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의 타다 인수 4년, 장부가치 ‘0원’∙∙∙그래도 올인한 이유

600억 원 들여 품은 모빌리티, 장부가치는 ‘0원’ 나스닥 상장 앞둔 토스, 타다는 자산인가 짐인가

2026-02-24     박지우 기자
(사진=타다)

[한국M&A경제] 2021년 10월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운영사 브이씨엔씨(VCNC) 지분 60%를 약 600억 원에 인수했다. 연간 12조 원 규모의 택시 시장에 진출해 동남아시아 그랩(Grab)처럼 금융과 이동을 결합한 슈퍼앱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이었다. 그로부터 4년여가 흐른 지금, 토스는 나스닥 상장을 코앞에 두고 기업가치 20조 원대를 제시하고 있지만, 타다는 여전히 적자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인수 당시 기대했던 핀테크-모빌리티 시너지는 과연 실현된 걸까.

 

600억 원이 0원이 된 사연

토스가 타다를 인수한 배경에는 분명한 전략적 논리가 있었다. 택시 호출 시장의 절반가량이 앱을 통해 이뤄지고, 이 결제 흐름을 토스페이로 끌어올 수 있다면 금융 플랫폼의 외연이 크게 넓어진다는 계산이었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당시 "토스의 결제 사업 등 여러 금융 서비스와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흘렀다. VCNC의 매출은 2020년 59억 원, 2021년 38억 원, 2022년 42억 원으로 정체됐고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112억 원에서 262억 원으로 오히려 확대됐다. 2023년에는 매출 53억 원에 영업손실 168억 원을 기록했다. 인수 이후 한 해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결국 비바리퍼블리카는 2023년 VCNC 인수 당시 인식했던 영업권 약 286억 원을 전액 손상차손 처리했다. 600억 원을 들여 산 자산의 장부 가치를 스스로 '0원'으로 인정한 것이다. 쏘카 역시 2024년 말 사업보고서에서 잔여 지분의 장부가액을 54억 원에서 0원으로 전액 손상 처리했다.

 

매각 시도 좌절, 그리고 '올인'

흥미로운 점은 토스가 타다를 한 번 버리려다 다시 끌어안았다는 사실이다. 2023년 상반기 비바리퍼블리카는 VCNC 지분 60%를 전동 킥보드 업체 더스윙에 약 240억 원에 넘기려 했다. 인수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었는데, 그마저도 현금이 손에 들어오지 않는 구조였다. 결국 비바리퍼블리카는 매각을 철회하고 직접 운영으로 돌아섰다.

이후 토스는 오히려 타다에 힘을 실었다. 2024년 1월 100억 원 규모 전환사채를 전량 인수했고, 요기요 출신 강희수 대표를 새로 영입했다. 2023년 12월에는 토스 앱 내 '택시타기' 메뉴를 통해 타다를 바로 호출할 수 있도록 연동했다. 그 결과 2024년 4분기 신규 회원 수가 전 분기 대비 457% 급증했고, 택시 호출 건수도 70% 늘었다.

2025년 5월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쏘카가 보유한 잔여 지분을 전량 인수해 VCNC를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것이다. 4년 만에 '부분 투자'에서 '올인'으로 전략을 전환한 셈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숫자가 말하는 '아직 부족한' 시너지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VCNC의 매출은 1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토스 앱 연동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누적 회원 수도 300만 명을 넘어섰고, 수도권 전역으로 운행 지역을 확대하는 규제 특례도 승인받았다.

다만 영업손실은 55억 원으로 여전히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매출 성장률이 49%인 반면 손실 개선폭은 15.4%에 그쳤다. 2022년 매출 증가율 158%, 손실 개선폭 54%와 비교하면 성장 모멘텀이 급격히 둔화된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 시장의 94~95%를 장악한 상황에서 타다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하다.

업계에서는 토스-타다 결합의 핵심 장벽으로 '구조적 한계'를 꼽는다. 2020년 통과된 이른바 '타다 금지법' 이후 타다는 고급택시 면허 기반의 '타다 넥스트'로 전환했지만, 서울 기준 약 1억 원에 달하는 택시 면허 가격이 기사 수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플랫폼이 아무리 혁신적이어도 차량과 기사를 확보하지 못하면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타다를 통한 결제·보험 연계가 아이디어 차원에서는 매력적이지만, 지금과 같은 적자 구조에서는 실제 수익화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스가 감당해야 할 것은 '혁신'이 아니라 '비용'일 수 있다는 얘기다.

 

나스닥 상장과 타다, 양날의 검

토스의 타다 전략을 이해하려면 비바리퍼블리카의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24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간 903억 원의 영업 흑자를 달성했다. 2025년 1분기에도 매출 5,679억 원, 영업이익 709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해 모건스탠리와 JP모간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2026년 1월에는 앤트그룹과의 지분 맞교환을 통해 기업가치 약 20조 5,000억 원을 산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타다는 양면적 존재다. 한편으로는 '생활금융 슈퍼앱'이라는 스토리를 완성하는 퍼즐 조각이다. 금융을 넘어 실물 이동 데이터까지 확보한 플랫폼이라는 내러티브는 미국 투자자들에게 분명 매력적이다. 그랩이 동남아에서 차량 호출로 시작해 결제·보험·대출로 확장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타다의 지속적인 적자는 상장 과정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산하 16개 계열사 중 토스증권과 토스뱅크를 제외한 상당수가 여전히 적자인 상황에서, VCNC까지 연결재무제표에 손실을 더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상장 후 시가총액이 44조 원에서 10조 원대로 급락한 전례를 떠올리면, 실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밸류에이션은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모빌리티 업계 전문가들은 타다의 향방이 규제 환경 변화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본다. 한국은행이 자율주행 시장이 2034년까지 1,9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택시 영업 구역 제한 완화와 개인택시 면허 구조 개편이 이뤄진다면 타다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토스의 타다 인수는 4년이 지난 시점에서 '성공'도 '실패'도 아닌, 아직 답이 나오지 않은 문제에 가깝다. 600억 원의 투자금은 장부에서 사라졌지만, 토스는 오히려 지분을 100%로 높이며 배팅을 키웠다. 나스닥이라는 더 큰 무대를 앞둔 토스가 타다를 자산으로 증명할 수 있을지, 아니면 계속 비용으로 안고 갈 수밖에 없는지는 향후 1~2년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M&A경제=박지우 기자] news@kmnanews.com