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6% 들여 실탄 보강
[한국M&A경제] 쏘카가 자율주행 전담 자회사 에이펙스 모빌리티에 1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한다. 쏘카는 7월 30일 이사회를 열고 에이펙스 모빌리티 보통주 1만 주를 100억 원에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자회사의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 참여 방식이며 취득 예정일도 같은 날이다. 지난 5월 650억 원을 출자한 데 이은 두 번째 자금 집행이다.
이번 취득 금액은 쏘카의 2025년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 1,648억 7,226만 원의 6.06%에 해당한다. 주당 취득단가는 100만 원으로 앞선 출자 때와 동일하다. 설립 이후 석 달 가까이 지났지만 자회사 몸값을 재평가하지 않고 액면 그대로 자금을 넣은 셈이다.
1,500억 원 자본금의 마지막 조각
쏘카의 자율주행 진출 자금 구조는 4월 30일 시작됐다. 쏘카는 크래프톤을 대상으로 보통주 509만 8,040주를 주당 1만 2,750원에 발행하는 650억 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조달 자금 전액을 신설 자율주행 법인에 출자한다는 조건이었다. 크래프톤은 이 증자로 쏘카 지분 13.44%를 확보해 3대 주주가 됐다.
에이펙스 모빌리티는 5월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에 설립 등기를 마쳤다. 사무실은 쏘카 서울사무소와 같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두고 박재욱 쏘카 대표가 대표이사를 겸임한다. 사내이사에는 장혁 쏘카 미래이동 태스크포스장이 이름을 올렸다. 쏘카는 5월 12일 이사회에서 에이펙스 모빌리티 주식 6만 5,000주를 650억 원에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같은 달 에이펙스 모빌리티는 크래프톤을 대상으로 보통주 7만 5,000주를 주당 100만 원에 발행해 750억 원을 조달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결의했다. 납입일은 6월 30일로 잡혔고 자금은 전액 운영자금으로 분류됐다. 사용 계획은 올해 100억 원, 2027년 250억 원, 2028년 이후 400억 원이다.
쏘카의 650억 원과 크래프톤의 750억 원을 합하면 1,400억 원이다. 출범 당시 공표한 자본금 1,500억 원과는 100억 원 차이가 난다. 이번 100억 원 출자는 그 공백을 정확히 메우는 규모다. 쏘카는 이번 취득으로 에이펙스 모빌리티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고 공시했다.
하루 110만 km 데이터가 담보
쏘카가 자율주행 사업에서 내세우는 자산은 카셰어링에서 나오는 실주행 데이터다. 전국에 배치된 차량 2만 5,000대에서 하루 평균 약 110만 km의 주행 기록이 쌓인다. 회원 수는 1,600만 명 수준이다. 시뮬레이션으로 만들기 어려운 돌발 상황과 사고 데이터, 이른바 엣지 케이스는 22만 건에 이른다.
데이터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하드웨어 투자도 진행 중이다. 라이다와 카메라 7대 등을 장착한 풀 센서킷 차량을 순차적으로 1,000대까지 늘려 일반 카셰어링 라인업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데이터로 학습용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한국형 자율주행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중장기 목표다.
상용화 경로는 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 카셰어링에서 출발해 레벨 4 라이드헤일링과 로보버스로 확장하는 단계적 구조다. 크래프톤의 게임 인공지능과 시뮬레이션 기술을 결합한다는 구상도 함께 제시됐다. 다만 게임 엔진 기반 기술이 실도로 주행 성능으로 얼마나 전이되는지는 아직 검증 단계다.
제주 3단계 로드맵과 규제 문턱
실증 거점으로는 제주가 지목됐다.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 24일 제주공항 인근 쏘카터미널을 방문해 박재욱 대표와 미래 모빌리티 특화도시 조성 방안을 논의했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내연기관 렌터카의 전기차 전환, 자율주행 카셰어링 확대, 자율주행 라이드헤일링과 로보버스 전면 도입으로 이어지는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쏘카터미널은 연면적 약 7,898㎡ 규모다. 이용자 대기실과 워크라운지, 자동세차장, 정비시설을 갖췄고 전기차 양방향 충전(V2G) 실증을 위한 양방향 충전기 15기가 설치돼 있다. 쏘카는 이 거점을 카셰어링과 V2G, 자율주행을 실제 서비스로 구현하는 시험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박 대표는 미국 애리조나와 중국 우한이 자율주행 거점으로 성장한 배경으로 지방정부가 운영 지역과 방식을 주도적으로 정한 점을 들었다. 반면 위 지사는 자율주행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해관계 조율과 사회적 수용성을 과제로 지목했다. 택시와 렌터카, 버스업계와의 조정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본업 현금흐름이 남긴 숙제
투자 여력은 본업 실적과 맞물린다. 쏘카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4,707억 원, 영업이익 232억 원으로 연간 영업흑자로 돌아섰지만 당기순손실 183억 원을 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971억 원으로 전년 동기 1,315억 원 대비 26.1% 줄었고 영업이익은 14억 원에 그쳤다. 당기순손실은 35억 원에서 88억 원으로 확대됐다.
현금 흐름은 더 뚜렷하게 갈렸다.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21억 원으로 전년 동기 448억 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카셰어링 매출총이익률이 13.4%에서 19.3%로 개선됐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자율주행 법인에 투입되는 자금은 회수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성격이다.
주주환원도 병행하고 있다. 쏘카는 3월 창사 첫 현금배당으로 주당 92원, 총 30억여 원을 집행했다. 7월 23일에는 삼성증권과 30억 원 규모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의했다. 전날 종가 9,080원 기준 취득 예정 물량은 33만 396주로 발행주식의 약 0.9%다. 앞서 확보한 26만 5,871주와 합치면 약 59만 6,000주가 된다.
주가는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크게 움직였다. 자율주행 법인 설립을 공시한 4월 30일 쏘카는 30% 오른 1만 7,81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7월 22일 종가는 9,080원이었다. 이 시점 시가총액은 약 3,446억 원으로 올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투입한 90억 원이 시총의 2.6%에 해당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쏘카의 구조를 카셰어링 현금흐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데이터로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시키는 순환형 모델로 본다. 다만 자율주행은 매출이 아직 발생하지 않는 단계이고 본업 성장은 둔화 국면이다. 크래프톤 자금이 2028년 이후까지 분산 집행되는 일정인 만큼 실증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추가 출자 부담이 쏘카 재무에 반복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M&A경제=이용준 기자] news@kmna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