루피아와 자카르타 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반등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노반 CEO가 던진 "지금이 들어오기 좋은 때"라는 확신이 결실로 이어질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국M&A경제=구나연 기자] kny@kmnanews.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