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 '큐레보' 4,599억 원에 매각∙∙∙릴리, 백신 3社에 5.8조 원 베팅한 까닭
자기자본 33% 한번에 회수 릴리, 백신에 5.8조 원 베팅
[한국M&A경제] GC녹십자가 27일 미국 관계사 큐레보 백신의 보유 지분 전량을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에 매각한다. 양도 금액은 4,599억 원, 자기자본 대비 33%에 이르는 초대형 자산 양도 거래다.
양도 대상은 GC녹십자가 보유한 큐레보 보통주 2,107만 5,336주 전량이다. 지분율로는 20.3%다. 받게 될 대금은 거래 종결과 동시에 들어오는 선급금 3,066억 원과 매출 목표 달성을 조건으로 한 마일스톤 1,533억 원으로 짜였다. 선급금 가운데 2,847억 원은 거래 종결 후 6영업일 이내 우선 지급된다.
릴리는 왜 큐레보에 15억 달러를 베팅했나
일라이릴리가 큐레보 인수에 베팅한 총액은 최대 15억 달러. 한화로 환산하면 약 2조 2,600억 원에 달한다. 릴리는 이번 계약으로 큐레보가 개발 중인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아메조스바테인(CRV-101)'에 대한 권리를 손에 쥐게 된다.
릴리가 이런 거금을 던진 배경엔 아메조스바테인의 임상 성적표가 있다. 글로벌 임상 2상에서 GSK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와 직접 비교(Head-to-head) 시험을 진행한 결과 면역원성에선 비열등성을 입증했고 내약성은 오히려 우위에 섰다. 싱그릭스는 글로벌 대상포진 백신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온 블록버스터다.
릴리, 백신 3사 동시 인수∙∙∙'예방 전략'으로 핸들 꺾어
이번 거래는 단발성 베팅이 아니다. 릴리는 26일(현지시간) 큐레보(15억 달러)와 함께 스위스 림마테크 바이오로직스(7억 8,000만 달러), 사우디아라비아 백신컴퍼니(15억 5,000만 달러)까지 3개 백신 기업을 한꺼번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총 인수금액은 38억 3,000만 달러, 한화 약 5조 8,000억 원에 이른다.
인수 대상 면면도 흥미롭다. 림마테크는 황색포도상구균 등 세균성 병원체에 대응하는 백신 개발에 집중하는 바이오테크다. 백신컴퍼니는 생체 내 나노입자(IVN) 기술을 핵심으로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있다. 큐레보가 바이러스성 감염병을 노린다면 두 회사는 세균과 차세대 플랫폼을 맡는 모양새다.
릴리의 백신 베팅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비만치료제 '젭바운드'와 '마운자로'로 막대한 현금을 쌓은 릴리는 이달 초 올해 매출 전망치를 820억~850억 달러로 종전 대비 20억 달러 상향했다. 항비만제 호황으로 확보한 실탄을 감염병 예방 포트폴리오에 투입하며 사업 다각화 카드를 꺼낸 셈이다.
다니엘 스코브론스키 릴리 최고과학·제품책임자(CSPO)는 "이번 인수는 질병의 결과를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발생원점에서부터 차단하겠다는 회사의 전략을 반영한 것"이라며 "항균제 내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백신이 점점 더 유일한 예방 수단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GC녹십자, 4,599억 원 어디에 풀까
GC녹십자는 이번 매각 대금을 신사업 재원으로 투입한다. 피하주사형 면역글로불린(SCIG), 프리미엄 백신, 혁신 희귀의약품 개발이 우선순위다. 매각 차익에 더해 잠재적 마일스톤 분배금, 위탁생산(CMO) 매출, 매출 기반 로열티까지 4중 수익 구조를 설계해뒀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는 "큐레보 설립 초기부터 이어온 연구개발 투자와 협력 전략이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라며 "단순 투자 회수를 넘어 잠재적인 향후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 구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평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를 K바이오 글로벌 자본회수의 모범 사례로 본다. 단순 기술이전(L/O)이 아닌 관계사 지분 통째 매각이라는 점, 거래 종결과 동시에 현금이 유입되는 구조라는 점, 추가 마일스톤과 CMO·로열티까지 줄줄이 깔아둔 점이 특히 호평받는다. GC녹십자가 자기자본의 3분의 1을 한 번에 회수해 차기 베팅의 실탄을 챙겼다는 점도 의미가 작지 않다.
[한국M&A경제=박지우 기자] news@kmn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