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이베이코리아 매각 추진…온라인 쇼핑 시장 재편 이뤄지나

국내 최대 규모 오픈마켓 사업자 '이베이코리아' 매각 추진 이베이, 이베이코리아 몸값으로 5조 원 제시 온라인 쇼핑 시장 재편 이뤄질 전망

2020-03-25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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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국내 최대 오픈마켓 사업자인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왔다.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고 중간에서 판매 수수료를 받는 온라인 쇼핑몰을 뜻한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옥션, G마켓, G9 등의 연간 거래액은 16조 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최대 규모다. 

미국 이베이 본사는 한국 법인인 이베이코리아 지분 100%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매각 가격으로 약 5조 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매각 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를 선정한 뒤 인수 후보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가 국내 최대 오픈마켓 사업자인 만큼 이번 매각이 성사될 경우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크게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베이코리아 매각설에 대해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매각 관련 얘기를 들은 바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베이가 ‘알짜 법인’을 매각하는 이유

이베이가 알짜 법인으로 꼽히는 이베이코리아를 매각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통업계에서는 이베이가 사업 재편을 위해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베이는 현재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 등으로부터 비핵심 자산 매각, 분사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받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기업의 일부 지분을 취득해 자산 매각, 구조조정, 지배 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단기간에 지분 가치를 끌어올린 뒤 되파는 투자 전략을 취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등이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타겟이 돼 지배 구조 개선 등에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이례적으로 최근 2년 연속 배당을 실시한 점도 매각을 앞두고 이베이에 현금을 주기 위한 의도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베이코리아는 2000년 한국에 진출한 뒤 2017년까지 배당을 하지 않다가 2018년과 2019년 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두 차례에 걸친 배당으로 이베이는 이베이코리아로부터 약 3천억 원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최대 오픈마켓 사업자인 만큼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각을 결정한 이유로 꼽힌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커머스 업체에 따라 잡히기 전에 이베이코리아를 판매하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오픈마켓 사업가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 탄탄한 조직 구조를 갖췄다는 점 등이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라며 “지금이 높은 가격을 받고 팔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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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에 눈독 들이는 유통 대기업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보로는 자금력이 탄탄한 유통 대기업들이 거명되고 있다. 

먼저 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은 대형마트 3사(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가운데 현금성 자산 등이 가장 넉넉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말 기준 롯데쇼핑이 보유한 현금 및 예금은 3조 2천억 원이 넘는다. 

롯데그룹이 3월 말 출시할 예정인 통합 온라인몰 ‘롯데ON’에 오픈마켓 기능을 적용할 계획을 세워뒀다는 점도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이유로 꼽힌다. 오픈마켓 후발주자인 만큼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픈마켓 사업자를 인수해 단숨에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그룹 역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이유가 충분하다.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 통합법인 ‘에스에스지닷컴’을 키우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단기간에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치열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지난해 매출 8,442억 원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내지 못했다. 신세계그룹은 단숨에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오픈마켓 사업자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만한 자금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이마트의 현금성 자산은 약 8천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주로 자체 제작 상품을 판매한다. 오픈마켓 사업자인 이베이코리아와 사업 영역이 크게 겹치지 않는 셈이다. 하지만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아 오히려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쉽다. 현재 하던 사업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오픈마켓 사업으로 입지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눈독을 들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는 만큼 유통업에 밝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3월 홈플러스리츠를 상장해 1조 5천억 원~1조 7천억 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홈플러스리츠가 흥행에 실패한 탓이다. 이에 따라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투자금 회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MBK파트너스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홈플러스의 사업을 크게 키운 뒤 홈플러스 투자금 회수 계획을 다시 세울 가능성이 있다. 

유통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기 위한 ‘눈치 싸움’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이현주 기자] hzu1212@kmn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