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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N 계약 문제에 세무조사···‘유튜버’ 제도권 진입 진통 겪나
MCN 계약 문제에 세무조사···‘유튜버’ 제도권 진입 진통 겪나
  •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신문 정민아 기자
  • 승인 2019.11.0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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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계약서 없어 MCN 노예계약 피해도 속출
고소득 탈세 의혹 유튜버 세무조사 실시
유튜버 ‘탈세’ 첫 적발, 7명이 45억 원 탈루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인플루언서(influencer)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동하는 ‘SNS 유명인’을 말한다. 수십만 명에서 많게는 천만 명이 넘는 구독자(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어 단어 뜻 그대로 막강한 영향력에 연예인 부럽지 않은 수익을 자랑한다.

맛집 탐방이나 각종 아이템 후기 등을 올리던 파워 블로거들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으로 활동지를 옮겨가더니 요즘은 유튜버가 대세다. 유튜버들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무한 가능성을 가진 신종 직업군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의 유튜버 업계는 초창기 연예계에서 겪었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은 연예계에서 보기 힘든 ‘노예계약’도 그중 하나다.

 

크리에이터와 함께 성장한 MCN 업계

인기 있는 콘텐츠는 한정될 수밖에 없고, 지상파 방송국 출신 PD나 인기 연예인까지 개인 채널 개설에 나서면서 유튜버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일반인 크리에이터가 운영하는 채널은 저작권 등 법적인 문제에 취약한 문제점도 노출됐다.

‘유튜버 소속사’로 불리는 다중채널 네트워크(MCN)는 1인 미디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등장했다. 국내 대표 MCN으로는 1세대 유명 유튜버들이 대거 소속되어 있는 CJ ENM의 ‘다이아 티비’(DIA TV), 구글 출신 이필성 대표가 게임 유튜버로 유명한 ‘도티’와 함께 창업한 ‘샌드박스네트워크’ 등이 있다.

대형 MCN인 DIA TV는 ‘다이아페스티벌’을 열기도 했다. (출처: DIA TV Studio 페이스북)
대형 MCN인 DIA TV는 ‘다이아페스티벌’을 열기도 했다. (출처: DIA TV Studio 페이스북)

MCN과 파트너 계약을 맺으면 유튜버 입장에서 당장의 수익은 줄어들지만, 마케팅, 저작권 관리, 콘텐츠 유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이상 구독자 수와 수익이 확보되는 채널로 성장하면, 콘텐츠 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MCN과 계약을 맺는 유튜버가 많다. 국내 최대 규모인 DIA TV의 경우 총 1,400여 개 유튜브 채널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이 중 구독자 수 100만 명 이상을 보유한 크리에이터도 지난 6월 기준 48명에 달한다.

문제는 MCN 업계에도 악덕 업체는 존재하고, 초기 시장의 특성상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이를 마땅히 방지할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몇몇 사건으로 유튜버와 MCN 간의 불공정 계약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최근 발생한 ‘노예계약’ 논란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덕자’로 유명했던 귀농 유튜버는 지난달 활동 중단을 선언한 후 그 이유가 소속사와 불공정 계약 때문이라고 폭로했다. 덕자와 계약을 맺은 MCN ‘ACAA 에이전시’의 대표도 유튜버인 ‘턱형’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덕자는 지난 5월 ACAA 에이전시와 제작비 등을 지원받는 대신 채널 소유권을 넘기는 것으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덕자는 “여러 차례 활동 지원을 요청했으나 대부분 거절당했다”며 “편집자 3명의 월급도 부담했다”고 밝혔다.

다섯 달 동안 소속사로부터 받은 수익은 2,200만 원. 그조차 편집자 급여와 소품비로 지출돼 결과적으로는 적자였다. 3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덕자전성시대 유튜브는 추정 수익만 월평균 1,000만 원을 상회한다.

 

인기 유튜버 노예계약 폭로에 청원까지 등장

덕자는 ACAA 에이전시와 작성한 계약서에는 이런 계약 내용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고 말했다. 불공정 계약의 해지를 요구하자 소속사 측은 유튜브 채널의 소유권을 주장했고, 결국 덕자는 채널을 뺏겨 폭로방송도 아프리카TV 생방송을 통해 진행했다.

덕자전성시대에 올라온 활동 중단을 알리는 마지막 영상 (출처: 유튜브 덕자전성시대 캡쳐)
덕자전성시대에 올라온 활동 중단을 알리는 마지막 영상 (출처: 유튜브 덕자전성시대 캡쳐)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21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염전 노예와 같은 유튜브 부당계약 사건, 심판을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부당한 계약을 근거로 수익을 비상식적으로 가져가고, 결과적으로 적자인 상황으로 계속 유튜브를 운영해야 하기에, 힘들게 만든 유튜브 채널을 포기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또한 “계약을 불이행할시 1억 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협박을 하고 있다”며 “제2의, 제3의 부당계약사기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엄중한 심판을 국가가 해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은 게재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동의자 8만 명을 넘어섰다.

유사한 연예인 노예계약 논란에 대해서는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계약서를 만들었지만, 신종 직업인 유튜버는 아직 정확한 법적 근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이런 이유로 특정 유튜버들은 MCN을 기피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유튜버는 일종의 자영업으로 진입 비용이 적고 규제 장벽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속사와의 노예 계약 문제뿐 아니라, 자극적이고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범죄 행위 미화·가짜 뉴스 양산으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는 부작용을 억제할 수 있는 장치는 더욱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가 성매매나 화류계에서 일했던 경험을 콘텐츠로 제작하는가 하면 자신의 과거 범죄 행위를 재미의 소재로 아무렇지 않게 언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유명 트랜스젠더 유튜버의 성매매 사실에 대한 폭로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회 수가 곧 돈이 되는 무한 경쟁의 시장에서 불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서라도 화제를 모으려는 유튜버들이 생겨나고, 자극적인 영상은 미성년자 사이에서도 스스럼없이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고소득 유튜버 탈세 적발되기도···제도 보완 시급

최근에는 일부 유튜버를 대상으로 세무조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개인 유튜버들은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통해 소득을 신고한 후 이에 해당하는 세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해외 기업인 유튜브가 유튜버들에게 지급한 광고수익을 알려줄 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를 악용한 탈세 가능성에 대한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나마 MCN 소속 유튜버는 원천징수로 소득 파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대다수의 개인 유튜버는 자진신고로 과세 당국이 수익을 파악하기 어렵다.

출처: Pixabay
출처: Pixabay

현재로서는 유튜버의 광고수익이 싱가포르에 소재한 구글 아시아지사에서 외환으로 송금되는 것에 착안하여 세무조사 등에 활용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대책이다. 외국환거래법과 거래 규정상 ‘해외에서 국내로 송금되는 금액이 연간 1만 달러 초과’인 경우 외환 수취 자료를 한국은행에서 수집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튜버가 소득을 제삼자 명의로 분산시키는 편법을 쓰거나, PPL 등의 국내 광고수익과 개인적인 후원에 대해서 신고를 누락할 경우에는 탈세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국세청이 벌인 세무조사에서는 유튜버 7명이 총 45억 원의 소득을 광고수입금액 전액 누락 등으로 탈루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국세청은 이들에게 10억 원의 세금을 부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유튜버들의 사례이긴 하지만, 고소득 유튜버의 소득과 탈세 규모가 세무 당국에 의해 처음으로 적발되면서 유튜버에 대한 과세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은 “결제 한도 우회 등 과세 망을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상황”이라며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1인 방송인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신종 과세 사각지대에 대한 세원 관리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정민아 기자] jeong@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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