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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한국의 유전체산업 쇄국정책을 풀자
2020 한국의 유전체산업 쇄국정책을 풀자
  • 박정윤 전문기자(선명법무법인 변호사)
  • 승인 2019.12.23 2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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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전자 DTC진단 일부 규제 시험적 완화조치와 세계 유전체산업
선명법무법인 박정윤 변호사
선명법무법인 박정윤 변호사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신문] 조선의 몰락의 단초가 되었던 사건이 무엇일까 라는 의문에 문득 쇄국정책이 생각났다. 당시의 열강들은 한 해가 다르게 성장한 반면 조선정부는 쇄국정책을 통해 전통 봉건적 지배질서를 지키려는 시도만을 하였지만 결국 실패하였다. 그리고 조선의 몰락이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140여년이 지난 한국에서 유전체 산업의 미래는 어떠한가.

소비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타액이나 혈액 같은 인체유래물의 제공을 통한 유전자를 검사해 현재 건강상태 및 병력을 예측하는 진단을 받는 사업을 DTC(Direct To Customer) 유전자 검사라 한다.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체검사기관은 대한민국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 50조 3항에 따라 12개 항목, 46개 유전자에 대한 검사만이 사실상 가능했다. 이러한 항목은 체질량지수, 중성지방농도,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색소침착, 탈모, 모발굵기, 피부노화, 피부탄력, 비타민C농도, 카페인 대사로 검진항목이 질병 검사가 아닌 개인건강진단(웰니스)에 한정되었기에 유전자진단기술의 상업적 응용에 장애가 되었다. 

규제 샌드박스 2월부터 실시, 그러나 실제 혜택 받은 기업은 아직 없어

우리 정부도 위기감을 알았는지 이러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혁신성장정책인 ‘규제 샌드박스’ 를 올해 2월에 최초 시행하여 마크로젠을 1호 사업으로 승인한 바 있다. 샌드박스는 놀이터 모래사장 같은 한정된 공간에서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에게도 법령이 금지하고 있어 사업이 불가능한 기술, 제품, 서비스에 대해 한정된 시간, 공간에서 허용해주는 정부의 신산업 육성정책이다. 규제완화를 통하여 자국 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힘을 갖춘다. 실증특례를 통해 6종의 암, 14개 질환, 12개 웰니스 분야 총 32개의 항목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실증특례 취지와 달리 신청한 기업들은 실제로는 신규 사업을 진행하지도 못하고 있다. 실증특례라는 문턱을 넘기더라도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IBR) 문턱을 통과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어느 실증특례 신청 기업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규제 샌드박스 무용론이다. 

규제를 해제시켜줄 샌드박스가 다른 규제에 걸려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오히려 참여기관들의 보이콧으로 인하여 4월에서야 시작된 보건복지부 인증제시범사업 진행속도가 산자부와 과기부의 샌드박스를 뛰어넘었다. 국가생명윤리 및 안전정책 심의기구인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이번 달 18일에 DTC 유전자 검사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 결과보고 및 관리강화방안안을 심의한 후 일부 기업에 대한 검사항목 조치를 완화하는 것을 허용하였다.

 

DTC 확대시범사업자로 일부 기업 선정되다, 웰니스 분야에 한정됨은 아쉬워

이러한 조치로 한국의 민간 유전체진단기업 중 테라젠이텍스, 이원다이애그노믹스, 마크로젠과 랩지노믹스가 직접 유전체검사를 할 수 있는 항목이 기존 12개에서 56개로 대폭 확대되었다. 출산 전 배아와 태아의 유전병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항목 수도 180개로 늘어났다. 이는 보건복지부의 DTC 확대 시범사업자로 최종 확정된 4개 기업체는 내년부터 2년간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테라젠이텍스와 이원다이애그노믹스는 각각 56개, 마크로젠은 27개, 랩지노믹스는 10개 항목에 대해 검사를 할 수 있다. 다만 검사항목은 여전히 질병이 아닌 개인건강진단인 웰니스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아쉽다.

웰니스 분야에 한정하여 규제를 조금 풀어준 한국에 비교하면 해외 4차 산업국가의 경우에는 이러한 DTC진단 규제가 있는 것이 희소하다. 미국은 일부 민감한 유전체검진항목을 제외하고 모두 허용하고 있고, 영국 및 일본, 홍콩 등은 제한이 없다. 중국의 경우에는 2018년 겨울 자국학자에 의해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던 유전자편집아기가 탄생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전자 DTC의 진단항목에 관하여는 규제가 없다. 그렇다고 중국정부가 유전체산업에 무관심한 것도 아니다. 

2019년 7월 중국 중앙정부가 실시한 중화인민공화국 인간유전자원관리조례(中華人民共和國人類遺傳資源管理條例)에 의하면 유전체의 채집, 보존, 가공, 반출 4단계로 나누어 요건과 신청절차, 책임 등을 각각 규정하였다. 유전체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단계인 빅데이터 영역까지 규정하고 관련 행정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선언하고 있는 점이 선진적이다.

 

자국 유전체기업에는 한없이 관대한 중국, 외국 유전체기업에는 엄격한 중국

이처럼 중국은 유전체산업을 국가중점 보호산업으로 보고 있다. 몇 개 없는 외국인투자금지항목에 유전체진단사업이 당당히 들어가 있기에 외국인은 중국 내에서 유전체진단기술 개발 및 응용사업에 진입하는 것은 금지된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국기업과 달리 외국기관의 중국에서의 유전체 기술연구에 대해서는 강하게 규제하기에 우회적으로 진출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인 보호를 받아 현재 중국기업은 유전체 진단을 넘어 응용단계까지 진출하기 위하여 경쟁적으로 빅데이터 축적에 힘을 쏟고 있다. 이는 향후 중국의 유전체 산업의 강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충분히 자국산업을 육성시킨 후 외국의 압박이 강해지면 그제서야 외국인 참여금지를 풀어주는 것이 중국정부의 신산업육성 전략패턴이다. 자신이 붙었는지 상하이에서 자유무역특구에서 유전체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풀어주려 노력하겠다라는 발표가 있었다. 향후 몇 년 안에 이러한 외국인 금지조치는 완화될 것을 기대된다.

 

이미 중국 유전자진단기술이 한국을 앞서고 있다

유전체는 미래 4차 산업인 바이오산업의 기초재료이다. 소비자 개인의 인체데이터를 채집, 분석, 가공한 빅데이터를 의료뿐만 아니라 화장품, 식품 등 개인 맞춤형 소비분야에 무궁무진하게 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중요점을 알고 있는 해외 4차 산업국가들은 자국 유전체산업 육성에 힘을 쏟는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발표한 2018년 기술수준평가에 의하면 중국은 한국의 유전체진단관련 기술로 추월했다. 중국은 광범위한 정부지원, 대규모 인프라 구축, 풍부한 유전자원 등 성장잠재력이 막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질 것이다. 

유전자 진단기술은 물론 진단기기 시장까지 선도하고 있는 미국뿐만 아니라, 풍부한 유전체자원과 외국산업 제한규제를 이용하여 자국 유전체 진단 및 빅데이터 기업을 대량 육성하고 있는 중국, 기술력을 가진 EU·일본 등 4차 산업국가 들은 진단기계-진단-빅데이터-응용산업까지의 산업체인을 형성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한국의 이번 DTC 진단 규제해제는 반갑지만 다소 아쉬운 소리를 할 수 밖에 없다. 유전체 의료관광부터 시작하여 시장개방까지 이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먹히느냐 먹느냐’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서 한국은 그저 다양한 진단기술 및 노하우가 축적된 외국 유전체 기업의 하나의 먹음직스러운 시장이 될 것인지, 아니면 해외에 적극 진출하는 신사업 첨병이 될 것인지 한국정부는 선택해야 한다. 하나 확실한 것은 자국 기업까지 적용되는 유전체 쇄국정책은 절대 답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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