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씨에스 충북방송, KX이노베이션에 80억 경영권 이전∙∙∙규제 장벽 넘을까
방송법 승인 없인 의결권조차 없어 5월 상장폐지 시한 앞 '마지막 기회'
[한국M&A경제] 경영권 분쟁과 무자본 인수합병(M&A), 상장폐지 위기까지 잇따라 겪어온 코스닥 상장사 씨씨에스충북방송(씨씨에스)이 또 한 번의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씨씨에스의 현 최대주주인 그린비티에스·퀀텀포트는 지난 2월 26일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케이엑스이노베이션과 보유 지분 전량을 80억 원에 양도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오는 4월 28일을 최대주주 변경 예정일로 못 박은 이번 딜은, 충북 지역 유일 케이블TV 사업자인 씨씨에스의 지배구조가 마침내 정상화될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방송법상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이라는 높은 규제 장벽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서, 이번 매각이 진정한 마침표가 될지는 미지수다.
80억 원 계약…구조 안에 숨은 '조건'들
이번 계약의 양도 대상은 그린비티에스 보유분 4,591,836주(7.05%)와 퀀텀포트 보유분 4,535,147주(6.96%)를 합산한 9,126,983주, 씨씨에스 전체 발행주식의 14.01%에 해당한다. 주당 양수도 가액은 876.5원으로, 총 양수도금액은 80억 원이다. 계약 당일 케이엑스이노베이션은 법무법인 에스크로를 통해 계약금 6억 원을 납입했으며, 잔금 74억 원은 여러 선행 조건이 충족됐을 때 지급하기로 했다.
잔금 지급 조건이 복잡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공시에 따르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최대주주 적격성 승인, 양도인인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의 채무변제 종결, 그리고 4월 2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케이엑스이노베이션이 지정한 이사·감사의 선임 완료 등이 선행돼야 한다. 케이엑스이노베이션은 잔금 지급과 관련해 양도인의 채무를 대신 정리하는 방식도 허용하되, 대상 주식 일부로 정산이 가능하다는 특약도 계약에 포함했다. 결국 '돈을 먼저 주고 사는' 구조가 아니라, 규제 승인과 주총 결과라는 이중 조건을 통과해야만 거래가 완전히 완결된다는 뜻이다.
'방송 전문' 케이엑스이노베이션은 누구인가
씨씨에스 새 주인으로 등장한 케이엑스이노베이션은 2000년 10월 설립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다. 서울시 강동구 고덕비즈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이강봉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대주주는 최상주 씨로 지분 17.91%를 보유하고 있다. 케이엑스이노베이션은 방송채널 엑스원(X ONE)과 리얼TV를 운영하는 한편, 계열사로 엠앤씨넷미디어·아시아경제신문·아시아경제미디어·팍스넷을 두고 있다. 또 신라CC·떼제베CC·파주CC 등 골프장을 보유·운영하는 복합 미디어 레저기업으로 분류된다.
이번 딜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케이엑스이노베이션의 재무 체력이다. 2024년 기준 자산총계 8,868억 4,500만 원, 매출액 4,037억 8,100만 원, 당기순이익 975억 1,700만 원으로 탄탄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자본총계는 4,430억 1,600만 원으로, 자본금 227억 6,800만 원 대비 높은 내부 유보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과거 씨씨에스를 둘러싼 무자본 M&A 세력들이 차입금으로 지분을 끌어모으다 잇따라 실패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방송송출사업과 방송채널운영 경험을 갖춘 사업자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씨씨에스 인수에 나섰다는 점에서, 적어도 '방송 전문성' 측면에서는 기존 원매자들과 차별화된다.
관건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승인…선례는 없지 않다
그러나 시장의 눈은 자연스럽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의 승인 여부로 향한다. 씨씨에스는 방송법상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이기 때문에, 최다액출자자가 되려는 자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방미통위에 변경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신청 이후 60일(최대 30일 연장 가능)이내에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케이엑스이노베이션이 공시 조건을 이행한다면 늦어도 3월 말까지는 승인 신청서가 방미통위에 접수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씨씨에스의 현 최대주주인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2024년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확보했으나, 방송법상 변경승인 없이 최대주주에 올랐다는 이유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주식 처분 시정명령을 받았다. 두 법인이 이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도 패소했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애초에 법적으로 온전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채 경영권을 행사해온 주주들이 '주인'을 찾아 나선 것이 이번 딜의 배경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방미통위 승인의 핵심 심사 기준으로 재무 건전성, 방송사와의 이해충돌 여부, 공익활동 실적 등을 꼽는다. 케이엑스이노베이션은 이미 방송채널사용사업자로서 방송 관련 규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승인을 받지 못했던 원매자들에 비해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2019년 이현삼 이사 승인 당시에도 방미통위가 이해충돌 해소와 경영 투명성 세부계획 제출 등을 조건으로 내건 전례가 있어, 무조건부 승인을 기대하기는 이르다.
4월 28일 '데드라인'과 상장폐지 시한의 교차점
이번 딜이 유독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타임라인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씨씨에스에 개선기간 6개월을 부여했으며, 씨씨에스는 2026년 5월 17일까지 경영 정상화를 입증해야 한다. 최대주주 변경 예정일인 4월 28일은 이 마감 기한을 불과 20일 앞두고 있다. 방미통위 심사 기간(최장 90일)을 고려하면 순서상 원활한 진행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오늘(3월 5일) 씨씨에스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가 주도하는 임시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다. 비대위는 현 경영진 해임과 새 이사진 선임을 안건으로 올렸으며, 케이엑스이노베이션이 계약서에서 같은 날짜 주총에서 자신이 지정한 이사·감사를 선임해달라고 명시한 것과 묘하게 맞물린다. 주주총회 결과가 케이엑스이노베이션 측에 우호적으로 형성된다면 잔금 지급 조건 충족에 속도가 붙을 수 있지만, 소액주주연대 일부가 임총 자체에 반대해온 터라 가결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
정상화의 기회인가, 또 다른 불확실성인가
씨씨에스는 2023년 이후 최대주주가 컨텐츠하우스210, 그린비티에스·퀀텀포트를 거쳐 이번 케이엑스이노베이션까지 짧은 기간 내 빠르게 교체됐다. 초전도체 테마주로 급등락을 반복하고, 경영권 분쟁 소송이 연이어 제기됐으며, 상장폐지 사유까지 발생하면서 소액주주들은 장기간 불확실성에 노출돼 왔다. 이번 케이엑스이노베이션의 등장이 단순한 '자리 교체'가 아니라 방송 전문성을 갖춘 적격 투자자의 진입인지, 아니면 또 다른 리스크의 시작인지를 가를 최대 변수는 결국 방미통위의 판단이 될 것이다.
[한국M&A경제=최은지 기자] choi@kmn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