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넘어 자본시장 공략"
[한국M&A경제] 베트남 호찌민에 본사를 둔 유전자 진단 스타트업 진솔루션스(Gene Solutions)가 내년 2분기를 목표로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비침습 산전검사(NIPT)와 유전자 시퀀싱 기반 조기 암 검진을 주력으로 하는 이 회사는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1억 달러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베트남 기업이 자국이 아닌 해외 자본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사례 자체가 드문 만큼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왜 베트남이 아닌 홍콩인가
진솔루션스는 현재 프리(pre)-IPO 단계에 있으며 올해 3분기 말까지 5,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응우옌 호아이 응이아 최고경영자(CEO)에 따르면 회사는 내년 2분기에서 3분기 사이 홍콩 증시에서 거래를 시작하는 것을 겨냥하고 있다. 의문이 드는 대목은 자명하다. 왜 굳이 홍콩인가. 답은 자본시장의 깊이와 국제적 인지도에 있다.
상장을 앞둔 회사가 노리는 기업가치는 약 8억 달러 수준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홍콩 증시의 매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회사는 올해 말까지 약 9,000만 달러의 매출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상장 요건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매출 드라이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적자에서 흑자로, 그 다음은 글로벌
이 회사의 성장 곡선은 가파르다. 진솔루션스는 싱가포르와 베트남에 자체 실험실을 두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에는 파트너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튀르키예, 브라질, 대만, 홍콩, 인도, 미국 등으로 시장을 넓혔다. 응이아 CEO는 회사가 지난해 65만 건 이상이던 연간 검사 건수를 2030년 말까지 400만 건으로 끌어올리고, 연 매출은 약 3억 5,000만 달러까지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변곡점에 와 있다. 진솔루션스는 이미 베트남에서 흑자를 내고 있으며, 해외 사업은 올해 4분기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뒤 향후 12개월 안에 글로벌 전체에서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적자를 감수하며 시장을 넓히던 단계에서 벗어나 '돈을 버는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과정에서 상장 카드를 꺼내든 전략으로 읽힌다.
투자자들이 보는 진짜 그림
이 회사의 성장 뒤에는 베트남 토종 사모펀드 메콩캐피탈이 있다. 메콩캐피탈은 2021년 메콩엔터프라이즈펀드IV를 통해 1,500만 달러를 처음 투자했고, 2023년 시리즈B 라운드에서는 동남아시아 확장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2,100만 달러를 추가로 집어넣었다. 위험을 감수한 초기 베팅이 베트남 1세대 바이오테크 성공 사례로 자라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투자자들이 이 회사를 단순한 베트남 기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 지분을 보유한 싱가포르 소재 어거스트글로벌파트너스의 바실 루이 창업 파트너는 베트남이 임상∙기술∙전산 인재라는 탄탄한 기반을 갖춰 초기 단계 생명과학 혁신을 키워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지역 거점으로 도약하려면 기업이 자국 국경을 넘어 성공적으로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국내 성공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냉정한 진단이다.
월가의 꿈을 접은 베트남 기업들
진솔루션스의 행보는 해외 상장을 모색하는 베트남 기업들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빈그룹의 전기차 자회사 빈패스트는 2023년 8월 미국 나스닥에서 거래를 시작했고, 차량 호출 업체 GSM은 지난해 약 2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노리는 해외 IPO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들이 향하는 무대는 점차 월가에서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시아 증시는 지역적 근접성과 더 큰 투자자 풀, 그리고 베트남 기업의 규모와 구조에 더 적합한 제도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한때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겨냥했던 VNG, 티키, 로십 등의 상장 꿈이 좀처럼 현실화되지 못한 전례도 영향을 미쳤다. 빈패스트조차 통상적 IPO가 아닌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합병을 통해 미국에 입성했고, VNG는 신청 6개월도 안 돼 서류를 철회했다.
홍콩이 던진 '레드카펫'
이런 전환의 배경에는 홍콩 증시의 부활이 자리한다. 회계법인 딜로이트는 홍콩이 2025년 114건의 IPO를 통해 약 367억 달러를 조달해 2024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고 추산했다. 또 올해는 약 160건의 신규 상장이 이뤄지며 최소 384억 달러를 끌어모을 것으로 전망했다. KPMG는 한발 더 나아가 올해 홍콩 IPO 시장이 최대 450억 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이 동남아 기업에 적극적으로 '레드카펫'을 깔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홍콩 규제당국은 홍콩거래소(HKEX)와 동남아 거래소 간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1차∙2차 상장 규정을 검토하며 해외 기업의 상장 경로를 다듬고 있다. 진솔루션스가 홍콩을 택한 것은 회사 개별 전략인 동시에, 중국으로 향하는 관문을 자처하는 홍콩의 구애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의료 기술 기업이 자본시장의 큰 그림 속에서 어떤 좌표를 찍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한국M&A경제=박지우 기자] news@kmna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