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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한 소비자, ‘선한 영향력’ 확인하고 지갑 연다
진화한 소비자, ‘선한 영향력’ 확인하고 지갑 연다
  •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신문 정민아 기자
  • 승인 2019.11.1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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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소비 추구하는 밀레니얼·Z세대
도덕성·진실성 갖춘 기업, 매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ESG 경영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화장품 회사나 수익의 일부를 취약 계층에 기부하는 기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ESG에 친화적인 기업행동이 과거에는 환경문제나 소외계층의 인권운동 등에 관심 있는 일부 기업의 부가적인 활동이었다면, 최근에는 기업 경영의 주요 아젠다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가 변했기 때문이다.

 

나를 만족시키는 ‘착한 소비’가 중요한 세대

‘가심비’라는 말이 있다. 값싸고 품질이 우수한 ‘가성비’ 좋은 상품을 찾던 소비자들이 좀 더 큰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내 마음에 흡족한 소비를 추구하면서 나온 신조어다.

가심비 좋은 소비는 남들이 보기에 쓸데없어 보여도 내겐 의미 있는 물건을 수집하거나, 특별한 한 끼 식사에 평소보다 큰 비용을 지불하거나, 건강을 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유기농·친환경 식자재를 구입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 그런데 최근의 나를 만족시키는 소비 경향은 나를 넘어 ‘사회’에 방점이 찍혀 있다.

오뚜기는 10월 18일 ‘오뚜기의 사랑으로, 새 생명 5,000명 탄생 기념행사’를 열었다. (출처: 오뚜기 홈페이지)
오뚜기는 10월 18일 ‘오뚜기의 사랑으로, 새 생명 5,000명 탄생 기념행사’를 열었다. (출처: 오뚜기 홈페이지)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어단어 첫 글자를 딴 ESG는 특히 젊은 층의 소비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나라 기준 밀레니얼 세대는 1981년에서 1996년 사이, Z세대는 1997년 이후 출생한 이들을 말한다.

2016년 OECD에서 발표한 전 세계 인구 전망치를 기준으로 하면, 2019년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각각 전 세계 인구의 30%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근거하면 2019년 우리나라의 밀레니얼·Z세대는 전체 인구의 43.9%로 예상된다.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데이터 연구기관인 월드 데이터랩(World Data Lab)은 성인이 된 밀레니얼 세대의 총 연간 수입이 2030년까지 4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신흥 경제국과 개발 도상국에 약 10억 명에 달하는 세계 밀레니엄 세대의 86%가 살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소득 증가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의 중심에 서기 시작하면서 소비 트렌드도 바뀌었다. 이들이 소비 행위에 부여하는 사회적 가치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친환경 포장 패키지에 담긴 용품을 선호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제품과 제조 과정, 기업의 도덕성까지 포함한다.

라면이나 우유 하나를 고를 때도 원료와 원산지의 건전성을 따지는 것은 물론 제품을 출시한 기업이 사회·환경적 이슈에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기업이 내건 슬로건을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실천하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때로는 그 관심이 오너 일가로 향해 경영주는 물론 경영주의 가족이나 선친이 사회에 어떤 발자취를 남긴 사람이었는지가 소비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착한 기업’에 자발적인 구매 운동 벌이기도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지난 5월 발간한 ‘신소비 세대와 의·식·주 라이프 트렌드 변화’에서 신소비 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의 특성을 행복과 자기만족에 무게 중심을 두는 ‘나’ 중심의 소비, 디지털 세상에서 태어나고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 ‘워라벨(Work-life balance)’을 중시하지만, 현실적인 경제관, 환경·윤리적 가치를 중시하는 깨어있는(Conscious) 소비로 분석했다.

과거 부모 세대에게 컨셔스 소비가 조금 비싸거나 불편하다 할지라도 사회적 가치를 위해 ‘희생’하는 개념이었다면, 이들 세대는 천연 모피를 입지 않거나 공정무역 마크 등의 ESG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힙’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또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과 미세먼지를 경험하며 성장한 이들 세대에게는 환경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나의 안위와 행복이 유지되기 위해서 환경보호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밀레니얼·Z세대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기술·경제·정치적(STEP) 요인 분석 (출처: 삼정KPMG 경제연구원)
밀레니얼·Z세대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기술·경제·정치적(STEP) 요인 분석 (출처: 삼정KPMG 경제연구원)

최근 유행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 대표적이다.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링(recycling)의 합성어로, 버려지거나 다 쓴 물건에 디자인이나 활용도를 더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업사이클 제품은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한편 희소성 있는 디자인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두 가지 욕구를 모두 충족시킨다.

이들은 자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10명 중 7명이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유사한 가치를 지닌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기업의 진정성과 도덕성이 증명되면, 본인의 소비는 물론 SNS를 통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기업의 홍보대사 또는 시민운동가로 변신하기도 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사랑을 받는 기업에는 오뚜기가 있다. 세금을 줄이려 각종 편법을 동원하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오뚜기 함영준 회장이 1,500억 원대의 재산세를 완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뚜기는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99%에 달하는 오뚜기의 정규직 비율과 고 함태호 명예회장 시절인 1992년부터 27년간 한국심장재단과 결연하여 5,000명이 넘는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들의 수술비를 지원한 선행 등을 찾아내며 ‘갓뚜기’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자신의 구매는 물론 SNS를 통해 여러 선행과 미담을 공유하며 적극적인 ‘갓뚜기 홍보 운동’을 벌인데 힘입어, 오뚜기의 ‘진라면’은 2019년 현재 부동의 1위를 자랑하던 농심 ‘신라면’을 시장 점유율 1%대로 바짝 추격하며 정상의 자리도 넘보고 있다.

 

진정성 있는 기업이 살아남는다

​해외에서는 ESG에 기반한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구매 결정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더바디샵은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을 전개한 최초의 화장품 브랜드로, 화장품 완제품은 물론 원료 또한 동물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리핑 버니(Leaping Bunny)’ 인증을 받은 첫 번째 기업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당시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더바디샵은 기존의 동물실험 반대뿐 아니라 공정 무역, 여성 권익 보호, 숲 복원(바이오 브릿지) 등의 캠페인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ESG 친화기업에 주어지는 다양한 인증들 (출처: 닥터 브로너스 홈페이지)
ESG 친화기업에 주어지는 다양한 인증들 (출처: 닥터 브로너스 홈페이지)

영국 핸드메이드 화장품 브랜드인 러쉬도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러쉬는 제조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원료 구매 시에도 아동 착취 전력이 있는 기업은 배제한다. 러쉬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 피부, 장기 칩 연구 등에도 관심을 쏟고 있어, 비영리 단체인 윤리적 소비자 연구소(ECRA)와 함께 ‘러쉬 프라이즈’를 직접 개최해 동물 대체 시험을 연구하는 과학자와 동물 대체 시험법 활성화에 공헌하는 단체에 지원금을 수여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자신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의무화하고 있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진정성에는 기업의 도덕성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의 보상이 뒤따른다.

별다른 광고도 없이 미국 바디 케어 시장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닥터 브로너스는 동물실험을에 반대하며 윤리적으로 얻은 비즈왁스를 사용한 밤(balm)류 제품 외에는 동물성 원료도 사용하지 않는 비건 브랜드다. 미국 신발업체 탐스는 신발 한 켤레를 구매하면 빈민국 아이에게 한 켤레의 신발을 기부하는 운동 펼친 후, 회사 설립 3년 만에 매출 4억 6,000만 달러를 올리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기도 했다.

ESG 개선을 위한 노력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및 위험관리 차원에서 가장 건강한 투자이자 마케팅 수단으로도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정민아 기자] jeong@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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