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동맹의 허무한 결말? SK온-포드의 셈법
켄터키 공장 매각해 차입금 대폭 축소 AI 데이터센터 겨냥한 ESS 전환 본격화
[한국M&A경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포드자동차와의 4년 동맹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대대적인 사업 재편에 나섰다.
양사는 미국 내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BlueOval SK)’의 자산을 분할해 독립적으로 소유·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침체(캐즘)와 포드의 실적 부진, SK온의 재무 부담이 맞물린 상황에서 나온 전략적 결단으로 풀이된다.
켄터키는 포드, 테네시는 SK온… ‘지분 맞교환’ 없는 자산 양수도
SK이노베이션과 SK온의 공시 및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단순한 지분 매각이 아닌 복합적인 자산 양수도 및 감자(減資)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초 블루오벌SK는 켄터키주(1·2공장)와 테네시주(1공장)에 생산 시설을 구축 중이었으며, SK온과 포드가 지분을 50%씩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생산 거점의 분리다. 포드자동차는 켄터키 공장과 관련된 토지, 건물 등 유형자산과 부채, 계약 일체를 인수한다. 처분 금액은 원화 환산 기준 약 9조 8,862억 원(67억 2,300만 달러)에 달한다.
대신 포드는 그 대가로 보유 중인 블루오벌SK 지분 50%를 유상감자하는 방식으로 SK온에 반환한다. 결과적으로 SK온은 현금을 주고받는 대신, 켄터키 공장 자산을 내어주고 합작법인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이로써 블루오벌SK는 테네시 공장만을 보유한 SK온의 100% 자회사가 되어 독자적인 운영이 가능해진다.
차입금 6조 원 ‘증발’… 재무 리스크 선제적 차단
이번 거래의 가장 큰 효과는 SK온의 재무구조 개선이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수반되는 배터리 산업 특성상 SK온은 그동안 차입금 증가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에 시달려 왔다. 2025년 9월 말 기준 SK온의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약 20.9조 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번 거래가 2026년 3월 마무리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켄터키 공장과 연계된 미국 에너지부(DOE) 대여금 및 주정부 차입금 등 약 6조 원 규모의 부채가 포드 측으로 이관되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를 반영할 경우 SK온의 순차입금이 약 15조 원 수준으로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차입금 감소는 이자 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현금흐름(Cash Flow)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도 연결 재무제표상 잡혀있던 블루오벌SK의 자산과 부채가 절반가량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재무 건전성 지표가 호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드라는 ‘족쇄’ 풀고 ESS 시장 정조준
재무적 효과만큼이나 주목되는 것은 사업 전략의 변화다. 그동안 합작법인 체제에서는 포드의 의사결정이 필수적이었기에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웠다. 특히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포드 측 반대로 생산 라인을 수요가 폭증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등 운영상의 경직성이 존재했다.
SK온은 테네시 공장의 단독 운영권을 확보함에 따라 ‘운영의 유연성’을 얻게 되었다. 포드 외에 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완성차 업체와 공급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은 물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북미 ESS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되었다. SK온은 내년 ESS 공급량을 최대 10GWh까지 늘리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계획이다.
포드 입장에서도 이번 결별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전기차 사업에서 연간 5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 중인 포드는 합작 계약에 따른 의무 구매 물량을 채우지 못해 SK온에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처지였다. 합작 청산으로 보상금 리스크를 해소하고, 켄터키 공장에 대해 매각이나 자체 배터리 생산 등 다양한 구조조정 옵션을 쥘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거래로 신용도 하방 압력이 완화된 것은 사실이나, 배터리 부문의 근본적인 이익 창출력 회복과 ESS 등 신규 수주 성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K온이 독자 생존의 기반을 마련한 테네시 공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수율을 안정화하고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느냐가 향후 기업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M&A경제=박지우 기자] news@kmn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