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태양광 활용 가치와 계약기간 간극
[한국M&A경제] 한국국제협력단(이하 코이카)이 농업이민을 위해 매입한 남미 농장 2곳의 활용 방식을 매각과 태양광 부지 임대로 전환한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추가 개발에 따른 투자 부담을 줄이고 자금을 회수하는 반면, 칠레에서는 토지를 보유하면서 임대수익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26일 코이카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야따마우까 농장은 공개 입찰을 통한 매각을, 칠레 떼노 농장은 태양광 발전 부지 활용을 전제로 신규 임대를 추진한다. 외교부도 이 같은 자산 활용 방침을 승인했다.
다만 매각과 임대가 완료된 단계는 아니다. 아르헨티나 농장의 최대 예상 실수령액 약 121억 원에는 매수인이 양도소득세를 부담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칠레 농장 역시 장기 활용을 전제로 한 가치평가를 실제 임대계약으로 연결해야 한다. 두 사업의 성과는 감정평가액보다 최종 계약 조건과 국내로 들어오는 순수입으로 판단해야 한다.
48년 전 매입비보다 앞으로 들어갈 비용이 판단 기준
야따마우까 농장은 1978년 8월 약 212만 달러에 매입한 2만 882헥타르 규모 토지다. 농업이민 거점으로 활용하려던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고, 1991년 코이카가 관리를 맡은 뒤에도 개발과 임대 등 활용 방안을 찾는 작업이 이어졌다.
확인 가능한 비용만으로도 보유 부담은 작지 않다. 2001년부터 2026년까지 토지세 약 10억 7,000만 원과 현지 관리운영비 약 38억 8,000만 원 등 총 49억 5,000만 원이 지출됐다. 이는 매입 이후 전체 기간의 지출액이 아니라 전산 조회가 가능한 기간의 집계다. 연간 고정 비용도 약 3억 원씩 발생하고 있다.
개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6년 정부가 공개한 구상에는 한국농어촌공사가 2020년까지 농장 내 9,000헥타르에 농업∙축산∙산업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그러나 이번 자산 정리 자료는 2024년 제출한 개발계획서가 현지 주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과거의 개발 구상과 현재 실행 가능한 사업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코이카가 검토한 친환경 산림∙목축 통합개발도 초기 인프라 투자비만 최소 294만 달러가 필요하고 투자비 회수에 18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계속 보유하려면 기존 관리비에 더해 새로운 투자와 인허가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따라서 매각 여부를 판단할 때는 이미 들어간 비용뿐 아니라 추가 개발로 얻을 미래 수익과 앞으로 지출할 비용을 비교해야 한다. 과거 매입비를 웃도는 가격에 팔더라도 장기간의 관리비와 자금의 시간가치를 반영하지 않으면 투자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다. 반대로 과거 지출이 아깝다는 이유만으로 추가 투자를 이어가는 것도 경제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추정 토지가치 140억 원과 국내 회수액은 다르다
코이카가 제시한 야따마우까 농장의 추정 토지가치는 1,044만 달러, 약 140억 원이다. 이는 2025년 조사에 기초한 평가치로, 공식 감정평가와 입찰을 거쳐 확정된 매매가격은 아니다. 코이카는 감정평가법인과의 계약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제시된 비용 추정에 따르면 세금과 공증∙인지세∙중개∙송금 수수료 등을 반영한 예상 실수령액은 약 789만 달러다. 추정 토지가치에서 255만 달러를 제외한 금액으로, 비율로 계산하면 약 75.6%가 남는다. 거래비용이 추정 가치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셈이다.
매수인이 양도소득세를 부담하면 예상 실수령액은 907만 달러, 약 121억 원으로 높아진다. 이 경우 회수 비율은 약 86.9%다. 두 시나리오의 차이는 118만 달러로, 세금 부담 주체에 대한 합의가 실제 회수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다만 매수인이 세금을 부담하는 조건을 수용하더라도 그만큼 매입가격을 낮춰 제시할 가능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세금 부담 조항만 유리하게 정했다고 회수액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입찰가격과 세금∙수수료를 모두 반영한 순수령액으로 제안을 비교해야 한다.
개발권 확보도 가격을 높이기 위한 선행 작업이다. 코이카는 친환경 산림∙목축 생산계획을 제출해 전체 면적의 73%에 해당하는 개발 가능 권리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현지 시장 조사에서는 개발 승인 여부에 따라 토지가격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권리 확보 자체가 완료된 것은 아니다. 승인 범위와 조건이 확정돼야 매수자가 활용할 수 있는 토지의 가치도 구체화된다.
칠레의 높은 평가가치를 임대료로 바꾸려면 계약기간부터 맞춰야
칠레 떼노 농장은 매각 대신 용도를 바꿔 수익을 높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코이카는 인근 변전소와 고압 배전선로, 도로 접근성을 근거로 농업용 임대보다 태양광 발전 부지 활용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측량을 거친 실제 면적은 178.61헥타르이며, 이 가운데 평탄한 145.4헥타르가 주요 활용 대상이다. 코이카가 제시한 최대 1,480배의 가치 상승 가능성은 이 구역을 25∼35년간 태양광 발전 부지로 활용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실제 낙찰가격이나 확정 임대수익을 뜻하는 숫자는 아니다.
비교의 기준도 확인해야 한다. 현재 농업용 임대료와 장기간의 태양광 임대수입을 비교한 것인지, 용도 변경에 따른 토지 평가가치를 비교한 것인지에 따라 배수의 의미가 달라진다. 적용 면적과 기간, 임대료 상승률, 할인율을 함께 제시해야 잠재 가치가 어느 정도의 연간 수입으로 연결되는지 판단할 수 있다.
계약 구상에는 이런 장기 평가와 차이가 있다. 코이카는 5년 단위로 임대계약을 추진하면서 정부 방침 변경에 대비한 중도 해지 조항도 넣을 계획이다. 민간 사업자가 발전설비에 투자한다면 갱신 가능성과 해지 사유, 투자비 회수 기간을 따질 수밖에 없다. 계약 종료 때 남은 설비의 처리와 보상 조건도 입찰자가 제시할 임대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력망과 가깝다는 입지상 장점도 실제 접속 가능성과 구분해야 한다. 칠레 재생에너지∙저장협회는 2025년 전국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규모를 6,084기가와트시로 집계하며 송전 제약과 낮 시간대 수요 부족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수치를 떼노 농장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해당 부지의 전력망 수용 능력과 접속 비용을 별도로 확인해야 할 근거는 된다.
코이카가 추진하는 것은 토지 임대인 만큼 발전사업자의 예상 전력 판매액과 코이카가 받을 임대료도 분리해야 한다. 농업용 임대를 유지하는 경우와 태양광 부지로 전환하는 경우의 순임대수입을 비교하고, 계약의 안정성이 입찰가격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계약 체결보다 송금과 권리 정비까지 확인해야 정리가 끝난다
아르헨티나 농장은 올해 하반기 공개 입찰, 2027년 상반기 매매계약 체결, 하반기 매각대금 국내 송금을 목표로 한다. 코이카는 대금 회수를 위해 현지 지부의 법인격 변경을 추진해야 할 사항으로 제시했으며, 외환 규제에 따른 송금 지연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매매계약을 맺더라도 대금 지급과 국내 송금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회수가 끝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소유권 이전과 잔금 지급 순서, 세금 정산, 송금 절차에 걸리는 기간을 계약에 반영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보유 기간이 길어지면 관리비와 토지세도 추가로 발생한다.
칠레에서는 토지에 걸린 수리권 9건의 등록 정상화와 현지 세무번호 정비, 측량을 2027년 4월까지 진행해야 한다. 토지 매입 전인 1975년에 설정된 옛 저당권 서류를 소송으로 말소하는 작업도 남아 있다. 태양광 활용 가능성과 별개로 토지와 관련 권리의 법적 상태를 정리해야 거래 조건을 명확히 할 수 있다.
앞으로 공개될 아르헨티나 입찰에서는 낙찰가격과 세금 부담 조건을 반영한 순회수액을, 칠레 임대 공고에서는 연간 임대료와 갱신∙해지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2027년 예정된 국내 송금과 수리권 정비가 완료되고 실제 수입이 발생해야, 수십 년간 반복된 활용 구상이 재정적 성과로 전환됐는지 평가할 수 있다.
[한국M&A경제=이용준 기자] news@kmna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