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이엠이 경영권 분쟁, 법정 2라운드 돌입∙∙∙임씨의 역습
상장폐지 기로에서 공개매각 추진 중 1심 기각 불복, 즉시항고로 법적 공방 재점화
[한국M&A경제] 코스피 상장 화공기기 전문 기업 디케이엠이(DKME)의 경영권 분쟁이 2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디케이엠이는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임모씨가 울산지방법원에 즉시항고를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이 소송의 피신청인은 디케이엠이와 백모씨로, 1심 법원이 임씨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임씨 측이 원결정 취소와 신청 인용을 법원에 요청하며 법적 공방 2라운드에 돌입한 것이다. 디케이엠이는 앞서 3월 20일 해당 사건의 1심 결정 내용을 공시한 바 있어 항고 제기까지 불과 2주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번 즉시항고의 핵심은 무엇인가. 임씨는 디케이엠이와 백모씨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임씨가 다시 법원의 문을 두드린 것은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디케이엠이 측은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항고심 결과에 따라 회사의 경영 구조와 공개매각 일정에 또 다른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뿌리 깊은 분쟁의 역사, 어디서 시작됐나
디케이엠이의 경영권 분쟁은 하루아침에 터진 일이 아니다. 1981년 대경기계기술로 설립돼 1989년 코스피에 상장한 이 화공기기 전문 기업은 2023년 이후 KIB패밀리블라인드, 오픈아시아컴퍼니, 더코어텍그룹, 퀀텀웰스매니지먼트 등으로 최대주주가 수차례 바뀌며 경영 혼란이 심화됐다. 울산 석유화학단지를 기반으로 열교환기·압력용기·산업용보일러 등을 제조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해온 알짜 기업이 왜 이토록 잦은 주인 바꾸기에 시달렸는지는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분쟁의 도화선은 김선기 전 대표의 횡령 혐의였다. 김 전 대표는 최대주주인 디케이엠이아이엔씨(DKME INC)의 실소유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혐의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설립한 퀀텀웰스매니지먼트를 통해 디케이엠이 주식 5,286만 2,216주(전체 지분 약 23%)를 횡령한 것으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수사 중이다. 김 전 대표는 2024년 하반기 해외로 도피해 잠적했고, 이로 인해 주식은 2024년 11월부터 거래정지 상태에 놓이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김 전 대표가 서명을 위조한 문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해 최대주주 변경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법과학연구원의 필적감정 결과, 퀀텀웰스매니지먼트 대표 '샘파이' 명의의 문서 4건이 위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사회를 배후에서 조종해 공개매각 절차를 지연시키고 상장폐지를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디케이엠이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경영권 분쟁을 넘어 복합적인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소액주주 반격, 이사회를 직접 장악하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소액주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섰다. 지난 2월 27일 울산 남구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6기 임시주주총회에서 기존 이사 해임과 신규 이사 12명 선임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울산지방법원이 전 경영진 측이 별도 소집하려던 임시주총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사전에 차단했고, 소액주주 연대가 이사회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최대주주 디케이엠이아이엔씨 측이 용역을 동원하며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으나 주총은 계획대로 마무리됐다.
이런 복잡한 배경 속에서 진행된 지난 11월의 가처분 소송에서도 이사 직무집행정지 다툼이 벌어진 바 있다. 당시 디케이엠이와 백모씨는 이사 사임에 따른 이사지위부존재 확인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내세워 이○○의 직무집행정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울산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번 임씨의 즉시항고는 이 같은 법정 공방이 역방향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전·현 경영진 간 법적 다툼이 구조적으로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개매각의 시계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법정 다툼이 격화되는 와중에도 공개매각 절차는 속도를 내고 있다. 디케이엠이는 매각자문사 삼일회계법인과 함께 인수의향서(LOI) 접수와 실사, 본입찰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최대주주 디케이엠이아이엔씨가 공개매각에 적극 협력하기로 하면서 절차에 탄력이 붙은 모양새다. 이번 매각은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 및 구주 매각 방식으로 이뤄지며, IB 업계에서는 "코스피 상장사의 경영권을 가치 대비 매력적인 가격에 확보할 기회"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디케이엠이의 사업 경쟁력은 여전히 주목할 만하다. 2024년 기준 매출액 1,366억 원, 영업이익 100억 원, 당기순이익 23억 원을 기록했다. 거래정지 기업 대부분이 자본잠식이나 사업 경쟁력 상실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는 것과 달리, 디케이엠이는 실적 면에서는 건실한 중견기업이다. 울산 1·2·3공장과 인도네시아 법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핵심 인증과 톱티어 고객사 수주 레퍼런스를 갖춘 점도 인수 후보들의 관심을 끄는 요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즉시항고가 공개매각 과정에서 잠재 인수 후보들의 판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원의 항고심 결과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인수 의향자들이 의사결정을 주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5년 서울경제 등 법조 전문 기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 중 가처분 인용률은 약 30% 내외에 불과하다. 이번 항고심에서 임씨 측이 인용을 받아내려면 원결정의 법리적 오류나 새로운 소명 자료를 제시해야 하는 만큼,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2만 소액주주의 운명, 법원 결정이 가른다
약 2만 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시선도 법원으로 향해 있다.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 282억 원을 노린 고의 상장폐지 시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1년 넘게 거래가 정지된 상황에서 재산상 피해를 감수해온 이들에게 이번 항고 제기는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개매각이 성사돼 신규 대주주가 확정되는 것이 상장 유지의 핵심 전제인 만큼, 법적 리스크가 매각 협상에 균열을 일으키지 않을지가 관건이다.
결국 디케이엠이의 정상화 경로는 두 개의 트랙이 동시에 맞물려 있다. 법정에서는 임씨의 항고심 결과가 이사회 구성과 현 경영진의 정당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시장에서는 공개매각 성공 여부가 상장폐지 면제의 열쇠를 쥐고 있다. 매각 본입찰과 항고심 결정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이 두 결과의 조합이 디케이엠이의 앞날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M&A경제=최은지 기자] choi@kmn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