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베시 지분 20% 추진∙∙∙매출은 고객 증설 따라

9%에서 약 20%로 확대 계약 체결 전공정∙조립 기술 묶어 AI 연결 공략 2027년 상반기 인도 일정 이행 점검

2026-10-28     박지우 기자
(사진=AI

[한국M&A경제]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네덜란드 비이 세미컨덕터 인더스트리즈(이하 베시) 지분을 기존 9%에서 약 20%로 확대한다. 회사는 26일 현지시간 주식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주식 인도는 미국 경쟁법에 따른 대기기간이 만료되거나 조기 종료된 뒤 이뤄지는 조건이다.

이번 투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성능을 높이는 경쟁이 칩 내부의 미세공정을 넘어 칩과 칩을 연결하는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웨이퍼 가공 기술을, 베시는 칩 배치와 접합 기술을 제공해왔다. 기존 공동개발 관계에 더 큰 지분 투자를 결합하는 구조다.

다만 자본 관계 강화가 장비 매출의 즉각적인 증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두 회사는 이미 공동 장비를 출시했고, 베시의 수주도 늘고 있다. 앞으로 투자 성과를 가를 요인은 협력의 시작 여부보다 고객이 해당 기술을 어떤 제품에 채택하고 언제 생산능력을 늘리느냐다.

경영권 요구 없이 투자 규모를 키운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이번 투자를 장기 투자로 규정하면서 현재 약 20%를 넘어 지분을 늘리거나 베시 이사회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지분 확대에 따라 베시의 기업가치 변화에 대한 투자 노출은 커지지만, 발표에 담긴 거래는 경영권 인수와 구분된다.

이런 의사 표명은 영구적인 지분 상한을 의미하지 않는다. 회사는 2025년 4월 처음 9%를 확보했을 때도 추가 주식 매입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번 확대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현재의 투자 방침과 향후 변경할 수 없는 약속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 의무공개매수 기준도 20%와는 다르다. 네덜란드 금융시장감독청에 따르면 단독 또는 공동으로 주주총회 의결권의 30% 이상을 행사할 수 있으면 원칙적으로 나머지 주식 전체에 대한 공개매수 의무가 발생한다. 20%는 이 기준보다 낮지만, 해당 규정만으로 회사가 정확히 20%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다.

중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부담으로 볼 만한 과거 사례는 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중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기한 내 확인하지 못하면서 일본 고쿠사이 일렉트릭 인수 계약이 2021년 3월 종료됐고, 해지 수수료 1억 5,400만 달러를 부담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중국 심사를 피하기 위해 지분율을 정했다고 밝히지 않았다. 과거 인수 무산은 규제 위험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이번 투자 구조의 동기를 입증하는 근거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투자 가격에 대한 판단도 남아 있다. 베시 주가는 6월 317유로 고점 이후 크게 조정받았지만, 이번 발표와 공시에는 추가 매입 총액과 주당 가격이 제시되지 않았다. 주가 하락 뒤 투자 규모를 키웠다는 사실과 유리한 가격에 지분을 확보했다는 평가는 별개의 문제다.

칩을 정확히 놓는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두 회사가 결합하려는 기술의 중심에는 하이브리드 본딩이 있다. 칩 사이를 구리와 구리의 직접 접합으로 연결해 접점 밀도를 높이고 연결 거리를 줄이는 방식이다. 여러 칩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동시키는 첨단 패키징에서 데이터 이동에 필요한 전력과 연결 구조를 개선하는 수단이다.

AI 시스템에서는 연산 성능뿐 아니라 연산장치와 메모리 사이에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이동시키는지가 중요하다. 연결을 촘촘하게 만들수록 접합면의 평탄도와 청정도, 칩 배치 정밀도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작은 표면 편차도 접합 품질과 수율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조립장비 하나의 정밀도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베시의 협력은 이 문제를 겨냥한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식각∙평탄화∙증착∙세정∙계측 기술과 베시의 칩 배치∙연결∙조립 기술을 결합한다. 같은 반도체 장비업체라도 이번 협력에서 제공하는 기능은 서로 보완적이다. 개별 장비를 연결하는 데서 생기는 공정 간 편차를 줄이려는 접근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협력은 연구 구상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2025년 10월 공동개발한 통합 하이브리드 본딩 시스템 키넥스(Kinex)를 공개하면서 복수의 첨단 로직∙메모리∙반도체 조립∙검사 고객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 사이의 대기시간 관리와 장비 내부 계측을 통해 접합 일관성을 높인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고객의 사용 사실만으로 모든 응용처의 대규모 양산 검증이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지난 1일 발표한 베시의 에픽 연구개발센터 참여는 협력 범위를 더 넓히는 단계다. 공동개발 대상에는 하이브리드 본딩뿐 아니라 열압착 본딩, 로직∙메모리 통합, 패널 단위 집적과 광 연결 응용이 포함됐다. 이번 지분 확대는 기술제휴를 새로 시작하는 거래보다 이미 진행 중인 공정 통합 전략에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결정에 가깝다.

진화하는 열압착 본딩도 고객의 선택지다

하이브리드 본딩의 확산 속도를 판단하려면 기존 접합 기술의 발전도 함께 봐야 한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8월 기술 설명에서 당시 주요 고대역폭 메모리(HBM) 설계가 미세 돌기인 마이크로범프로 적층 칩을 연결하며, 향후 더 높은 연결 밀도를 위해 하이브리드 본딩 채택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기술의 장기적인 필요성과 현재 제품의 채택 시점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는 뜻이다.

경쟁사 에이에스엠피티(ASMPT)는 열압착 본딩에서 이미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2025년 연차보고서에서 열압착 본딩 매출이 전년보다 약 146% 증가했고, 12단 HBM4용 장비를 복수 고객에게서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접합 방식도 고적층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며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이에스엠피티는 5월 산화물을 제거하면서 접합하는 열압착 기술도 소개했다. 회사는 잔류물과 오염 위험을 줄여 더 미세한 접점과 고밀도 적층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전환하기 전까지 기존 방식의 적용 범위를 넓히려는 기술 경쟁도 진행 중인 셈이다. 해당 효과는 회사가 제시한 기술 설명이며, 베시 장비와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한 결과는 아니다.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자체에서도 경쟁은 이어진다. 에이에스엠피티는 2025년 고객 검수를 받고 추가 장비를 출하했으며, 차세대 장비와 고객 평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시와 경쟁사의 공개 자료는 고객과 개발 단계, 적용 제품이 달라 수율이나 생산원가의 우열을 곧바로 판정하기 어렵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베시가 공동개발 범위에 열압착 본딩까지 포함한 점도 이와 맞닿아 있다. 고객의 모든 제품이 한꺼번에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이동한다는 전제보다 여러 접합 방식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고객 입장에서는 연결 밀도 개선 효과와 함께 공정 전환에 필요한 비용, 수율 안정화 수준을 판단해야 한다.

 

수주 증가와 장비 인도 사이에 시간이 놓인다

베시가 22일 발표한 3분기 매출은 2억 8,340만 유로로 전년 동기보다 113.6% 증가했다. 수주는 3억 4,260만 유로로 96.1% 늘었다. 다만 이는 회사 전체 실적이며,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만의 매출과 수주로 읽어서는 안 된다.

하이브리드 본딩의 수요 확대도 확인된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해당 장비 수주는 2025년 연간 수주의 두 배를 넘었고, 누적 장비 수요는 215대를 초과했다. 여기서 누적 수요는 설치가 끝나 고객 생산라인에서 가동 중인 장비 수와 구분해야 한다.

수주가 늘어도 매출 증가 속도는 납기에 따라 달라진다. 베시는 4분기 매출을 3분기 대비 5% 감소에서 5% 증가 사이로 전망했다. 일부 고객이 3분기 주문 장비의 인도 시점을 2027년 상반기 생산능력 계획에 맞춰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주문 확보와 장비 인도 사이의 시간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지분 확대의 성과를 발표 직후 주가나 공동개발 항목 수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장비 통합이 고객의 공정 검증을 단축하는지, 기존 고객의 반복 발주로 이어지는지, 확보한 주문이 예정된 인도와 매출로 전환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거래에서는 미국 경쟁법상 대기기간 종료와 실제 주식 인도가 먼저 확인돼야 한다. 사업에서는 베시가 설명한 2027년 상반기 생산능력 계획에 맞춰 고객이 장비를 인수하는지가 다음 판단 기준이다. 지분 투자가 협력의 지속성을 높이더라도 장비를 받아 생산라인에 투입할 시점을 결정하는 주체는 고객이다.

[한국M&A경제=박지우 기자] news@kmn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