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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 칼럼] 서울에도 바젤 아트페어가 꽃 필수 있는가? #2
[박정윤 칼럼] 서울에도 바젤 아트페어가 꽃 필수 있는가? #2
  • 박정윤 전문기자(선명법무법인 변호사)
  • 승인 2019.12.27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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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시위와 아시아 미술허브 쟁탈전
선명법무법인 박정윤 변호사
선명법무법인 박정윤 변호사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신문]프랑스의 명품 타이어업체 미쉐린은 매년 봄마다 식당 정보 안내서인 미쉐린 가이드를 배포한다. 미쉐린 가이드 별 3개를 받은 식당은 해당 식당을 가기 위해서 그 나라로 특별한 여행을 갈 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쉐린 3스타 식당과 같이 사람들은 홍콩바젤을 보기 위해 3월의 홍콩을 찾는다. 

이처럼 바젤 아트페어가 홍콩 산업에 차지하는 위상은 적지 않다. 바젤이 홍콩을 선택한 이유를 알려면 우선 홍콩의 예술산업의 기초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야 한국 예술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다.

세계 2대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아시아 거점을 타이완에서 홍콩으로 옮긴 후부터 홍콩은 중국골동품 경매로 유명했다. 홍콩이 과거부터 아시아 최고의 예술허브였던 것은 아니었다. 2006년경 10개도 안되던 갤러리는 08년 홍콩국제예술전이 개최되기 시작하기부터 늘기 시작하더니 바젤이 인수한 지금 외국 갤러리 분점을 포함하여 100개가 넘을 정도로 성장하였고 그 중 정상급 갤러리는 30개가 넘는다. 중국문화보中國文化報에 의하면 2018년 기준 외국화랑의 비율이 47%에 달할 정도로 다양성을 제공한다. 

국제금융도시로 이름난 홍콩은 매우 간편한 법인설립 절차와 낮은 법인세 등 외국회사의 진입장벽이 낮다. 영국법을 기초로 하고 외화의 진출입이 편리한 법제를 갖추었기에 미국, 유럽이 주류를 차지하는 외국 갤러리나 경매회사들이 손쉽게 진출할 수 있었다.

홍콩 지정학적 위치도 장점이다. 남쪽에는 동남아, 동쪽에는 한국, 일본이, 북쪽에는 차이나 머니 파워로 영국을 대신하여 세계 2위의 미술시장이 된 중국과 육로로 접해있다. 선박과 항공 모두 세계적인 물류기반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미술품 통관도 빠르고 투명하다.

홍콩은 예술품에 과세하지 않는다

세금 장점도 크다. 홍콩에는 통관세가 없고 더욱이 미술품 매매에는 과세하지 않는다. 세금 없이 미술품 구매비용만 부담하면 되기에 많은 컬렉터들이 홍콩에서 고가의 미술품을 다량 구매한다. 홍콩에 유난히 세계적인 경매회사들이 많은 것도 세금 때문이다. 경매회사는 수익세만 납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홍콩은 뉴욕, 런던 다음의 경매시장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이는 모두 예술산업 진흥을 위한 홍콩정부와 민간의 노력 덕분이다. 홍콩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물류 인프라, 법제화, 세금 제도 등을 구축하였다. 이 외에도 막대한 자금을 들여 엠플러스 파빌리온이나 타이쿤 예술센터 등 부수적 예술문화공간을 건축하였다. 민간에서도 홍콩 유명 건축가가 디자인한 H 퀸즈 빌딩 등 갤러리와 경매사만 입점한 클러스터 빌딩도 존재한다.

중국 민간예술리서치 기관인 Atronnet에 의하면 홍콩은 중국 전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4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9년 상반기 전세계 미술시장이 전년도에 비해 17% 하락한 상황에서 홍콩은 7억불 판매량을 달성하며 홀로 4%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미술품 경매에 한정된 것으로 관광, 호텔, 경매, 컨벤션 등 연관된 산업의 경제적 효과를 포함하면 더 높아진다. 외국자본이 쉽게 유입될 수 있는 경제구조, 정치적 안정, 지정학적 위치, 예술품 면세정책 등의 이유로 홍콩은 아트바젤을 유치할 수 있었고 결국 아시아 최고 미술허브가 될 수 있었다. 

 

 홍콩의 아성을 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은 한국과 중국

반면 한국이나 중국은 예술산업 법제 인프라에서 홍콩을 넘어서기는 부족한 면이 많다. 우선 중국은 홍콩과 달리 미술품을 사치품으로 보아 사치품 수입세 및 증치세가 있다. 또한 외국환반출 절차가 느리고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더욱이 중국 예술시장은 검열 가능성이 존재한다. 중국은 저작권법 제 1조에서 보호대상인 미술작품은 중국 사회주의 문화체제에 위반되어서는 안된다고 명시한다. 그러기에 상하이는 유즈미술관, 웨스트번드미술관에 이어 석유비축창고를 개조한 탱크(TANK)미술관까지 건축하면서 예술중심지의 위용을 자랑했지만 아시아 미술허브 자리까지는 빼앗지 못했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나 정치적 안정성면 에서는 홍콩과 비슷하다. 그러나 한국 역시 미술품 매매에는 수입세, 양도세, 부가가치세, 주민세 등 다양한 세금이 부과된다. 외국환반출 절차도 복잡하고 해외의 갤러리 등이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노력도 없다. 인천국제공항의 인프라, 서울의 호텔산업, K팝의 성공 등 한국의 문화산업도 충분히 글로벌 수준이 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었지만 유독 예술계만 맥을 못 추는 것은 미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규제의 이유가 가장 크다. 

실제로 한국정부도 예술산업 진흥에 관심이 많다. 미술진흥 중장기계획을 세우거나 한국미술진흥재단 설치 추진이나 미술품 유통 및 감정에 관한 법률 등 미술품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법안을 의결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 없이도 10년만에 아시아 예술허브를 만들어낸 홍콩의 경우를 보면 한국의 조치들은 실효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바젤 아트페어 유치도 한국 예술산업 발전의 해답이 될 수 있다

사실 한국에서도 서울 오픈아트페어나 부산국제아트페어, 한국화랑협회가 운영하는 국제 아트페어가 있다. 자체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미미한 정부지원과 미술은 탈세의 목적이라는 국민들의 예술에 대한 잘못된 시각들, 세금, 외환송금절차의 복잡성 등으로 관련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내기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아트페어에 집중하기보다 바젤 아트페어를 유치해봄으로 세계의 이목을 한국 예술산업에 끌어보는 것도 어떨까?

글로벌 아트페어는 외국의 컬렉터, 갤러리, 언론사, 관객에게 모두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플랫폼이다. 이러한 플랫폼을 가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미술관 건축, 예술행사에 대한 지원보다 우선 관련 법제들을 정비하는 것이 우선된다. 면세혜택 등으로 형평성 논란이나 예술 관련 세수가 당장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아시아 예술허브가 됨으로 관련 지역의 호텔, 관광, 금융, 컨벤션, 항공 등 많은 산업들이 혜택을 입는다는 점에서 충분한 보상이 된다고 믿는다.

홍콩시위의 장기화로 내년 아트바젤과 홍콩예술산업이 부진할 가능성은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 2의 아시아 미술허브를 꿈꿔보는 것도 헛된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 모두 지금부터 준비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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