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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챔피언을 KO 시킬 방법
스타트업이 챔피언을 KO 시킬 방법
  • 채선홍 (주)클린그린 대표
  • 승인 2019.11.13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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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이기는 한 걸음
출처:
피하지 않고 마주할수록 더 강해질 수 있다. (출처: 픽사베이)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 마이클 타이슨

 

처음에는 그랬어. ‘스타트업’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멋스러움과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으로 가득 찼었어. 창업하기 전 읽었던 수많은 책과 발품 팔아가며 찾아 듣던 유명한 창업가들의 강연 시청 횟수만큼 공상은 부풀어가고, 잠들기 전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가 아침을 맞이하기도 했어.

아이디어를 다듬어 사업계획서를 준비하고, 제도권의 지원을 받고, 끝까지 변치 않을 팀원을 모아 “짠~”하고 제품을 출시해서 성공하리라. 그리고 1년, 3년, 5년 후 우리는 정상에 서 있을 거라고 말야.

“Everybody has a plan until they get hit. Then, Like a rat, they stop in fear and freeze(누구나 얻어맞기 전까진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얻어맞으면 쥐처럼 공포에 떨고 얼어붙을 것이다).”

이 말은 전 복싱 헤비급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이 실제로 경기 전 인터뷰 했던 말이 짧게 의역된 거야.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이라는 유명한 명언으로 더 잘 알려져 있어.

너무 과격하거나 직설적인 표현이라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이 문장처럼 ‘뼈 때리는 팩트 폭력’으로 가슴이 찌릿하게 만드는 말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특히 스타트업이나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고민하고, 심각하게 곱씹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말이야.

 

누구나 얻어맞기 전까진

알지 못하기에 뛰어드는 것과 알면서 뛰어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야. 우리 중 대다수는 처음 창업을 해 본 사람들이야. 해당 분야 현직자였던 창업자일지라도 관련 기술이나 업무 경험이 있는 거지, 그것이 대표자로서의 경험은 아니야.

이전 직장에서 간접적으로는 엿볼 수 있었을진 몰라도, 그조차도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마주하게 되는 창업자의 업무와 리스크로 인한 충격은 얼마나 고통스럽고 아픈지 예측이 서지 않을 거야.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에 와 닿지는 않는 법이거든.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그럴듯한 계획’과 ‘그러한 계획’은 다르듯 여러 가설을 나열해서 만들어진 사업계획서는 팩트·검증으로 구성된 알맹이 단단한 사업계획서와는 질적으로 달라. “우리가 세계 최초가 될 겁니다”라는 희망찬 말보다는 “유사한 비즈니스 사례와 레퍼런스가 있다”는 사실적인 주장이 더 신뢰를 주거든.

거기에 차별화된 경쟁력, 정량화된 수치와 명확한 마일스톤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가늠할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이어진다면, 이론을 넘어 실전용 사업계획서 레벨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어. 그럼에도 역시나 진행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수정하고,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해야 하는 반복작업이 지겨울 정도로 기다리고 있어. 이렇게 준비돼 있지 않다면, 처맞을 때 많이 아프다. 정말 아플 거야.

 

얻어 맞으면

내가 상대보다 발이 빠르다면 피할 수도 있고, 맷집이 좋으면 몇 대 정도는 맞아볼 수도 있어. 여러번 연습하고, 맞아 본 경험이 있다면, 어떻게 충격을 좀 더 줄일 수 있는지 또는 껴안아보든 온 힘을 다해 블록을 하든 대응할 수 있겠지.

근데 현실에서 우리가 상대하는 링 안의 적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해. 체급이 다르다고 할까? 게다가 더 빠르고, 더 센 펀치와 더불어 수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어. 결국 경쟁사와 마주하는 순간, 예상치라는 범위를 뛰어넘는 기량과 실력 차이에 충격을 받을 거야. 마케팅이나 브랜드가 잘 돼 있거나 이미 팬덤을 가지고 있고, 시장에서 포지션이 확고한 경쟁자와 링 위에서 마주하는 것은 마치 아마추어 복서가 마이크 타이슨 앞에 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쥐처럼 공포에 떨고 얼어붙을 것이다

타이슨의 말 중 특히 “쥐처럼 공포에 떨고 얼어붙을 것이다”라는 부분에 특히 공감해. 창업 후, 처음 자금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를 빗대는 말 중, 이보다 더 와 닿는 말은 없을 거야. 월급쟁이일 때는 경험하지 못한 이 두려움은 머릿속을 새하얀 백지가 되게 만들었고,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게 만들었거든. 겁이 나니까 도망가고 싶어지고, 후회하려는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나오더라.

 

겁나는 상대를 만나면 일찌감치 포기하라고?

여기까지 읽으면 애초에 상대도 안 될 싸움이니까 도망치거나 피하라는 메시지로 들릴 수 있겠지.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해. 정리 들어간다. 37전 무패, KO 승률 90%, 1라운드 KO승 17회의 무적이라고 칭송받던 타이슨은 1990년 전 세계 스포츠 도박사들의 42-1 예상을 뒤집고 무명 수준이었던 제임스 버스터 더글러스에게 KO패를 당했어.

다들 초반에 KO패 당할 거라 예상했던 더글라스는 8라운드에 다운을 당했음에도 다시 일어나 끈질기게 싸웠고, 10라운드에 전 세계가 놀란 기적과 같은 승리를 이뤄냈지. 이후에도 타이슨에게 도전하는 복서들이 있었고, 이들은 승리를 쟁취하기도 하고, 설령 지더라도 놀라운 기량을 각인시키며 인지도를 얻기도 했어.

타이슨의 재기를 무너뜨린 대니 윌리엄스, 아일랜드 무명선수이자 타이슨을 은퇴시킨 케빈 맥브라이드, 4살이나 많은 복서인 ‘에반더 홀리필드’는 두 번이나 그를 이겼어. 이슨의 6번의 패배 전적은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을 떨쳐내고 영광을 쟁취할 수 있다는 증명일 거야.

스포츠뿐만 아니라 경쟁에서 도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최상의 컨디션, 최고의 기량을 준비한 상태에서 싸워야 해. 주변에서 ‘상대가 안 된다’, ‘어차피 질 거야’는 핀잔에 의기소침해지거나 멘탈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상대가 강하다는 걸 알기에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치로 끌어 올리는 거지.

타이슨의 도전자들도 다들 불리할 거라고, 질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들은 자신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과 이를 뒷받침할만한 치밀한 분석과 전략, 엄청난 훈련량과 체력을 결전의 날까지 수도 없이 시뮬레이션하며 준비했기에 기적 같은 현실을 만들어낸 거야.

 

두려움에 무너지면, 너는 두려움의 먹이가 될 것이다.

두려움을 이해하면, 두려움은 너의 친구가 될 것이다.

두려움을 극복하면, 두려움은 너의 먹이가 될 것이다.

 

도전한다는 게 말처럼,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 감당해야 할 희생과 고통이 뒤따르는 무게감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하고, 또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두려움에 맞서기로 했다면, 그걸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극복할 수 있는 치밀함과 각오가 필요해.

‘우리는 스타트업이니까 모를 수도 있죠’, ‘없는 게 많으니까 스타트업이죠’, ‘처음부터 그렇게 준비된 건 스타트업이라고 볼 수 없죠’ 라는 식의 핑계를 떠올리지 말고 차라리 인정할 건 인정해. 부족한 걸 준비·보완하는데 힘을 쏟아야 해.

룰도, 상대도 모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뛰어드는 건 무지한 거야. 설령 시작했다 하더라도 안 될 거라는 주변의 말에 마음이 흔들리고,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덤비는 건 무모하다고밖에 볼 수 없어. 이길 수 있을 거란 계획과 생각은 있으나 정작 실행할 각오도, 행동할 역량도 없는 건 무능한 거야.

너무 몰아세우는 거 아니냐고? 우리는 매일 살벌한 실전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나 역시 창업 초기 안일한 마음이 있었고, 그 때문에 우리 팀이 아주 힘들었어. 아무리 익숙해지려고 해도 여전히 두려움을 마주할 때면, 털이 곤두서고, 덜컥 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어.

하지만 피하지 않고 마주할수록 조금씩이라도 더 강해지니까, 이전보다는 더 빨라지니까, 예전보다는 더 자신이 생기니까 우리는 오늘도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한 걸음 내디뎌야 해. 도전자를 넘어 챔피언이 되는 그날까지 말야.

 


출처:

채선홍

스타트업 클린그린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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