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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 칼럼] 2020 한국의 유전체산업 쇄국정책을 풀자 #3
[박정윤 칼럼] 2020 한국의 유전체산업 쇄국정책을 풀자 #3
  • 박정윤 전문기자
  • 승인 2020.01.14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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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이라 쓰고 해외유출이라 읽는 한국 액체생검 산업 下
선명법무법인 박정윤 변호사
선명법무법인 박정윤 변호사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글로벌, 고령화, 기술이 4차 산업의 화두가 되면서 특히나 바이오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7년 생명공학백서에 의하면 글로벌 바이오시장은 2030년 4.4조 달러로 급 성장한다고 한다. 반도체, 자동차, 화학제품 기존 3대 산업의 합계치인 3.6조 달러 규모를 뛰어넘는다.

그러기에 바이오는 차세대 제 2의 반도체 사업이라 불릴 자격이 있다. 바이오산업 중심에는 정밀치료와 액체생검이 있다. 현재 액체생검 기술 선두주자는 미국이다. 그 뒤를 유럽, 일본, 중국, 한국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보다는 바로 앞에 있는 중국부터 뛰어넘어야 한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이 발표한 2018년 기술수준평가에 따르면 중국은 유전자 진단관련 기술부문에서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양국의 기술차이는 1.5년이다. 바이오마커 기술부문에서는 동등한 기술수준을 가졌다고 평가 받는다.

 

액체생검 산업에서 한국을 뛰어넘은 중국, 규제에 가로막힌 한국

중국은 광범위한 정부지원, 대규모 인프라 구축, 넓은 시장 등 성장잠재력이 높다. 또한 한국은 액체생검 기업들의 산업규제가 큰 반면에 중국은 자국기업에 대한 진단항목 규제가 없다.

2017년 기준 중국에는 한해 총 16만번의 암 검진이 있었고 그 중 액체생검만 5만번이었다. 중국의 중신증권中信证券은 기존 4,5천 위안에 해당하는 검사비용이 2천위안 수준으로 하락하면 향후 중국의 액체생검 시장은 약 200억 위안 정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통계에 의하면 매년 500만 명 정도의 액체생검 대상 암환자가 있고 이중 절반만 액체생검을 받더라도 최소 200억 위안(28.6억 달러) 정도의 시장잠재력이 예상된다고 한다.

액체생검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 보니 중국은 유전자 진단 관련 사업을 국가 중점 보호산업으로 보아 외국 회사의 국내 직접투자를 막고 있다. 중국당국 보호아래 중국의 액체생검 기업의 수는 2010년부터 두자리 수로 늘기 시작하더니 2015년에 28개로 고점을 찍었다. 그리고 2016년에 중국 최초로 첫 번째 CTC진단키트를 승인했다.

중국 Genegood(基因谷) 보도에 따르면 중국 액체생검 종사기업의 수는 2019년 초 기준 약 160여개에 가깝다. 64%가 넘는 유전체 진단기업과 24%의 액체생검 전문 기업, 그리고 나머지 기타기업으로 이루어진 특징을 가지고 있다. 상당수의 유전자진단 기업들이 액체생검에도 뛰어들고 있기에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중국의 액체생검 회사는 베이징, 상하이, 광둥성, 장쑤성, 저장성 등 연안지역 1, 2선급 도시에 집중해 있다. 이는 액체생검 비용을 부담할 경제력이 있는 잠재 소비층이 많은 도시들과 일치한다.

 

중국 액체생검은 한국과 달리 의료기관과 반드시 연계할 필요가 없다

중국의 로컬 기업들은 초창기에는 독자기술을 가지고 투자를 받은 후 지역의료기관과 보험사 등과 협업체제를 구축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식을 택하고 있다. 다만 핵심기술인 진단키트, 진단기계 등은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경우가 많다. BGI(华大基因) 같은 대형 유전체진단 기업들은 해외 진단기계업체를 합병하고, 진단서비스 외에도 ‘1000게놈프로젝트’ ‘염황계획’ 등 대형 국책 연구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기술 및 데이터를 쌓고 있다.

중국의 액체생검 대상은 외국과 유사하게 상다수가 암, 종양, 대사질병, 심혈관질병 진단에 집중되어 있고 일부는 모체의 혈액으로부터 태아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기형증후군이나 유전질환 등을 찾아내는 비침습적 산전기형아 검사(NIPT: Non-Invasive Prenatal Test) 서비스도 제공한다.

대다수가 바이오마커로 ctDNA를 사용하고 있고 일부가 CTC를 사용한다. 중국의액체생검 서비스 특징은 의료기관과 연계해야 암 진단이 가능하다는 규제가 없다. 소비자가 회사에 검진서비스를 구매하면 회사직원이 직접 진단키트를 가지고 방문하여 채혈을 하고 진단 결과를 알려준다. 암진단 외에도 한국보다 다양한 웰니스, 기타 질병진단 등 기타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는 한차례의 채혈로 다양한 진단이 가능하기에 액체생검 유인효과가 크다.

 

액체생검을 넘어 바이오 빅데이터 산업까지 진출하는 중국

중국 액체생검 산업을 주목할 모습이 있다면 액체생검을 넘어 점차 바이오 빅데이터 분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액체생검이 최적화된 표적치료제를 사용하고 사후진단 등의 정밀진료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많은 진단자의 데이터로 구성된 빅데이터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인터넷잡지사 <互联网周刊>의 ‘2019년 중국 바이오 빅데이터 기업 50위’ 안에 선정된 유전체 빅데이터 기업은 총 6개였다. 그 중의 BGI, VerryGeonomics(贝瑞和康), Novogene(诺禾致源) Annoroad(安诺优达)는 대형 유전체 기업들이다.

특히 BGI는 중국정부 승인을 받아 션젼에 국가유전자뱅크(国家基因库)를 설립한바 있다. 이는 미국, 유럽, 일본을 이은 세계 네 번째이자, 중국 최초의 국가급 유전자뱅크이다. BGI는 향후 3년내로 100만명 샘플을 채집할 것을 예상한다.

 

현재 중국산모의 모습이 10년 후 한국국민의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

규제가 없는 중국은 액체생검 산업 발전이 빠르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에서도 한국보다 열등한 부분이 있다. 불법화 되어 있는 태아성별 감별이다. 남아선호사상으로 남녀성비가 불균형한 중국정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실 한국도 2008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태아성감별 금지조항이 헌법불합치 받기 전까지는 불법이었다. 현재도 적지 않은 중국인 산모들은 홍콩으로 직접 가서 감별을 받거나 혹은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하여 홍콩 진단업체로 혈액을 보내고 있다.

그저 중국의 일뿐이라고만 무시할 수 없다. 10년 뒤에도 이러한 규제가 남아있다면 우리 국민들도 다양한 진단상품과 정밀의료를 자랑하는 중국으로 액체생검 의료관광을 가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마냥 재미있는 사건이라고 웃을 일만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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