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의무공개매수 ‘50%+1주’ 존중론∙∙∙같은 값은 보장하되 같은 비율은 뒤로
25% 취득 최대주주에 50%+1주 공개매수 의무화 금융위, 일본∙영국식 대안의 국내 적용 한계 지적
[한국M&A경제] 금융위원회가 의무공개매수제를 국회 정무위원회 합의안인 ‘50%+1주’ 방식으로 먼저 시행하자는 입장을 1일 처음 밝혔다. 잔여 주식 전량 매수 같은 보완책은 제도를 운영해 본 뒤 논의하자고 했다. 10월 1일 본회의 상정이 보류된 뒤 정부가 내놓은 첫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변제호 자본시장국장은 “주주평등의 관점에서 ‘100% 전량매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인수∙합병(M&A) 시장을 우려하는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며 “정부도 정무위 논의 결과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약 30년 만에 재도입되는 것으로 재도입 그 자체만으로도 큰 변화”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28일 엑스(X)에 “의무매수비율을 어디까지 설정해야 할지,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를 실질적으로 조화시킬 방법은 무엇일지 각계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글을 올렸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모으는 사이, 주무 부처인 금융위는 현행 합의안을 먼저 처리하는 쪽에 무게를 실은 셈이다.
정부가 지키려는 것은 ‘같은 값’, 반대 측이 요구하는 것은 ‘같은 비율’
개정안의 구조를 보면 쟁점이 분명해진다. 정무위가 9월 17일 관련 법안 9건을 합쳐 의결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두 경우에 공개매수 의무를 지운다. 상장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25% 이상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와, 25% 이상을 가진 최대주주가 주식을 더 사는 경우다. 인수자는 발행주식 총수의 50%+1주에서 이미 가진 물량을 뺀 수량 이상을 공개매수해야 한다.
의무를 어기면 의결권 제한, 처분명령, 과징금 대상이 된다. 형사처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 벌금으로, 일반 공개매수 위반 벌칙인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보다 무겁다. 인수자가 이미 50% 이상을 가진 경우와 부실징후∙회생절차 기업 주식을 사는 경우는 예외다. 시행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다.
매수 가격은 과거 매수 가격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격 이상이어야 한다. 금융위는 과거 1년간 최고 매수가격과 공개매수 신고일 전일 종가 중 높은 쪽을 기준으로 제시해 왔다. 대주주가 받은 경영권 프리미엄 가격을 일반주주에게도 보장하겠다는 설계다.
문제는 수량이다. 인수자가 대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사들이는 ‘선행매수’가 허용되기 때문에 대주주 지분율이 높을수록 일반주주 몫은 줄어든다. 대주주가 40%를 가진 회사라면 인수자는 일반주주에게서 10%+1주만 사면 된다. 나머지 60%를 가진 일반주주가 모두 응모해도 각자 보유 주식의 약 6분의 1만 팔 수 있다.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이 9월 29일 공동성명을 내고 처리 보류를 요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탁고 87조 원 규모의 이들 운용사는 코스피200 기업 지배주주의 평균 지분율을 약 44%로 분석했다. 이 수치를 대입하면 공개매수 물량은 6%, 일반주주 보유분의 약 10.7%에 그친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이창환 대표는 “2015년 이후 상장사 M&A 35건을 분석한 결과 지배주주가 50% 이상을 가지고 있던 경우가 15건으로 43%에 달했다”며 “이런 경우에는 일반주주가 의무공개매수의 혜택을 보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일본∙영국 모델을 ‘그대로 못 쓴다’고 보는 이유
운용사들이 내놓은 대안은 ‘비례적 공개매수’다. 지배주주도 일반주주와 함께 공개매수에 응모해 같은 가격, 같은 비율로 파는 방식이다. 반대 측은 일본을 모범 사례로 들어 왔다. 일본은 의무공개매수 기준 지분을 3분의 1에서 30%로 낮춘 개정 금융상품거래법을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공개매수 후 지분이 3분의 2에 못 미치는 부분 공개매수에서는 응모 물량을 안분비례해 사도록 한다.
금융위는 이 비교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금융위 측은 일본의 경우 “인수자가 대주주 지분을 포함해 원하는 물량만큼만, 원하는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할 수 있다”며 “29%까지 고가로 매수하고 나머지는 저가로 공개매수하는 것도 가능해, 오히려 현재 국회에서 추진 중인 법안보다 주주보호 측면이 약하다”고 설명했다.
두 제도를 나란히 놓으면 보호하는 방향이 다르다. 한국 개정안은 가격 하한을 정해 두는 대신 수량은 일반주주끼리만 나누게 한다. 금융위 설명대로라면 일본은 공개매수 안에서 수량 비례를 보장하지만, 기준선 아래에서 미리 사들인 지분의 가격까지 묶지는 않는다. 금융위는 가격 보호를, 운용사들은 수량 보호를 앞세우는 만큼 어느 쪽 논리도 상대 주장을 완전히 반박하지는 못한다.
영국에 대해서도 금융위의 입장은 같다. 영국 기업인수합병규정(Takeover Code)은 30% 이상을 취득한 인수자가 잔여 주식 전부에 공개매수를 제안하도록 한다. 금융위는 영국이 “우리나라와 달리 지분이 상당히 분산돼 있어, 30∼50% 수준의 주식양수도 거래가 거의 없다”며 “지분구조가 집중된 우리나라가 그대로 벤치마킹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다만 ‘지분이 집중돼 있다’는 같은 사실은 반대 근거로도 쓰인다. 지배주주 지분율이 높을수록 선행매수 구조에서 일반주주 몫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라이프자산운용 이채원 이사회 의장은 “같은 종류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라면 지분에 비례해 동등하고 공정하게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례매수∙전량매수는 M&A 전략을 어떻게 바꾸나
반대 방향의 우려도 구체적이다. 이 대통령은 비례 매수안에 대해 “경영권을 넘기는 대주주가 보유 지분 전체를 매각하지 못하고 남은 주식을 시장가격으로 처분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짚었다. 지배주주가 44%를 가진 회사에서 모든 주주가 응모하고 인수자가 50%+1주를 비례로 사들인다고 단순 계산하면, 각 주주는 보유 주식의 절반가량만 팔게 된다. 지배주주 손에는 약 22%가 남는다.
전량 매수를 두고 이 대통령은 “100% 전량 매수를 강제하자니, 인수 측의 자금 부담이 지나치게 커져 거래 성사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딜레마가 발생한다”고 했다. 정무위 의결 때 기권한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은 경영권 인수에 드는 자금이 늘면 국내 사모펀드보다 해외 자본이 유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함께 기권한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은 정반대로, 50%+1주로 제한하면 일반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함께 누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같은 법안을 두고 정반대 이유의 기권이 나온 것이다.
의무 범위를 넓히면 프리미엄 자체가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고려대 김우찬 교수는 6월 자본시장연구원∙한국증권학회 심포지엄에서 인수자가 잔여 지분 전량 매수 부담을 줄이려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주주와 일반주주가 나눠 가질 프리미엄 총량이 작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운용사들은 50%+1주는 하한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대주주가 지분을 한꺼번에 팔고 싶다면 협상 과정에서 인수자가 100% 공개매수를 택하면 된다는 것이다. 정무위 합의안과 이를 존중하겠다는 금융위의 선택은 결국 대주주의 매각 유인을 지키는 쪽에 무게를 둔 결정이다.
‘일단 시행 후 보완’이 통하려면 넘어야 할 일정
금융위가 ‘운영해 보고 고치자’는 근거로 드는 것은 재도입 자체의 무게다. 의무공개매수제는 1997년 증권거래법에 처음 도입됐지만, 외환위기 속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늦출 수 있다는 이유로 이듬해 폐지됐다. 금융위는 2022년 12월 일반투자자 보호 방안의 하나로 재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1대 국회에서 정부안을 반영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는 잔여 주식 전부를 대상으로 하는 법안이 먼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2025년 8월, 같은 당 박홍배 의원이 8월에 각각 잔여 주식 전량 공개매수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9월 15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가 50%+1주를 법에 직접 적기로 합의하면서, 매수 수량을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여지는 빠졌다. 나중에 비율을 바꾸려면 시행령이 아니라 법을 다시 고쳐야 한다.
‘추후 논의’까지 걸릴 시간도 짧지 않다. 개정안이 연내 공포되더라도 시행은 2027년 말 이후다. 일반주주 매각 비율과 M&A 건수의 변화를 평가할 만큼 실제 사례가 쌓이려면 그 뒤로도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갈림길은 본회의 재상정이다.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했지만 재상정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통령의 의견 수렴 글에는 댓글이 400개 안팎 달렸고, 상당수가 선행매수 구조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12월 초 회기가 끝나기 전에 국회가 비례 요소를 더한 수정안을 낼지, 금융위 입장대로 원안을 처리할지가 정해진다. 원안대로 통과되더라도 일반주주가 실제로 받을 몫은 시행령에 담길 가격 기준이 최종적으로 정한다.
[한국M&A경제=박지우 기자] news@kmn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