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한진칼 최대주주 됐지만 경영권은 주총서 갈린다

보통주 20.69% 확보, 0.11%포인트 역전 조원태 측 추가 취득 땐 21.07%로 재역전 한국산업은행 회수 결정과 내년 이사 선임 주시

2026-11-05     최은지 기자
(사진=AI

[한국M&A경제] 호반건설이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한진칼이 4일 공시한 호반건설과 특수관계인 3곳의 보유 주식은 보통주 1,381만 4,053주, 지분율은 20.69%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인 측의 1,373만 8,919주, 20.58%보다 7만 5,134주 많다. 보통주 기준 0.11%포인트 차이로 지분 순위가 뒤집혔다.

그러나 최대주주 변경만으로 경영권의 향방까지 결정되지는 않는다. 조 회장은 추가 주식 매입 계약을 체결했고, 호반건설은 경영 참여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이사 선임에서는 다른 대주주들의 선택이 필요하며, 감사위원 선출에서는 최대주주 지위가 오히려 의결권을 제한할 수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12월 17일 통합 출범을 앞두고 벌어진 이번 경쟁은 통합 항공사의 지분을 누가 더 많이 보유하느냐에서 시작했다. 앞으로는 누가 이사회 진입을 시도하고, 다른 주주들을 설득하며, 한국산업은행의 투자금 회수 이후까지 대비하느냐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항공업에 쌓아온 투자, 호텔 사업과의 연결은 아직 가능성

호반건설의 항공업 접근은 이번 지분 매입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2015년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였던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2022년에는 사모펀드 운용사 케이씨지아이 측과 한진칼 주식 940만 주를 주당 6만 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주식 매입 계약 금액만 5,640억 원이었다. 항공사를 직접 인수하는 방식에서 항공사를 보유한 지주회사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접근 경로를 바꾼 셈이다.

이번 최대주주 역전을 이끈 매수 주체는 호반건설 자체보다 계열사 호반산업이었다. 4일 공시에 따르면 호반건설 보유분은 767만 6,827주로 유지됐지만, 호반산업 보유분은 11만 2,145주에서 47만 1,524주로 늘었다. 증가분은 35만 9,379주다. 계열사들이 지분을 나눠 축적하면서 그룹 전체의 보유 비중을 높인 구조다.

사업적으로는 건설업 중심의 자산 구성을 다변화하고 호텔∙리조트 사업과 항공 수요를 연결하려는 투자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호반호텔앤리조트도 한진칼 보통주 8.34%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주식 보유만으로 항공편과 숙박 상품의 공동 판매, 고객 공유, 수익 배분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업 협력 계약이나 이사회 참여가 뒤따라야 실제 영업상 효과를 평가할 수 있다.

자금력도 보유 자산과 추가 투자 여력을 구분해 봐야 한다. 한국신용평가는 2025년 12월 평가에서 호반건설의 건설 부문 매출 비중을 연결 기준 80~90% 내외로 설명했다. 당시 재무구조는 양호하게 평가했지만, 용지 매입과 프로젝트금융 차입금 대위변제에 따른 자금 부담도 함께 지적했다. 한진칼 지분 가치가 커졌다는 사실만으로 앞으로 필요한 주식 매입 자금까지 확보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지분 인수 목적은 단순투자다. 다만 4일 최대주주 변경 공시는 이 목적을 기재하면서 7월 10일 대량보유 보고서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임원 선임∙해임 계획도 제시하지 않았다. 항공업 진출 이력은 장기적인 전략 투자 가능성을 뒷받침하지만, 이번 추가 매수를 곧바로 경영권 인수 선언으로 받아들일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370억 원대 대응 매입, 최대주주 복귀에는 이행 조건

조 회장의 대응은 개인 보유 주식을 늘리는 방식이다. 2일 제출한 거래계획보고서에는 보통주 32만 5,000주를 주당 11만 4,000원, 총 370억 5,000만 원에 취득하는 계약이 담겼다. 공시에 적힌 거래 목적은 책임 경영 강화다. 호반 측의 추가 취득으로 최대주주 지위가 흔들리는 시점에 공개됐다는 점에서 경영권 방어의 의미도 갖는다.

계약상 결제 예정일은 12월 3일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합의하는 날이다. 거래계획 기간은 12월 3일부터 2027년 1월 1일까지다. 한진그룹은 12월 초 매입이 완료되면 최대주주가 조 회장 측으로 다시 바뀔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지분과 앞으로 취득할 주식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32만 5,000주는 보통주 발행량의 약 0.49%다. 이 물량이 조 회장 측 외부에서 유입되고 다른 주주들의 보유량이 그대로라면 조 회장 측 지분은 약 21.07%로 높아진다. 호반 측 20.69%를 다시 웃돈다. 현재 양측의 차이가 추가 매입 계획보다 작기 때문에 최대주주 순위 자체는 비교적 적은 물량으로도 재차 바뀔 수 있다.

다만 거래계획보고서는 매도자를 밝히지 않았다. 조 회장 개인의 보유량 증가와 특수관계인 전체의 합산 지분 증가는 같은 개념이 아니다. 기존 특수관계인의 주식을 넘겨받는다면 개인 지분은 늘어도 합산 지분에는 변화가 없다. 재역전 여부는 실제 거래 상대방과 거래 후 합산 보유량으로 확인해야 한다.

계약에는 해제 사유와 관련 신고∙심사 결과에 따라 거래가 변경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는 단서도 있다. 대응 매입은 실행 계획으로 구체화됐지만 아직 완료된 방어 조치는 아니다. 호반 측이 추가로 매수한다면 현재 계약만으로 확보할 수 있는 지분 우위도 달라진다.

 

46%대 방어 지분 계산, 한국산업은행에는 지지 의무가 없다

조 회장 측의 방어력을 평가할 때 자주 등장하는 숫자는 46%대다. 반기보고서상 6월 말 델타항공 지분 14.90%, 한국산업은행 지분 10.58%를 조 회장 측 보유분에 더한 규모다. 두 주주의 지분 변동이 없고 같은 안건에서 조 회장 측과 뜻을 모은다는 전제가 성립하면 호반 측 단독 지분을 크게 앞선다.

그러나 이를 확정적인 공동 의결권으로 볼 수는 없다. 특히 한국산업은행과 조 회장의 관계에는 중요한 비대칭이 있다. 반기보고서는 조 회장이 한국산업은행 추천 인물을 한진칼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선임하기 위해 의결권을 행사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명시했다.

반대로 한국산업은행은 조 회장에 대해 어떠한 의결권 공동행사 의무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한국산업은행이 조 회장을 지원해야 하는 계약이 아니라, 조 회장이 한국산업은행의 지배구조 관련 권한을 보장해야 하는 계약에 가깝다. 한국산업은행 지분을 무조건적인 방어표로 합산하면 실제 계약 구조를 놓치게 된다.

한국산업은행은 이사∙감사위원 지명권뿐 아니라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 협의∙동의권도 확보했다. 따라서 향후 지분 처리 방향은 단순히 어느 진영이 주식을 인수하느냐를 넘어 기존 투자합의와 지배구조가 어떻게 조정되느냐까지 연결된다. 공개 자료만으로 매각 시점이나 매수자를 특정할 단계는 아니다.

호반 측의 경영권 확보 가능성을 평가할 기준도 여기서 달라진다. 조 회장 측보다 몇 주를 더 보유하는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른 대주주들의 안건별 지지를 얻거나, 이들이 지분을 처분할 때 매수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 현재의 보유량 경쟁과 장기적인 지배력 확보는 서로 다른 자금과 설득 논리를 요구한다.

 

감사위원 선출에서는 최대주주 지위가 표를 줄일 수 있다

이사회 진입을 둘러싼 제도도 달라졌다. 한진칼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 배제 조항 삭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승인했다. 집중투표는 여러 이사를 선임할 때 특정 후보에게 표를 집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수주주가 이사회에 진입할 통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감사위원 선출에는 별도의 의결권 제한이 작동한다. 개정 정관은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3%를 넘는 주주의 초과분을 제한하며,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등의 보유 주식을 합산하도록 했다. 일반 이사 선임과 감사위원 선임을 같은 지분율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이 구조에서는 호반 측이 최대주주로 남을 경우 계열사 보유분이 합산돼 감사위원 선출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최대주주가 아닌 경우에는 각 보유 주체에 대한 제한을 따져야 한다. 지분을 더 사 최대주주가 됐지만 특정 안건에서 행사할 표는 줄어드는 역설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호반 측이 집중투표를 활용하더라도 이사회 의석 확보가 자동으로 보장되지는 않는다. 실제 선임 인원과 후보 수, 투표 방식, 다른 주주들의 표 집중 여부가 결과를 좌우한다. 한진칼은 이사 수 상한도 11명에서 9명으로 줄였다. 지분율 외에 선임할 수 있는 의석의 규모까지 살펴야 한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상 내년 3월에는 독립이사 3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호반 측이 후보를 추천하고 이사회 진입을 추진한다면 단순투자라는 현재 공시와 행동 사이의 관계를 새로 설명해야 한다. 보유 목적 변경, 후보 추천, 의결권 확보 활동이 실제 경영 참여 의지를 판단할 구체적인 신호가 된다.

 

연말 지분 순위보다 내년 주총에서 제시할 안건이 중요

단기적으로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12월 예정된 조 회장의 매입 이행이다. 거래 후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과 호반 측 추가 취득 여부를 함께 봐야 한다. 조 회장 측이 최대주주로 복귀해도 호반 측의 보유 비중이 유지된다면 대주주 간 긴장은 남는다.

호반 측이 투자 목적을 유지하며 후보 추천에 나서지 않는다면 경쟁은 지분 축적과 투자수익 확보 중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경영 참여를 공식화하고 내년 주총에 후보를 제시한다면, 그때부터는 보유량 경쟁이 이사회 구성과 경영정책을 둘러싼 대결로 구체화된다.

조 회장 측도 지분 순위만 되찾아서는 외부 주주들의 지지를 장담할 수 없다. 통합 항공사 운영 성과와 자본 배분,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현재 경영진을 지지할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호반 측 역시 경영 참여를 택한다면 기존 경영진과 무엇을 다르게 할지 설명해야 한다.

일반주주에게 중요한 것은 양측의 추가 매수가 기업가치 개선으로 연결되는지다. 매입 경쟁이 주가를 자극하더라도 통합 비용과 투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이사회에 진입하려는 주주와 현 경영진 모두 통합 항공사의 현금 창출력을 어떻게 높이고 그 성과를 어떻게 배분할지 평가받게 된다.

연말에는 실제 보유 주식 수가 최대주주를 결정한다. 내년 주총에서는 후보와 안건, 주주별 의결권이 이사회 구성을 결정한다. 그 이후의 지배구조는 한국산업은행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느냐에 따라 다시 달라질 수 있다. 호반의 20.69%가 장기 투자 지분으로 남을지 경영 참여의 출발점이 될지는 이 세 단계에서 드러날 행동으로 판단해야 한다.

[한국M&A경제=최은지 기자] choi@kmn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