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주주 선택 무관하게 오너 지배력 67% 수렴하는 한국철강 상장폐지 방정식

공개매수와 포괄적 주식교환 거쳐 자사주 소각으로 장세홍 일가 지분율 12%포인트 상승 단기 프리미엄 뒤편 PBR 0.4배 자산가치 할인과 대규모 차입금 상환 부담은 과제

2026-11-02     구나연 기자
(사진=AI

[한국M&A경제] 소수주주가 어떤 선택지를 쥐든 결과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로 귀결된다. KISCO홀딩스가 자회사 한국철강의 잔여 지분을 전량 사들여 상장폐지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겉으로는 건설 경기 침체 대응과 중복상장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거래의 종착지는 자사주 소각을 활용해 오너 일가의 지주사 지분율을 67%대까지 끌어올리는 정교한 지배구조 재편이다.

KISCO홀딩스는 2일 자회사 한국철강 보통주 859만 2,668주를 주당 1만 3,000원에 사들이는 공개매수설명서를 공시했다. 매수 대상은 KISCO홀딩스가 이미 보유한 2,199만 3,925주(60.34%)와 한국철강이 보유한 자기주식 586만 3,407주를 제외한 유통주식 전량이다. 전체 발행주식의 23.57%에 해당하며, 청약 기간은 2일부터 오는 23일까지 22일간이다. 전량이 응모할 경우 투입되는 자금은 1,117억 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250억 원은 자체 자금으로, 나머지 약 867억 원은 금융권 단기 차입으로 조달한다.

공개매수가 끝나면 곧바로 비상장 완전자회사화를 위한 포괄적 주식교환이 이어진다. 주식교환 비율은 한국철강 1주당 KISCO홀딩스 보통주 0.4261670주로 책정됐다. 공개매수가격 1만 3,000원은 교환가액 산정 기준인 9,951원보다 30.6% 높고, 공시 직전 거래일인 10월 30일 종가(1만 430원) 대비로도 24.6%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소수주주가 신주 교환을 기다리기보다 현금을 쥐고 이탈하도록 유도한 가격 설계다.

 

주주 선택과 상관없이 오너 지분율 67.8%로 결속

거래 구조의 핵심은 KISCO홀딩스 장세홍 대표 일가의 지분율 변화다. 현재 KISCO홀딩스의 총발행주식수는 1,417만 6,380주이며, 장세홍 대표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55.81%다. 만약 한국철강 소수주주 전량이 공개매수에 응모해 현금을 회수하면, KISCO홀딩스는 신주를 발행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때 KISCO홀딩스가 보유 중인 자기주식 250만 3,339주를 전량 소각하면 발행주식 총수가 줄어들면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기존 55.81%에서 약 67.8%로 단숨에 12%포인트 가까이 뛴다.

소수주주가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고 포괄적 주식교환에 참여해 신주를 받더라도 최종 결말은 같다. 주식교환으로 최대 366만 1,911주의 신주가 발행되지만, KISCO홀딩스는 지분 희석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기존 자사주 소각에 더해 신주 발행 규모만큼의 자기주식을 추가 매입해 소각하겠다는 방침을 공시했다. 신주 발행으로 늘어난 지분을 회사의 현금으로 다시 사들여 지워버림으로써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정확히 67.8% 수준으로 수렴하게 된다.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인 3분의 2(66.7%) 이상을 회사 재원으로 단번에 굳히는 구조다.

 

PBR 0.4배 자산가치 할인과 867억 원 차입 부담

표면적인 명분은 사업 효율화다. 철근 단일 품목 중심의 한국철강은 건설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로 최근 실적 부진을 겪어왔다. 상장 지주사와 상장 자회사가 병존하면서 발생한 모자회사 중복상장 할인과 거래량 부족을 해소하고 그룹 자원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상장폐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철강 역시 보유 중인 자사주 586만 3,407주와 향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할 자사주 전량을 소각해 주식가치 훼손을 막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수주주 사이에서는 저평가 논란이 불가피하다. 단기 시세 대비 프리미엄을 얹었으나, 주가순자산비율(PBR) 0.4배 안팎에 머물러 온 한국철강의 순자산 가치를 고려하면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축출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남는다. 지주사 신주를 택해 잔존하더라도 완전자회사화된 철강 사업의 이익이 오너 지분율이 대폭 상승한 지주사로 집중되는 구조를 감수해야 한다.

성패를 가를 1차 시험대는 오는 23일 마감되는 공개매수 응모율이다. 공개매수 단가에 반발한 소수주주가 주식교환 승인을 위한 2027년 1월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결집하거나 주식매수청구권(주당 9,700원)을 집단 행사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회사 자금 250억 원에 더해 867억 원에 달하는 차입금 부담과 향후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 비용을 치르면서 오너 지배력을 67%로 굳힌 이번 재편이 진정한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지 시장의 검증이 시작됐다.

[한국M&A경제=구나연 기자] kny@kmn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