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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구매 플랫폼 '트렌비' 박경훈 대표, “스타트업 ‘경영진’ 아닌 ‘서포터’ 돼야”
명품 구매 플랫폼 '트렌비' 박경훈 대표, “스타트업 ‘경영진’ 아닌 ‘서포터’ 돼야”
  •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신문 임효정 기자
  • 승인 2019.11.0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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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에 더 좋은 구매경험 제공하는 것이 목표"
출처:
박경훈 대표. (출처: 트렌비)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국내 명품 시장의 확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더 빠르고 저렴하게 명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2017년 박경훈 대표가 창업한 트렌비의 이야기다. 트렌비가 어떻게 명품에 기술을 결합하고, 국내 대표 명품 구매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 박 대표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해외직구 및 명품 시장에 주목

그동안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창업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원래 한국에서 개발자로 일하다가 영국으로 건너가서 공부하게 됐는데, 당시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아 계속 사업 아이템을 만들고 도전하던 중이었다. 당시 주목했던 것이 바로 해외직구 및 명품 시장이었다.

대다수의 산업분야에서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고 있었는데, 패션과 유통 분야에서는 기술 활용이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품 유통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문제가 항상 심각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브랜드 가치를 중시하다 보니 명품 브랜드들이 제품 생산과 유통에 소극적인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4차 산업 기술들을 활용해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하게 됐다.

 

트렌비 구성원들은 어떻게 모이게 됐나?

팀 규모가 작을 때부터 무리하게 임원급의 사람들을 데려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트렌비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규모가 커지면서부터 회사 운영에 있어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작년 여름 무렵부터 트렌비를 더 좋은 방향으로 끌어줄 수 있는 핵심 멤버들을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간혹 트렌비가 비교적 쉽게 투자 유치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투자 유치 관점에서만 본다면, 투자설명회(IR) 피칭보다 핵심 인재들을 채용하는 과정이 개인적으로는 더 길고 어려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트렌비가 일반 명품 직구 플랫폼과 다른 점은 무엇이며, 궁극적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서비스 방향, 브랜드 이미지 등이 있다면?

기존의 명품 이커머스들은 명품과 이커머스라는 두 가지 중, 명품에 좀 더 방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사이트의 디자인, 셀럽과의 협업 등 고급스럽고 패셔너블한 느낌들을 주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트렌비는 이커머스로서 더 좋은 구매경험을 줄 수 있는 개발 역량과 인사이트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명품 시장에서 이커머스로서 제공해야 하는 약속은 ‘”트렌비에는 있다”라는 슬로건 안에 함축돼 있다고 본다. 한국에는 없지만 전 세계 어딘가에 있는 세일 상품, 한국에는 재고가 없는 인기 아이템, 온라인에서는 만날 수 없는 레어 아이템 등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상품과 풍부한 재고가 있다는 약속. 거기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그 많은 상품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는 편의성에 대한 약속까지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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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비 홈페이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명품들. (출처: 트렌비)

탄탄한 물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다양한 명품 브랜드를 빠르게 최저가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술을 토대로 배송 기간을 줄이고 있다. 트렌비는 판매 데이터와 조회 수 등 고객들의 니즈에 대한 빅데이터를 근거로, 인기 상품이나 재고 부족이 예상되는 상품은 사전에 미리 구매해 검수 과정을 완료하고 대기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해외 발송 시 5 영업일이 소요되며, 한국까지 미리 이동시켜 두는 최고 인기 품목들은 익일 배송도 가능하다.

 

어떤 명품이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나?

기존 국내 명품 판매 사이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데다, 도매업자를 통한 병행 수입이 용이한 의류·신발 등이 60% 이상의 매출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트렌비는 오히려 도매 유통이 어려운 고가의 가방·지갑 등 가죽제품이나 현지 아울렛 전용 상품 등이 6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브랜드로 보면 역시 최근 2~3년간 가장 핫한 브랜드로 떠오른 구찌가 돋보이지만, 탑 10 브랜드들을 보면 유럽과 미국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골고루 포진돼있다.

 

트렌비가 고속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기존의 플레이어들이 제공해 주지 못했던 새로운 혜택이 분명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명품 시장은 메이커 우위의 시장으로 수요 공급의 불균형, 정보의 불균형이 커서 고객들에게 인기 있는 제품은 쉽게 품절되거나 다른 나라보다 비싼 가격에 사야 하는 등의 불편이 있었다.

그러나 트렌비는 전 세계의 온·오프라인 상품을 하나의 데이터베이스(DB)로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원하는 제품을 가장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트렌비에는 있다”라는 슬로건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 기존 플레이어와 달랐던 점은 고객센터 인프라에 선제 투자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통상 오픈마켓에서의 직구는 개인사업자들이라 높은 수준의 고객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고, 해외 쇼핑몰의 고객 서비스는 아무래도 언어적으로나 시차 때문에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보니, 기존 국내 명품 서비스들은 제대로 된 고객센터가 없는 경우들이 많았다. 다시 말해 고액의 상품을 구매한 고객들이 상품에 대한 질문이나 불편사항을 해소하기 쉽지 않았는데, 트렌비는 고객센터는 비용이 아니라 우리의 중요한 브랜드 자산이라는 철학으로 모든 고객센터 직원들을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한편, 퀄리티 있는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워크숍에서의 박경훈 대표. (출처: )
워크숍에서의 박경훈 대표. (출처: 트렌비)

물류와 오퍼레이션은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

앞으로 어떤 부분을 강화하며 이끌어 나갈 예정인가?

직원 규모가 작을 때는 스타트업에서 대표에게 요구하는 역할을 빠르게 실행해 시장성을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다음 대표의 역할은 각 분야에서 최고의 사람들을 합류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즐겁게 역량을 발휘하며 뛰어놀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고 그들을 응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경영진’이라는 표현 대신 ‘서포터(supporter)’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성장을 만들기 위한 일을 한다. 전략적인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 보다는 성장 자체에 집중하고 싶다. 조금 더 마케팅 효율을 개선하거나, 결제 전환율을 높이는 디테일한 튜닝 작업도 중요하겠지만, 우리는 1년 후 어떤 서비스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브랜드 정체성과 성장 로드맵을 만드는 일, 다시 경험하고 싶은 서비스가 되기 위해 매력적인 고객 경험과 스토리를 만드는 일을 할 예정이다.

또 물류와 오퍼레이션은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원하는 제품이 품절되지 않도록 더 폭넓고 안정적인 제품 수급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다양한 파트너쉽과 소싱 체계의 확립, 고객이 구매한 물건이 잘 도착하게끔 결제 이후 과정을 관리하는 하자검수, 물류, 고객센터 업무 등 결과적으로 온라인에서의 구매 경험이 고객들의 손에까지 잘 닿게 하는 모든 일을 매끄럽게 운영하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는 스타트업 관계자들에게 조언하자면.

투자를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투자 없이 자력으로 클 수 있다면 더욱 좋은 것이고, 투자를 받는다면 어떻게 이 자금으로 모두에게 긍정적인 최대의 이익을 창출할 것인지 큰 책임감을 갖고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회사의 진정한 가치는 결국은 투자 유치 규모가 아니라 실제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매출과 순익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투자설명회 피칭도 결국 기업과 서비스를 기억시키고 우리가 하는 일을 이해시키기 위한 스토리텔링이다. 1차 미팅을 하고 돌아간 심사역이 투자사 내부에서 우리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하고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으려면, 핵심 키워드를 확실히 기억시키는 스토리 구조가 필요하다.

 

청사진을 공유해달라.

한국 명품 이커머스 시장에는 아직 명확한 리더가 없다. 이 시장에서 1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트렌비의 중장기 목표다.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임효정 기자] citydaily@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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