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반려동물 의료시장, 소비자 보호 뒷받침돼야

딩펫족·펫팸족 시대, 가족이 된 반려동물 반려동물 의료시장 지속적인 성장세 ‘진료비 표준’ 없어···가중되는 반려인 부담

2019-11-19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신문 정민아 기자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단순히 동물을 키우는 인구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를 듣기 힘들 정도로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이나 ‘가족’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동물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식처럼 키우는 시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반려동물 의료시장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자식 대신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나를 위한 삶’이 중요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 후 맞벌이를 하며 육아계획이 없는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이 늘어났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30대 직장인 3명 중 1명은 자녀를 낳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당분간 출산율은 역대 최저치를 맴돌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아이가 없는 대신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딩펫족(DINK+pet)이나 펫팸족(pet+family)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2018 서울서베이’에 따르면 서울시 반려동물(개, 고양이 등) 보유가구의 비율이 2017년 기준 전체 가구의 19.4%로 조사돼 5집 중 1집은 반려동물과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다 보니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에도 적극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동물병원 결제 금액(카드 기준)은 2017년 9,14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8년에는 1조 원을 상회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8 반려동물보고서’에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가구가 반려견의 경우 월평균 12만 8,000원, 반려묘 12만 원, 둘 다 양육하는 가구 23만 8,000원을 양육을 위해 고정적으로 소비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관련 소비지출 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사료비’로 월 소비지출액의 1/3 정도였으며 ‘질병·예방치료비’는 ‘간식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온라인을 통해 받고 싶은 정보에 반려견·반려묘 양육 가구 모두 ‘동물병원 정보’와 ‘반려동물 건강/병원 기록 정리 수첩’ 항목이 1~3위 내에 분포해, 반려동물 시장의 트렌드가 과거 분양·사료 중심에서 치료·건강으로 변화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동물병원의 수도 국세청에 따르면 2014년 3,449곳에서 2018년 4,005곳으로 증가했으며, 예방접종·중성화 수술이 대부분이었던 진료 형태 또한 점차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첨단 의료기기 보유한 동물병원, 관련 사업도↑

심장질환·종양 등 외과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 스케일링·발치 등의 치료를 하는 반려동물 치과 등도 등장했다. 반려동물 노령화로 관절 질환 등 만성·퇴행성 질환을 지속해서 관리해주는 서비스와 반려묘를 키우는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고양이 전문 병원이 생기는 등 반려인들의 수요에 따라 동물병원도 세분화·전문화되고 있다.

국내 동물용 의료기기 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동물병원의 엑스레이 장비 보유 대수는 2014년 2,141대에서 2018년 3월 31일 기준 2,954대로 증가했고, 일반 진단용 엑스선 장치뿐 아니라 CT 47대, C-arm 48대, 이동형 엑스선 장치 619대, 치과용 엑스선 장치 12대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장비들 역시 보유 비율이 2014년도에 비해 각각 23.9%, 193.8%, 140%, 104.9%, 100% 증가했다. 

동물병원의

2010년대 초 300억 원에 그쳤던 동물용 의료기기의 수출·국내 판매실적도 꾸준히 증가해 2017년에는 958억 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수출(44.0%)이 내수(14.9%)보다 2.95배 높아 해외 진출도 활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기준 동물용 의료기기 품목별 판매 실적은 동물용 체외진단시약이 54.2%로 가장 높았고, 동물의료용 기구·기계 41.0% 순으로 나타났다. ‘체외진단시약’에서는 감염성·비감염성 질병 진단에 사용되는 면역화학검사시약, 분자유전자진단시약, 내분비물질검사시약 등의 판매 비율이 높았고, ‘기구·기계’는 초음파 영상진단장치 등 내장기능검사기기, 혈액검사기기, 주사기, 진단용 방사선발생장치 등의 순으로 높은 판매 비율을 보였다.

주요 수출 품목은 ‘체외진단시약’에서 감염성·비감염성 질병의 면역화학검사시약, ‘기구·기계’에서 IT 기술에 기초한 의료영상저장장치, 진단용 방사선발생장치, 초음파 영상진단장치 등이었다.

동물 의약품시장도 블루오션으로 손꼽힌다. 한국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동물용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39조 원이며 이 중 40%가 반려동물용 의약품이다. 국내 동물용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1조 1,251억 원으로 이 중 내수 시장이 8,054억 원, 수출이 3,197억 원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용 의약품의 비율은 13%(제조 기준)에 그쳐 반려동물 의료시장의 다른 분야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판매 동물용 의약품은 백신류인 생물학적 제제가 40.0%, 구충제·합성항균제·진드기구제약 등 항병원성약이 32.3%로 70% 이상을 차지했다.

 

같은 진료 받아도 진료비는 제각각? ‘표준화’ 필요

하지만 반려동물 의료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비교해 동물병원의 의료서비스는 여전히 제도적인 보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물병원 진료 행위의 표준이 없기 때문에 같은 진료를 받아도 동물병원마다 진료비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적정 진료비를 예측할 기준과 사전 고지의 의무도 없어 반려인이 동물병원 방문 전에 진료비를 예상할 수도 없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최근 3년 이내 진료 목적으로 동물병원을 이용한 소비자 637명을 대상으로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소비자 대부분(71%)이 동물병원 진료 이후에 정보를 받았고 정보제공 만족도도 5점 만점에 2.7점으로 매우 낮았다.

출처:

또한 진료 항목·비용 등 관련 정보를 관련 커뮤니티에서 확인하는 경우(40.5%)가 가장 많았고, 응답자의 92%가 진료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검사(혈액·X-ray 등) 19.8%, 중대질병(암·심장비대증 등) 12.3%, 만성질환(피부병·신부전 등) 11.8% 등 고가의 진료 항목에 대한 진료비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병원 이용 시 불만 사항도 사전고지 없음 14.5%, 과잉진료 13.6%, 과다청구 12.3%, 진료비 편차 11.8% 등 진료 과정이나 결과(오진 9.2%, 효과 없음 5.6%, 부작용 4.2%)보다 진료비 관련 사항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진료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메리츠화재의 ‘펫퍼민트’, 삼성화재의 ‘애니펫’, DB손해보험의 ‘아이러브펫보험’, 현대해상의 ‘하이펫’ 등 국내 펫보험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지만, 정확한 손해액 및 보험금 심사를 위해서도 진료 항목 표준화와 진료비 사전 고지, 공시제 도입 등이 필요한 실정이다.

동물병원의 높은 진료비는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유기동물 발생원인 중 하나로도 지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진료비 표준화’, ‘진료비 사전공시제’ 등을 담은 수의사법 개정안들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아 국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정민아 기자] jeong@kmn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